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 연중 제7주간 화요일 (2020.2.25.)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9,30-37
그때에 예수님과 제자들이 30 갈릴래아를 가로질러 갔는데,
예수님께서는 누구에게도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다.
31 그분께서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그들 손에 죽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하시면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계셨기 때문이다.
32 그러나 제자들은 그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분께 묻는 것도 두려워하였다.
33 그들은 카파르나움에 이르렀다.
예수님께서는 집 안에 계실 때에 제자들에게,
“너희는 길에서 무슨 일로 논쟁하였느냐?” 하고 물으셨다.
34 그러나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길에서 논쟁하였기 때문이다.
35 예수님께서는 자리에 앉으셔서 열두 제자를 불러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36 그러고 나서 어린이 하나를 데려다가 그들 가운데에 세우신 다음,
그를 껴안으시며 그들에게 이르셨다.
37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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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생 때, 한 학기에 한 번씩 교구장 주교님과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그 많은 편지들 가운데에서 문득 오늘 복음을 듣고 생각나는 글이 있습니다. 편지에서 교구장 주교님께서는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살아가면서 몇 가지 유념하는 공리(公理)가 있단다.  그 가운데 하나는 사람은 농담으로든 진담으로든, 어떤 형태로든지 자신의 단점을 드러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그를 편하게 생각한단다.”그때 왜 하필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살면서 단순하고도 연륜이 느껴지는 이 말씀을 자주 떠올립니다.

자기 자랑하는 사람 치고 주위에서 반기는 사람 없고, 자신의 단점을 드러낼 줄 아는 사람 치고 주위에 사람 없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깨닫기 때문입니다. 사실 세상에 그 누구도 털어서 먼지 나지 않을 수는 없으며, 단점 없이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스스로가 자신의 단점을 농담으로든 진담으로든 털어놓는다면 사람들은 그 사람을 보고 비웃거나 얕보지 않고, 편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여느 사람들과 같이 되시어 십자가에서 꼴찌의 자리를 차지하셨습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만물 위의 주님으로 드높이셨습니다. 이러한 주님을 따릅시다. 우리도 그분처럼 무시와 비웃음을 당하는 꼴찌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한재호 루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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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 말씀
그때에 예수님과 제자들이 갈릴래아를 가로질러 갔는데, 예수님께서는 누구에게도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다. 그분께서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그들 손에 죽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하시면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계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분께 묻는 것도 두려워하였다.  그들은 카파르나움에 이르렀다. 예수님께서는 집 안에 계실 때에 제자들에게, “너희는 길에서 무슨 일로 논쟁하였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러나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길에서 논쟁하였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자리에 앉으셔서 열두 제자를 불러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어린이 하나를 데려다가 그들 가운데에 세우신 다음, 그를 껴안으시며 그들에게  이르셨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르 9,30-37)

경쟁만큼 양면성이 있는 것도 참 드물죠. 건강한 경쟁은 유익합니다. 그런데 지나친 경쟁은 독선을 부릅니다. 경쟁이 없다면 대부분의 경우는 무기력하게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경쟁을 통해 세상은 발전하고 나아지게 되는 것은 맞습니다. 피곤하면서도 또 없으면 안 되는 경쟁. 그런데 경쟁은 무엇인가요? 간단합니다. 남보다 더 낫고자 하는 것입니다. 더 많이 알고자 하고 더 많이 가지고자 하고 더 많이 성취하고자 하는 것, 경쟁입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 사회는 경쟁의 강도가 유례없이 높은 사회라서, 경쟁의 긴장도가 보통 아니죠. 사람은 많고 자원은 적고, 적절한 사회적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그리고 요새는 실용의 이름 아래 경쟁을 예찬하다 보니 경쟁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면 맹목적으로 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태아 때부터 경쟁이 시작됩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아이들은 차라리 때리고 오지 맞고 오지는 말라는 말을 듣고 살고, 쟤를 눌러야 네가 올라간다고 은연중에 부추깁니다.  그런데 경쟁에 있어서 건강한가, 바람직한가 그렇지 않으면 지나친가, 파괴적인가의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예수님의 기준은 경쟁 그 자체에 있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만 몰두하다 보면 과정이야 어떻든지 간에 성과주의, 목표 지상주의로 빠지기 마련. 더 많은 결과물은 더 빠른 시간 안에 더 효율적으로 가져오는데만 모든 역량이 집중되게 되고 그 와중에 사람이야 어떻게 되건 말건, 부정직한 방법을 쓰건 말건 상관이 없어집니다. 온갖 탈법과 비법과 불법이 난무합니다.

