[묵상]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 연중 제18주일 (202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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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샘

[묵상]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 연중 제18주일 (2020.8.2.)

by honephil 2020. 8. 2.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4,13-21
그때에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 관한 소식을 13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배를 타시고 따로 외딴곳으로 물러가셨다.
그러나 여러 고을에서 그 소문을 듣고 군중이 육로로 그분을 따라나섰다.
14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들 가운데에 있는 병자들을 고쳐 주셨다.
15 저녁때가 되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말하였다.
“여기는 외딴곳이고 시간도 이미 지났습니다.
그러니 군중을 돌려보내시어,
마을로 가서 스스로 먹을거리를 사게 하십시오.”
16 예수님께서 “그들을 보낼 필요가 없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하고 이르시니,
17 제자들이 “저희는 여기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가진 것이 없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18 예수님께서는 “그것들을 이리 가져오너라.” 하시고는,
19 군중에게 풀밭에 자리를 잡으라고 지시하셨다.
그리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그것을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
20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21 먹은 사람은 여자들과 아이들 외에 남자만도 오천 명가량이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오늘의 묵상  |||||||||||||||||||||||||||||||

 

 

우리 전통 음식 문화에서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상차림입니다. 밥과 반찬을 주로 하여 격식을 갖추어 내는 상차림은 상을 받는 사람의 신분에 따라서 그 이름이 달랐습니다. 아랫사람에게는 밥상, 어른에게는 진짓상, 임금에게는 수라상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먹는 사람 수에 따라서 혼자 먹는 밥상을 외상 또는 독상, 두 사람이 먹는 밥상은 겸상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외상으로 차려진 반상에는 삼 첩, 오 첩, 칠 첩, 구 첩, 십이 첩이 있는데, 당연히 임금의 수라상에는 십이 첩이 올려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빵을 많게 하시는 기적을 행하십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시자 세상을 구원하실 임금이시니 십이 첩은 기본이라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복음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자들이 가지고 있던 음식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입니다. 가장 간결한 차림으로 평민이 먹었다는 삼 첩 반상보다 빈약합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아낌없이 베푸시는 예수님의 기적의 결과와 제자들의 행동에 주목합니다. 사람들이 충분히 만족할 때까지 모두를 배불리 먹이실 뿐만 아니라 그 음식이 풍성히 남았습니다. 여자들과 아이들 외에 남자만도 오천 명가량이 먹었고, 남은 것은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습니다. 또한 제자들은 가지고 있던 것을 기꺼이 내놓음은 물론 분배자로서도 봉사합니다.

임금의 생일로 십이 첩 수라상에 궁중 연회까지 더해진 헤로데의 잔치에서 세례자 요한이 죽으면서 그의 잘린 목이 쟁반에 담겼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겸손한 밥상은 세례자 요한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배고픈 백성을 향한 동정심에서 비롯된 생명이 넘치는 풍성함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빵의 기적은 단순히 식사를 나누는 인간적 체험을 넘어 사랑을 실천하려는 하느님 백성의 희망과 연결됩니다. 제때에 먹을 것을 주시는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하여 드러난 당신의 사랑으로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은혜로 채워 주십니다.


박기석 사도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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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일으키는 힘, 감사와 사랑의 봉헌>

 

      오늘 복음은 빵 다섯 개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을 먹이신 기적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기적을 매일 체험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정도로 대단한 기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 강론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기적입니다.

 

       여자 형제가 없고 동네에서도 여자와 대화할 기회가 없었던 저는 대학에 들어가서도 여자와 대화하려면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와 만나려면 ‘오늘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나?’로 심히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5천 명이 넘는 분들이 감사하게도 제 복음 묵상을 매일같이 들어주고 계십니다. 한 사람도 말로 만족시켜주지 못한 제가 수천 명의 신자분에게 양식을 제공할 수 있는 기적을 체험하고 있기에 부끄럽지만, 그 기적의 힘이 어디서 오는지 말씀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힘입니다.

