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요한 15,18-21) - 부활 제5주간 토요일 (20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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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샘

[묵상]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요한 15,18-21) - 부활 제5주간 토요일 (2021.5.8.)

by honephil 2021. 5. 8.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5,18-21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8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하였다는 것을 알아라.
19 너희가 세상에 속한다면
세상은 너희를 자기 사람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
20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고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을 기억하여라.
사람들이 나를 박해하였으면 너희도 박해할 것이고,
내 말을 지켰으면 너희 말도 지킬 것이다.
21 그러나 그들은 내 이름 때문에
너희에게 그 모든 일을 저지를 것이다.
그들이 나를 보내신 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오늘의 묵상 |||||||||||||||||||||||||

오늘 복음 환호송을 통하여 바오로 사도는 “너희는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여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증인으로 온 세상에 주님의 복음을 전합니다. 그들은 주님께 선택된 사람들로서 예수님의 운명에 동참하게 됩니다. 이러한 제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세상에 속하여 세상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가르치시고 행하신 것을 기준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그들도 당신처럼 적대자들로부터 박해와 고통을 받을 수 있음을 암시하시는 대목입니다. 예수님께서 적대자들에게 받으신 고통과 어려움은 당신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를 위하여 모든 것을 내어놓으시고, 세상의 고통과 죄를 대신 짊어지셨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제자들은 자신들을 뽑으신 예수님께 받은 사명을 그분과의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수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제자들은 자신의 삶 안에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말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우리 또한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할까요?

 

예수님의 제자로서 녹록하지 않은 세상의 많은 어려움 속에 살면서 그분을 따르는 힘은 ‘주님과 하나 됨’입니다. 그래서 오늘 영성체송을 통하여 전해 주시는 예수님의 기도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나약한 우리를 위하여 삼위일체 하느님과 하나가 되시어 그분 안에서 믿음이 충만하고, 희망을 넘어 희망하며,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십니다.

 

“아버지, 이 사람들을 위하여 비오니, 이들이 우리 안에 하나가 되게 하시고, 아버지가 저를 보내셨다는 것을 세상이 믿게 하소서.”

신우식 토마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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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면, 두려워하라!>

 

 

   오늘 복음도 역시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유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포도나무에 붙어있는 가지는 그리스도로부터 성령을 받기 때문에 사랑이 열매를 맺습니다. 하느님의 뜻, 즉 하느님 본성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세상에 속한다면 세상은 너희를 자기 사람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

 

    하느님 나라와 세상, 이 둘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원수지간입니다. 요한의 세계관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속한 사람들이고 온 세상은 악마의 지배 아래 놓여 있다는 것을 압니다.”(1요한 5,19)

 

    그러나 악마는 교묘하게 하느님께 속한 사람들과 세상에 속한 사람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허물려는 시도를 벌입니다. 그래서 이원론은 나쁘다고 하며 통합을 강조합니다.

 

    저도 처음엔 다른 사람들이 저를 미워한다고 하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사람이 저를 사랑할 수 있도록 모든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저를 미워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어떤 이들이 나를 미워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무언가 허전했습니다. 이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세상으로부터 미움받지 못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내가 참 복음을 전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사실 미움받지 않는 것을 두려워했어야 합니다. 세상이 나를 사랑하면 나는 하느님 나라가 아니라 악마가 지배하는 세상에 속한 사람이란 뜻이기 때문입니다.

 

    사막에서 거칠게 살아가는 전갈이 있었습니다. 그에게 있는 독침은 다른 동물들에게는 참으로 위협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별히 자신의 머리를 짓밟는 이들에게는 더욱 위협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날 전갈 한 마리가 개구리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개구리들은 모두 전갈을 피해 달아났습니다. 그러나 워낙 착한 전갈처럼 보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개구리들은 전갈이 자기 꼬리의 독침을 사용하지 못하는 정신 나간 존재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고을의 개구리들과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그 전갈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곧 다른 고을과의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그 고을과의 사이에는 개울이 흐르고 있었는데 개구리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무기인 그 전갈을 자신들의 등에 태우고 개울을 건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전갈은 수영도 못하는 자기가 개구리들과 어울리는 것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 한순간이라도 자기 본성대로 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태운 개구리를 독침으로 찔러 자신도 죽고 개구리도 죽였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에 마치 이런 전갈처럼 오셨습니다. 그리고 등에 업은 사람을 당신 십자가에서 흐르는 피로 죽이십니다. 그러니 세상이 자신의 지배 아래에 있는 백성을 빼앗아가는 예수님을 사랑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세상은 악의 욕망, 즉 세속-육신-마귀의 지배 아래에 사는 사람들이고,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의 본성, 즉 사랑의 본성으로 사는 사람들입니다. 사랑의 본성으로 사는 사람들은 그 본성과 반대되는 세속-육신-마귀의 욕구를 죽입니다.