 
제자들 사이에서마저도 이 경쟁이 드러납니다. 곧 누가 가장 큰 사람인가를 두고 다툼이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더 먼저 부르심 받았으니 더 큰 사람이라고 주장합니다. 내가 하느님 나라의 열쇠를 받았으니 더 큰 사람이 분명하다고 강변합니다. 나야말로 총애받는 사람이니, 스승님께서 나를 보시는 눈길이 얼마나 그윽한지 다 알지 않느냐면서 동의를 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마디로 예수님은 그 경쟁의 꼴사나운 모습을 보시고 쐐기를 박으시길,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경쟁 포기하라는 말씀입니다.  고작 고만한 권력이나 자리 차지하려고 아웅다웅하는 것이 제자라는 자들의 자세냐, 그러려고 따라다녔냐는 강력한 경고인 것입니다.

세월이 하수상하니 익히 알고 있는 유머 하나 투척합니다. 하필이면 조폭과 신부의 공통점을 찾아낸 사람은 누굴까 싶어요. 정치인과 조폭의 공통점도 아니고, 목사님과 조폭의 공통점도 아니고 내 참, 하여간 그렇습니다. 

1. 검정 옷을 자주 입는다. 옷을 입을 때 흰색 계통의 포인트를 준다. 
2. 식당에 가면 밥값을 내는 법이 없다. 주위에 여자가 많다.
3. 서로를 형님이라 부르고 상하관계가 확실하다. 그리고 확실한 대장이 있다.
4. 일정한 담당 구역이 있고 한번 시작하면 거의 빠져나오기 어렵다.
5. 목소리 착 깔고 말하고 걸핏하면 반말을 쓴다.
6. 일정한 때에 수금을 한다. 
7. 이자들은 무서운게없다. 

그양 우스개이지만 진짜 공통점은 낮은 자리를 기피한다는 것이겠지요. 조폭이야 그렇다 치고 사제들은 아차 하면 섬기는 자리를 떠나게 됩니다. 자못 세상이라도 다 얻은 듯 기세 등등해집니다. 이 모든 것은 낮아진 사람이 섬기는 사람이 보이는 모습이 아니죠.

높아지고자 기를 쓰는 모습을 보신 예수님은 낮아지야 사는 새로운 삶의 법칙을 세우셨습니다. 그러니까 경쟁은 전체를 위해서 바람직한 것인데, 이제 완전히 다른 목표를 가지고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내가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낮은 자리를 지키기 위한 경쟁, 남들이 원하지 않는 일, 꺼리는 일, 험한 일을 먼저 하려는 경쟁, 내가 더 많이 수고하고픈 경쟁! 그러나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경쟁!  그것이 꼴찌가 되고자 하는 거룩한 경쟁입니다. 목표가 완전히 재설정된 그런 다툼이라면 얼마든지 해도 좋은 것이 됩니다. 세상 돌아가는 방식과 좀 다르게 사는 것 복음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삶의 방식은 그렇습니다. 

조폭과 사제의 차이점도 있답니다.

1. 조폭은 칼을 연장으로 쓰지만, 사제는 십자가를 연장으로 쓴다.
2. 조폭은 몸에 문신을 새기지만, 사제는 십자 성호를 몸에 새긴다.
3. 조폭은 피를 보지만, 사제는 피를 마신다. 조폭은 살을 뜨지만, 사제는 살을 먹는다. (어째 무시무시하네요)
4. 조폭은 보스를 위해 희생하지만, 사제의 보스는 당신이 십자가에 희생되신다.   

부디 이 혼란이 속히 가라앉기를 청합니다.     

남상근 라파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