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아이다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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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아이다를 보다

by honephil 2019. 12. 28.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2018년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오페라 아이다를 본 얘기를 하려 합니다.

 

그리고 보니 오페라를 직접 무대에서 본 것은 이 아이다가 처음이네요. 저희는 2016년에도 베로나로 여행을 왔었는데, 그때도 당연히 이곳 아레나를 들렀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일정이 촉박하고, 또 여기서 어떤 공연을 한다는 사실도 솔직히 잘 몰라서 별도의 일정을 잡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또 무척 아쉬웠고요. 그래서 그때는 아레나만 보고 아 여기서 공연하는 거보면 좋겠다. 그런데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좀 아득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텅 빈 객석과 무대를 촬영하고는, 객석에 혼자 앉아서 실제 공연이 지금 진행되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혼자 그런 기분에 도취되어 한동안 앉아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그런 꿈이 이뤄졌습니다. 2018년에 다시 여행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이번에는 1박을 베로나에서 하면서 공연에 맞추어 일정을 짰습니다. 대충 우리가 올 수 있는 일정과 오페라 공연 일정을 보니, 카르멘이나 아이다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탈리아에 오고, 또 오페라 하면 베르디지 하고 생각하고는 아이다를 주저함 없이 선택했습니다.

 

예매는 인터넷으로 가장 저렴한 곳인 무대에서 가장 먼 곳, 야구로 말하면 외야 스탠드 쪽으로 미리 구입했습니다. 티켓 값은 26유로에 수수료와 배달료를 포함하니 대략 30유로, 그러니까, 원화로는 약 39,000원 정도 했습니다. 생각보다는 비싸지 않았습니다. 물론 무대와 가까운 곳이나, 스탠드 아래쪽은 훨씬 비싼 가격입니다.

 

저희는 차를 리스해서 여행을 했는데, 대략 낮 12시쯤에 베로나에 도착했습니다. 에어비앤비로 떠나기 전에 예약을 했는데, 생각보다는 베로나 방 값이 비싼 편에 속했습니다. 그래도 가급적 차를 주차해놓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을 찾아 예약을 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조금은 가격이 세지만, 맘에 드는 곳이 있어 예약을 했는데, 정작 예약을 완료하고 계약된 집을 알려주는데, 주소로 구글 맵에서 확인해보니 원래 계약할 때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원래보다 아레나에서 훨씬 멀리 떨어진 곳으로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이분의 올려놓은 다른 몇 군데도 살펴보니, 이런 식으로 숙박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으로, 보여줄 때는 그럴듯한 집을 보여주고, 막상 계약이 성사되면 자기가 챙겨놓은 다른 집으로 가도록 하는 게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분이 무척 상해서 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집을 알아봤습니다. 아시겠지만 에어비앤비에서는 일단 성사된 계약을 취소하면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위약금이 나오는데, 그래도 그냥 그 집으로 하기는 싫어서 그냥 취소하고 다른 집으로 결국 다시 예약을 잡았습니다.

 

우리가 예약한 곳은 아레나까지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짐을 풀고 서둘러 베로나 시내로 향했습니다. 2년 전에 왔을 때와 같이 곳곳에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시내에서 점심을 먹는데, 그 식당에 우리나라 분으로 보이는 나이 지긋해 보이시는 팀이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대충 들려오는 얘기가 오늘 공연을 보러 오신 분들 같아 보였습니다. 이분은 나름 정장 스타일로 차려입으셨는데, 아마도 스탠드 아래쪽에서 공연을 관람하시는 듯했습니다. 왜냐하면 예약할 때 그쪽은 드레스 코드가 있어서 정장을 입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거기서 여유 있게 조금은 늦은 점심 식사를 마친 후에는 남는 시간을 이용해 다시 한번 베로나 시내도 구경하고, 미사도 미리 봐 두었습니다.  공연 시작은 저녁 9시부터 시작되지만, 대충 6시쯤 되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아레나 쪽으로 몰려들었고, 그 사람들 사이로 방석을 파는 노점상이 있었습니다. 공연이 3시간 걸리기에 오랜 시간 딱딱한 돌계단에 앉아있으려면 방석이 필수입니다. 그래서 방석을 사고, 저녁은 공연 시작 전에 그저께 나안에서 먹기로 하고, 근처 슈퍼에 들러서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사서 들고는 다시 아레나로 향했습니다.

 

여행 전에 우리와 같이 아레나에서 공연을 보신 분의 이야기를 검색해서 읽어봤는데, 스탠드 좌석에서는 그야말로 사람들이 피크닉 온 듯이 퍼질러놓고 먹는다고 해서, 별 걱정 없이 슈퍼에서 먹을 것을 미리 챙겼습니다.

 

대충 7시부터 입장이 시작됐었고, 약 40여분 정도 걸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주변에 보니 우리나라와 정말 비슷한 풍경이 눈에 띄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어느 지역에서 단체로 오신 분들이 많아 보였는데, 정말 시끄럽게 떠들고, 누가 아직 안 와서 기다린다느니 등등 사람들 많이 모이는 곳에 오면 보게 되는 익숙한 풍경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기다림 끝에 게이트를 통과해 지정된 구역으로 갔는데, 티켓에도 보듯이 좌석 번호가 있는 게 아니고, 대충 앉는 구조였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곳의 아래쪽은 빼곡히 들어차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스탠드의 두 번째 단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스탠드 높이가 높고 앞 뒤 간격도 넓지 않아 아주 쾌적하지는 않았지만, 별다른 대안은 없었습니다. 다행히 우리가 갔을 때는 입구에서 가까운 쪽 난간이 있는 곳이 비어있어 그곳을 택해 앉았습니다. 

