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 성 토마스 사도 축일 (202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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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샘

[묵상]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 성 토마스 사도 축일 (2020.7.3.)

by honephil 2020. 7. 3.

토마스 사도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로 ‘쌍둥이’라고도 불렸다(요한 20,24 참조). 갈릴래아 출신의 어부였던 그는 매우 강직한 제자로 드러난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해치려고 했던 베타니아 마을로 가시려 하자 이를 만류하던 다른 제자들과 달리, 토마스는 “우리도 스승님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요한 11,16) 하고 큰 용기를 보였던 것이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뵙지 못한 토마스는 강한 불신도 보였다.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요한 20,25). 그러나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그에게 나타나시자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요한 20,28) 하고 고백하였다. 이러한 토마스 사도는 인도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가 순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0,24-29
24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로서 ‘쌍둥이’라고 불리는 토마스는
예수님께서 오셨을 때에 그들과 함께 있지 않았다.
25 그래서 다른 제자들이 그에게 “우리는 주님을 뵈었소.”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토마스는 그들에게,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하고 말하였다.
26 여드레 뒤에 제자들이 다시 집 안에 모여 있었는데
토마스도 그들과 함께 있었다.
문이 다 잠겨 있었는데도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말씀하셨다.
27 그러고 나서 토마스에게 이르셨다.
“네 손가락을 여기 대 보고 내 손을 보아라.
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28 토마스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29 그러자 예수님께서 토마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오늘의 묵상 ||||||||||||||||||||||||

 

토마스 사도에 대한 평가는 다양합니다. 한때는 오늘 복음의 내용을 ‘토마스의 불신앙’이라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예수님의 말씀은 마치 토마스 사도를 질책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토마스 사도의 이야기가 예수님을 믿지 못하는 토마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토마스를 통하여 신앙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토마스 사도는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하고 말합니다. 그는 당시 부활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였던, 믿지 못하였던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부활은 그야말로 초유의 사건입니다. 당시에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것을 쉽게 믿지 못한 제자들도 있었습니다(마르 16,11.13 참조). 부활은 그만큼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발현을 통하여 이런 토마스에게, 부활을 믿지 못하는 이들에게 믿음을 가지라고 말씀하십니다.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토마스 이야기의 결론은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부활을 확인하려 하고 믿지 않았지만, 부활을 받아들이고 예수님의 말씀을 깨닫고 믿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부활을 믿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넘어 예수님의 부활을 받아들이고 믿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오늘 복음은 이렇게 부활을 믿는 이들에게 전하는 행복 선언입니다. 이는 당시의 제자들이나 사람들보다 지금 부활을 믿는 이들을 향한 말씀이고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말씀입니다.

 

허규 베네딕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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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란 말이 있습니다. 보물 지도를 찾기 위해 갖은 고생하다 결국 그 보물 지도로 찾는 것은 빈 상자뿐임을 깨닫게 되는 영화도 있습니다. 얼마나 허무할까요? 우리 인생에서도 보물 지도를 가진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평생 헛고생만 하다 인생을 마감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각자는 각자의 보물 지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목적지로 각자는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목적지로 누군가를 초대하기도 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천주교 집안에서 자랐지만, 불교 집안에 시집을 왔습니다. 할머니는 어머니가 성당 다니시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어머니를 부르시더니 “꼭 성당 나가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셨습니다. 평생 불교가 참된 길인 줄 알았는데 당신을 데리러 온 사람들의 복장이 왠지 절에서 온 것 같지 않고 성당에서 온 사람들 같아 보인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천사들을 보신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바로 우물에서 바가지에 물을 떠다 할머니에게 마리아란 세례명으로 임종 대세를 드렸습니다. 그 이후로 저희 가정이 모두 성당에 다니게 되었고 저는 사제가 되었습니다.

 

      누군가 보물 지도를 가진 사람이 되려면 그 보물을 찾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결국, 우리가 찾아야 하는 보물 지도는 천국으로 향하는 길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 지도를 가진 사람만이 참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빈 상자만 발견하게 될 지도들을 가지고 그것이 보물 지도라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성 토마스 사도의 축일입니다. 성 토마스 사도는 사도 중 믿음이 가장 약해서 예수님의 부활을 의심한 유일한 사도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러나 성 토마스 사도는 참 보물 지도를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명확히 그 길을 알려준 분입니다. 그에게 유일한 보물은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다면 자신에게 더는 중요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나타나시기까지 끝까지 나머지 사도들 가운데서 머물 줄 알았습니다. 예수님은 그의 소원을 들어주셨고 그는 보물 지도를 가진 사도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인도에서 복음을 전하다 순교하였습니다. 지금 인도의 많은 가톨릭 전례가 토마스 사도의 독특한 전통을 따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복이 되기 위해 자신이 먼저 참 행복을 만나려고 했던 토마스 사도는 우리 모든 신앙인의 모범입니다.

 

      영화 ‘왓 어 걸 원츠’(2003)는 토마스처럼 참 행복의 지도를 가진 사람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내용이 나옵니다. 영국의 귀족 가문인 한 남자가 여행 중 팝 가수를 꿈꾸는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품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자의 가문은 여자를 조용히 떠나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약혼녀는 임신 중이었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여자아이가 ‘다프네’입니다. 다프네는 17년간 아버지를 기다린 끝에 자신이 직접 아버지를 찾아 나서기로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저택으로 숨어들어 아빠를 만나고 자신이 딸임을 증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빠는 이미 자신의 상원의원 당선을 지지해주는 사람의 딸과 동거 중이었습니다. 다프네의 활달한 성격은 영국 사교계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 환경에서 살아야만 하는 아빠와 더는 함께 있을 수 없었습니다. 다프네는 결국 아빠를 떠나 미국으로 돌아옵니다.

 

      아빠는 자신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임을 딸의 순수한 모습 때문에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상원의원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하고 그렇게 아빠와 춤 한 번 춰보는 것이 소원인 딸을 찾아 미국으로 떠납니다. 그리고 딸과 약혼녀를 만나 정식으로 혼인에 골인하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지도를 지니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 참다운 보물을 발견한 이는 자신의 방향으로 오지 않는 사람들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참 행복을 원하는 방향으로 어떤 사람들을 이끌기도 합니다.

 

      토마스 사도는 참 행복이 그리스도와의 만남임을 아는 사도입니다. 그분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며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며 한 신앙고백이 우리가 모두 찾아야 하는 보물입니다.

 

      나는 자녀들을 어떠한 방향으로 이끄는 지도를 가졌나요?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올바른 보물 지도를 가진 사람은 자신도 그렇고 자신을 따르는 사람도 그렇게 따라오게 합니다. 나의 보물 지도의 끝이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란 목적지가 아니라면 나도 나를 따르는 사람도 삶의 허무로 이끕니다. 우리의 방향을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으로 설정합시다. 그러면 나와 나를 따르는 많은 이들을 영원한 행복으로 이끌게 될 것입니다.

https://youtu.be/Gs4ahiNQaLU

#전삼용 요셉 신부의 매일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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