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이삭] 나의 어머니, 나의 마리아 님 / 신동진 루도비코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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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샘

[말씀의 이삭] 나의 어머니, 나의 마리아 님 / 신동진 루도비코 아나운서

by honephil 2020. 7. 31.

나의 어머니, 나의 마리아 님

 


신동진 루도비코 | 아나운서

 

얼마 전 늦등이를 낳아 아기를 바라보고 있자니 어머니의 헌신과 희생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어머니 몸 안에서 제 생명의 씨앗이 움트고 자랐으며, 어머니는 그 고통을 감내하고 낳아주셨다는 것, 그리고 평생을 혼신의 힘으로 지켜내고 건사하려 하셨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저는 수년 전 어머니를 여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회고하는 책을 썼는데요, 어머니에게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10년간 매일 통화하던 어머니를 제 남은 인생에서는 가슴에 담고 살아가고자 합니다. 난생처음 학생이 되어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어머니와 초등학교 입학식을 치르던 날, 고3 때, 한여름 장맛비를 흠뻑 맞은 채 우산을 들고 전철역에 마중 나오셨던 어머니, 성탄 대축일 성야 미사에서 간절하게 기도하시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던 순간 등은 '어머니' 하면 떠오르는 소중한 기억들입니다.


제 어머니는 29살에 늦깍이 아나운서가 된 아들을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밥을 차리시며 아들을 깨우셨습니다. 몸이 좋지 않으실 때도 이마에 수건으로 단단히 조여 가며 아침을 차리시던 어머니에게, 아들 출근길 밥상은 당신 일생의 소명이자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자신과의 치열한 전쟁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첫 월급을 받자 어머니는 적금에 들자고 하셨고, 그래서 3년 만기 천만 원짜리 적금에 가입했습니다. 3년이 지나 천만 원의 종잣돈이 생겼고, 그걸 밑천으로 조금 더 큰 적금에 가입했습니다. 무언가를 소박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머니와 저는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꼈으며, 어머니라는 비옥한 토양에서 자라는 가족 간 사람의 열매는 무럭무럭 익어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어머니의 기력이 쇠해지시고, 점점 다가오는 이별의 시간을 마주하며 가슴 아파하는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직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오셨건만 신체 기능들이 다해가고 있을 때도, 언제나 그러하셨듯 어머니는 그걸 온전히 온자서 기도하시며 마음으로 받아들이셨습니다. 전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며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머니와 성당에 가면 미사전 먼저 인사드리던 그 성모님이었습니다.

 

어머니 기억하세요? 우리가 주일마다 성당에 같이 가던 그 시절이요. 성당 안에 들어서면 어머니는 먼저 성모상을 찾아 성호를 그으셨고, 성당 주보를 저에게 건네셨어요. 그리고 저는 자리아 앉아 주보 안에 있는 '말씀의 이삭'부터 읽었었죠. 10년의 세월이 흘렀고 저는 지금 말씀의 이삭에 올릴 그을 쓰고 있네요. 성당에서 어머니를 가장 장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주보에 글을 올리면 꼭 보실 거라 믿어요. 8월 한 달간 어머니가 물려주신 신앙의 유산을 다른 형제자매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가족의 소중함도요.


'천사가 되어 주님 곁에 영원한 안식 중인 이연수 요안나, 나의 어머니, 제 이야기를 들어 주소서.'


[말씀의 이삭] 나의 어머니, 나의 마리아 님 / 신동진 루도비코 아나운서 - 서울주보 (202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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