 

      11살에서 12살 정도로 보이는 창백한 소년이 꽃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예쁜 꽃들을 한참 바라보던 소년은 가게 주인에게 자신의 이름이 ‘토비’라고 밝힌 후 “앞으로 60년간 매년 엄마 생일에 선물할 꽃다발을 미리 주문하고 싶어요. 엄마 생일이 9월 22일이에요. 매년 이날 배달을 해 주시면 좋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엄마를 생각하는 토비의 마음이 너무 예쁘고 귀여웠던 여주인은 알겠다며 흔쾌히 대답했고 “30달러면 충분해.”라고 말한 뒤 토비를 돌려보냈습니다.

 

      두 달 후 토비와의 약속을 기억한 여성은 토비 엄마의 생일인 9월 22일에 꽃다발을 안고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꽃을 든 여성에게 “누구세요?”라고 묻는 소년의 엄마에게 “이 꽃은 토비가 당신을 위해 주문한 꽃이에요. 생일 축하해요.”라며 꽃을 건넸습니다. 그 말을 듣자 화들짝 놀란 토비의 엄마는 “제 아들이 저를 위해 주문을 했다고요? 정말이에요?”라고 되물었습니다. 꽃집 여성은 “토비가 엄마에게 주고 싶다며 60년간 매년 꽃다발을 배달해달라고 부탁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토비의 엄마는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은 백혈병으로 투병 중 며칠 전 세상을 떠났어요. 전에 한번 생일날 꽃을 선물 받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엄마라고 했더니 앞으로 매년 꽃을 선물해주겠다는 약속했었어요.”

[참조: ‘(감동 실화) 60년 동안 매년 엄마 생일에’, 유튜브 채널 ‘공감픽’]

 

      토비가 가진 것은 ‘30달러와 감사와 사랑의 마음’이었습니다. 여기서 30달러는 빵 5개와 같습니다. 자신이 가진 전부를 의미합니다. 숫자 ‘5’는 인간이 가진 전부를 의미합니다. 주님께 드릴 수 있는 전부입니다. 인간에게 ‘5가지 감각’이 있다는 것에서 ‘인간의 몸’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고기 두 마리는 ‘말씀과 성령’, 혹은 ‘감사와 사랑’의 마음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진리의 말씀이 우리에게 끌어내는 것은 ‘감사’이고, 성령의 은총이 우리에게 맺어주시는 열매는 ‘사랑’입니다. 토비가 어머니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꽃집 주인도 자비로운 분이라는 믿음이 생길 수 없었을 것입니다. 주님께로부터 받은 것에 감사할 줄 모른다면 그 작은 것이라고 느끼는 것을 주님께서 그 수천, 수만 배도 주실 수 있는 분임을 믿지 못합니다. 그래서 봉헌하지 못합니다. 그 작은 것을 지키느라 모든 에너지를 소비하게 됩니다. 그것을 바치며 더 많이 부풀려 달라는 청을 할 수 없게 됩니다. 토비가 60년간 어머니에게 꽃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은 30달러와 어머니께 대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기적입니다.

 

      가톨릭 신자로 유명 유튜버이며 작가인 ‘김새해 잔다르크’씨가 있습니다. 첫아기를 낳자마자 거의 회복될 수 없이 몸이 안 좋아져 병원에서 1년 이상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게 된 것입니다. 신랑이 대소변을 받아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고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기를 생각해서도 살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숨 쉴 때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를 속으로 계속 되뇐 것입니다. 감사할 것도, 사랑하기도 힘들지만, 하루에도 수천, 수만 번씩 되뇌다 보니 몸이 회복되는 기적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네 아이를 키우며 왕성한 활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빵 다섯 개 물고기 두 마리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신들이 가진 것만으로는 5천 명이 넘는 사람을 먹일 수 없다고 말한 것입니다. 여기에 예수님께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더해주셨습니다. 기적을 예수님만 하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진 것만 가지고도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더하면 누구나 기적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우리는 기적을 할 재료를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에 감사하고 그것으로 수많은 사람의 배를 불리겠다는 사랑의 마음만 첨가하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예수님께서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하시며 기적의 주인공이 되라고 우리를 초대하고 계십니다. 감사와 사랑의 마음으로 가진 것을 봉헌해 드리면 됩니다.

 

https://youtu.be/4Uc3Ohc38k4

#전삼용 요셉 신부의 매일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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