 

    그러므로 하늘 나라에 속한 사람들은 세상에서 미움을 받게 되어있습니다. 아무도 나를 미워하지 않으면 두려워하십시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입니다.

 

    영화 ‘그린 존’(2010)은 2003년에 발생한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합니다.

 

미국은 이라크가 생화학무기를 만들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 이라크를 무력 침공합니다. 미군 해병대 팀장 ‘맷 데이먼’은 해병대원들과 화학무기가 있다는 지역을 타격합니다. 그런데 매번 화학무기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이에 의문을 품은 팀장은 한 집을 습격하던 중 그곳에 이라크 장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를 추격합니다. 그 이라크 장군이 미국에 잘못된 정보를 주는 대상임을 알아낸 것입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장군을 찾아내어 왜 잘못된 정보를 주느냐고 하지만 사실 그는 미국에서도 이라크에서도 쫓기는 신세였습니다. 그가 처음 미국에 주었던 정보는 이라크에 생화학무기가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원전을 자신들 소유로 만들고 싶었던 미국에게는 이 정보는 쓸모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화학무기가 있다는 정보를 주었다고 속이고 일단 이라크를 침공한 것입니다. 그리고 특공대원들을 시켜 그를 찾아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였습니다.
 

    미국은 맷 데이먼이 그를 찾게 만들어 그 뒤를 쫓아 장군을 살해하려고 합니다. 맷 데이먼은 미군으로부터 그를 보호해 주려고 하지만 결국엔 자기 나라 사람에게 사살당하고 맙니다. 그 사람들도 장군이 미국에 정보를 주어 미국이 자신들을 침공하게 했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맷 데이먼은 미국이 승리한 후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내각을 구성하여 이익을 챙기는 정치인들에게 맞서려고 하지만 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화학무기도 없는데 그것을 빌미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다는 사실을 인터넷에 흘리고 그렇게 전 세계가 미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무고한 이라크를 침공한 사실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진실을 말하는 이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는 진실을 말하는 이들이 미움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은 진실을 싫어합니다. 돈을 좋아하고 권력을 좋아하고 편안함만을 찾습니다. 그러니 돈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곧 진실하지 못한 사람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아무도 나를 미워하지 않으면 두려워하십시오. 하느님 나라에 속하지 않았음이 증명되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믿고 증거 하면 개구리 마을의 전갈처럼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견하실 때 이리 떼 가운데 양을 보내는 것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 백성과 세상 백성은 그 본성상 통합될 수 없습니다. 하늘나라 백성은 세상을 미워하지 않지만, 세상은 하늘나라 백성을 미워합니다.

 

    우리가 사는 교회 안에도 세상에 속한 이들이 속해있습니다. 그들을 구별하는 법은 쉽습니다. 성당에 다니면서도 돈과 먹고 마시는 것과 권위와 교만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 사람은 실제로 세상 사람입니다. 이 경계선을 통과하는 것이 저는 ‘십일조’라고 생각합니다. 재물에 얽매이지 않고 하느님을 주님으로 인정한다는 신앙고백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들에게 미움을 받지 않는다면 경계하십시오. 나도 교회에 속한 척하며 실제로는 세상에 속해있을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I5y0bFwW3Jg

전삼용 요셉 신부의 매일 복음 묵상 /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 요한  15,18-21 ) - 부활 제5주간 토요일 (2021.5.8.)

#전삼용 요셉 신부의 매일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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