 

아직 공연 시작이 많이 남은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은 정말 물밀듯이 밀려들고, 처음에는 꽤 넓게 느껴졌던 스탠드가 거의 다 차기 시작했습니다. 스탠드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이미 각종 먹을 것들을 꺼내놓고 먹고 마시며 얘기를 하곤 했습니다. 저희도 싸왔던 샌드위치랑 샐러드를 꺼내 먹기 시작했고, 대충 먹고 나니 공연이 시작되려면 30분 정도 남았습니다.

 

우리가 간 때는 하지 근처라 9시가 되었는데도, 아직 훤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조금 있으니, 교향악단이 입장하고, 무대도 슬슬 공연 시작의 준비가 되어가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9시가 되자 공연 시작을 알리는 한 사람이 무대에 등장해 큰 징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집중을 시작했고, 다시 큰 징소리가 나며 무대에서는 사람들의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교향악단의 지휘자가 소개된 후,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다는 총 4막으로 이뤄져 있는데, 총 2번의 휴식 시간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약 20분 정도로 길고, 두 번째는 10분 정도로 짧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첫 번째에 화장실을 다녀오고 두 번째는 안 가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화장실이 아레나 외부에 위치하고 있어서 다녀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래서 잘못하면 시작하는 부분을 놓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연을 보는 사람들을 방해하기도 하죠.

 

그리고 화장실 갈 때는 반드시 티켓을 가지고 가야 합니다. 그러면 나갈 때 거기에 표시를 해 주는데, 들어올 때 그걸 보여주면 다시 줄을 서지 않고 들어올 수 있습니다. 실제 저는 첫 번째 휴식 때 나갔다 왔는데, 그때까지 아직 입장을 못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외부에 있는 화장실 대신에 근처 식당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해도 별 문제없습니다. 아레나 근처 식당들은 공연이 있는 날은 으레 껏 화장실을 오픈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처음에 아레나 화장실을 못 찾아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그냥 근처 식당에 가도 된다고 얘기해주서 갔더니 정말 저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공연은 정말 웅장하고 화려했습니다. 음향장치가 잘되어서 그런지 멀리서도 노랫소리나 음악소리가 잘 들렸습니다. 물론 무대 하고는 멀어서 배우의 표정 연기를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요. 그렇다고 큰 축구 경기장처럼 큰 전광판이 있어서 그런 보습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특히 무대 쪽 아레나 스탠드 쪽을 무대의 하나로 사용하여 스케일이 큰 연출을 한 것이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무대에 집중하며 베르디의 선율에 함께 감동하는 것은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이국땅 그것도 오페라의 나라 이탈리아의 베로나에서 이런 멋있는 공연을 본다는 것 자체가 일생에서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6월이라 낮에는 덥다는 느낌까지 받았고, 또 입장을 해서 공연장 스탠드에 앉았을 땐, 그동안 햇살에 달구어진 탓인지 온기가 남아있어 공연을 보기에 좋았습니다. 그러나 해가 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쌀쌀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여분의 옷을 챙겨가서 더 껴입었더니 견딜만했습니다.

 

약 3시간에 걸친 공연이 끝나고 나니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혼잡한 아레나 계단을 거쳐 밖으로 나오니 정말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어디론가로 가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우리와 같이 숙소로 향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낮에 올 때 하고, 밤에 다시 숙소를 찾아가려니 조금은 길이 익숙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주변도 어둑어둑하고, 늦은 시간인데, 카페 같은 곳이나 어두운 골목 근처에는 사람들이 무리 지어 있었는데, 왠지 좀 편안한 느낌은 아니어서 서둘러 길을 재촉했습니다.

 

우리 숙소는 베로나에서 동쪽 방향으로 폰테 뉴오보 다리를 거쳐 아디제 강을 건너가서 약 10여분 정도 걸으면 있었는데, 그런데 나름 한참을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낮에 통과해서 왔던 터널이 보이지 않고, 자꾸만 생소한 풍경의 거리 모습만 보여 조금은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구글 맵으로 숙소 위치를 확인하며 조금 헤매며 걷다 보니, 다행히 숙소가 있는 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정말 긴 하루를 베로나에서 근사한 오페라 공연을 보는 것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혹시 베로나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줄리엣의 집뿐만 아니라, 이곳 아레나에서의 공연을 꼭 추천드립니다.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 되실 것입니다.

 

 

입장을 위해 끝없이 늘어선 줄

 

베로나 아레나의 아치

 

베르디 아이다 무대 - 베로나 아레나

 

 

https://youtu.be/goR3z1j6A2E

아이다 한 장면 - 가자! 신성한 나일강가로 (Su Del Nilo al Sacro Lido!)

 

 

베로나 오페라 축제 - 아이다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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