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산 ] 둘레길에 나타난 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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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

[ 북한산 ] 둘레길에 나타난 멧돼지

by honephil 2019. 11. 26.

[ 북한산 ] 둘레길에 나타난 멧돼지

 

최근 들어 심심치 않게 멧돼지가 뉴스에 등장합니다. 

대부분의 내용은 산속에 있어야 할 멧돼지가 도로나 인가에 나타나 사고를 당하거나 아니면 아파트나 마트에 나타나 난동 아닌 난동을 부리다가 사라졌다는 식의 보도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멧돼지를 직접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산책길이었는데, 이 둘레길 근처에서 뭔가 열심히 먹이를 파 먹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보통은 늦가을에 멧돼지가 많이 목격된다고 하는데,  이 영상이 촬영된 시점은 4월 (2017.4.3.)이었으니, 봄에도 멧돼지는 출몰을 하는 듯싶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신고를 해서, 포획되었는지, 그 이후로는 아쉽게도(!) 멧돼지를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주 (2019.11.18.) 산책길에 돌아오다 우연히 한 놈과 마주쳤습니다. 그것도 버스 정류장 바로 곁에서, 때는 해가 져서 어둑어둑했는데, 제 앞 약 20여 미터 앞을 마치 그림자가 스쳐 지나듯 녀석은 지나쳤습니다.

 
당시는 날이 저물어서 어스름한 탓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마치 그림자가 스쳐가듯 커다란 물체가 내 앞을 스쳐 지난 것이었습니다. 순간 저는 얼음이 된 듯, 마음과 몸이 긴장했습니다. 혹시 저 녀석이 나를 보고 공격해오면 어쩌지? 그러나 다행히 녀석은 저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했습니다. 대신 뭔가 열심히 찾는 모습이었는데, 아마도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전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녀석을 찍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해가 지고 주변에 조명도 없는 상태여서 영상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자신을 찍으려 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순간 길을 가로질러 건너편 쪽으로 가버렸습니다.

 
그곳은 버스 종점 근처였고, 녀석에 건너가 도로는 폭이 약 50여미터 남짓의 이 있고, 제법 넓은 길이었습니다. 그리고 녀석이 그 길을 가로질러 간 곳 앞에 버티고 서 있는 약 50 센터 미터 정도의 언덕을 거리낌 없이 녀석의 큰 몸집을 날렵하게 움직여 훌쩍 뛰어오르더니 숲 속 어디론가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녀석은 제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다시 조우할 수 있을까? 전혀 예상도 기대하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다시 녀석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면 오던 길을 길을 다시 갔습니다.

 

옅은 회갈색 뻣뻣한 털로 덥힌 다부진 몸매의 멧돼지는 최근 여러 곳에서 나타나 저녁 뉴스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상에 나오는 멧돼지의 모습은 제가 본 북한산 멧돼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그리고 북한산 정릉 입구에 있는 안내 표지판에 있는 멧돼지 사진도 좀 다릅니다.

 

요즈음 이렇게 멧돼지가 출몰하는 것은 산에 먹을 것이 부족해진 탓이라고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도 산에는 토토리 같은 열매 말고는 딱히 먹을거리가 없어 보이기는 합니다. 그런데도 멧돼지가 저 정도로 클 수 있었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요즘은 아예 디카를 들고 녀석을 찾아, 좀 이른 산책길에 나서고 있는데, 이전에 나타났던 곳 어디에서도 녀석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몇 년 전에는 둘레길에서 목격하여 가지고 있던 핸드폰으로 동영상으로 촬영을 했는데, 이제는 사라졌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이렇게 제 눈앞에 나타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그날 이후 산책을 나갈 때면 녀석과의 조우를 기대하며 열심히 녀석의 모습을 찾으려 했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둘레길 입구에 들어설 때쯤 웬 경찰차가 왔고, 거기서 경찰관 4명이 함께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젊은 남녀 한 쌍이 그들을 맞이하며, 자기들이 멧돼지를 봤다고 얘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그 경찰관들은 어느 곳에서 멧돼지를 봤는 지 물어보면서, 그들은 산 쪽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아, 오늘 결국 녀석이 나타났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저도 그들을 따라가려다, 아무래도 좀 위험할 듯해 일단 안전한 둘레길 데크길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렇게 그 데크길을 걸으며 계속 산 쪽을 주시하며 혹시나 녀석이 보이지 않을까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렇게 대략 30여분 데크 길을 돌았지만, 결국 녀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해도 지고 어두워져서 집을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앞서 경찰과 그 신고자가 함께 갔던 숲 쪽에서 사냥개들이 짓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마도 엽사들이 녀석을 잡으려고 사냥개를 데리고 온 것인 듯했습니다. 아 이제는 녀석을 볼 수 없을 수도 있겠구나. 제발 잡히지 않아야 할텐데, 그래야 다음에 녀석을 다시 볼 수 있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며 저는 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동영상이나 사진에 나오듯이 멧돼지는 별로 난폭해 보이지 않고,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뭔가 자신이 위협을 느끼면 본능적으로 난폭 해지는듯합니다. 언제 다시 녀석을 볼 수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산 둘레길 바로 옆에서 열심히 뭔가 찾아서 땅을 헤집던 멧돼지 모습 (2019.4.3.)

북한산 둘레길 옆 멧돼지 (2019.4.3.) - 이렇게나 가까이에...

 

북한산 멧돼지 (2019.4.3.)
북한산 멧돼지 (2019.4.3.)
북한산 멧돼지 (2019.4.3.)
북한산 멧돼지 (2019.4.3.)
북한산 정릉 입구에 있는 멧돼지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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