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에 나타난 황조롱이를 보셨나요?
본문 바로가기
오늘 이야기

서경대에 나타난 황조롱이를 보셨나요?

by honephil 2019. 11. 27.

안녕하세요.

 

저는 어느 날 우연히 집에서 서경대 쪽을 바라보다가 뭔가 이상해 보이는 새가 나무 위에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그 새가 뭔가 첫눈에도 달라 보였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줌 기능이 좋아 사게 된 캐논 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촬영을 하니 이 새가 놀랍게도 맹금류의 하나인 '황조롱이'였습니다. 나중에 검색을 해 보니, 황조롱이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부리부리한 눈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 그리고 맹금류 특유의 의젓함이랄까 뭐 이런 게 풍겨지는 멋진 모습의 새였습니다.

 

제가 사는 집 근처에 북한산이 있는데, 가끔 산책을 나가면 여러 종류의 새와 같은 동물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원래 동물에 관심이 많아 이런 녀석들이 나타나면 어떻게든 카메라에 담아보려 노력을 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동물과 달리 새들은 비둘기나 까치 같은 흔한 녀석들을 제외하고는 카메라에 제대로 담아내기가 쉽지 않은 거 같습니다. 

특히 작은 새들은 동작도 빠르고, 나뭇가지 사이에 앉거나 날아다니기에 정말 웬만한 끈기와 좋은 카메라가 아니면 제대로 담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앗 이거다 싶어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녀석은 휙 하고 날아가 버립니다.

 

언젠가는 정릉 쪽 북한산 입구를 지난 숲이 제법 우거진 등산로를 따라 걷는데, 어디선가 '탁탁'하며 나무 둥지 찍는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어 뭐지? 하고 소리가 나는 쪽을 따라서 보니 약 20여 미터 떨어진 죽은 나무 위쪽을 오색딱따구리가 부리로 찍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 북한산에 사는 오색딱따구리를 드디어 오늘 내가 만났구나 하며 저는 나름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녀석을 카메라에 담아보겠다고 주머니에 있던 카메라를 꺼내 녀석을 찍으려 팔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이런 저의 행동을 알아차렸을까요? 녀석은 저의 기대와는 달리 바로 휙 하고 날아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자세를 낮추고 가급적 행동을 작게 해서 녀석이 모르게 해야 되는데... 하며 때늦은 후회를 하였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녀석이 다시 날아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약 10여분을 그 자리에서 카메라를 꺼내 들고 서성였습니다. 그렇지만 녀석은 이런 저의 기다림을 모르는 듯 다시 돌아오지 않아서 결국 저는 그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목격된 이 황조롱이는 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한참을 나무 위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또 날개도 왼쪽, 오른쪽 한 번씩 펼쳐도 보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어딘가 먹이를 찾아 날아가다가, 잠시 쉬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나무 위에 있던 황조롱이는, 결국 어디론가 또 휙 하고 날아갔고, 그날 이후 황조롱이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언제 다시 녀석을 볼 수 있을까요. 이 글을 적다 보니 학창 시절 국어 선생님이 해 주셨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우리의 인생은 마치 알 수 없는 곳에서 날아왔다가 휙 하고 사라지는 새와도 같다. 그 새가 어디서 날아왔는지 그리고 또 어디로 날아가는지 알 수 없듯이 우리의 인생도 그렇게 무상한 것이다." 그때도 그 말씀이 일견 수긍이 가는 듯했는데, 세월이 흐르니 좀 더 절감한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황조롱이 너무 멋있어 보이는 새입니다. 다른 동물을 사냥하는 맹금류라서 그런 건가요. 날개를 펼쳤을 때 먼 곳을 응시하는 눈매도 너무 인상적입니다. 다시 한번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북한산 황조롱이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