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마태오 16,13-19) -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2023.6.29.)
by honephil2023. 6. 29.
[묵상]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마태오 16,13-19) -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2023.6.29.)
베드로 사도는, 이스라엘 갈릴래아 호수에 인접한 벳사이다 출신으로 본이름은 시몬이다. 동생 안드레아와 함께 어부 생활을 하다가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예수님께서는 그의 이름을 베드로(반석)로 바꾸시고, 그를 사도단의 으뜸으로 삼으셨다. 복음서에 소개되는 베드로 사도의 모습은 소박하고 단순하다. 예수님을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라고 고백하여 칭찬받기도 하고, 예수님의 수난을 반대하다가 심한 꾸중을 듣기도 하였다. 로마 교회의 첫 주교로서 첫 번째 교황이기도 한 베드로 사도는, 67년 무렵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였다. 바오로 사도는 열두 제자와는 달리 비교적 늦게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는 본디 그리스도교를 열성적으로 박해하던 사람이었다. 그리스도인들을 잡아 가두려고 다마스쿠스로 가던 그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한 뒤 유다교에서 개종하여 그리스도의 사도가 되었다. 바오로 사도는 이방인들이 사는 여러 지역에 교회를 세웠다. 그 공동체들에 보낸 많은 서간이 오늘날 『성경』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전승에 따르면 그는 67년 무렵 로마에서 참수되었다.
오늘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입니다. 신앙 고백의 모범이 된 베드로와 신앙의 내용을 밝히 깨우쳐 준 바오로는, 교회의 기초를 놓아 준 사도들입니다. 우리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를 본받아,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를 고백하고 증언합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6,13-19 13 예수님께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 다다르시자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14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합니다.” 15 예수님께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16 시몬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17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18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19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입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는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다 순교하였습니다. 성 베드로는 예수님을 주님으로 알아볼 수 있었기에 하늘 나라의 열쇠를 가지게 되었고 성 바오로는 주님께서 함께 계심을 믿었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복음을 선포하였습니다. 오늘은 복음 선포와 두려움의 관계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장래가 유망한 어떤 여자 피아니스트가 세계 최고의 스승이 개인 제자를 뽑는다는 말에 콩쿠르에 참여하였습니다. 그의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가 떨리는 마음으로 연주했는데 거장의 평가는 박했습니다. 그녀는 실망하여 그날 부로 피아노를 접었습니다. 결혼하여 가정주부로 살아가던 중 그때의 그 거장이 자신의 도시에서 연주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거장은 그녀를 대번에 그날 연주를 가장 잘했던 학생으로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더욱 화가 나, 그러면 그때 왜 그렇게 박한 평가를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거장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말을 합니다. 그 말을 견뎌내지 못하면 언젠가 다른 어려움이 와도 견뎌내지 못합니다. 당신이 피아노를 포기한 건 내 탓이 아닙니다. 그러한 시련을 이겨낼 준비가 없었던 당신의 탓입니다.”
천재는 수많은 시련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시련을 끊임없이 이겨낼 에너지를 지니는 일입니다. 이 이야기의 여자 피아니스트는 그 에너지를 위대한 스승에게서 얻으려 하였습니다. 공갈 젖꼭지에서 어떤 에너지가 나올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공갈 젖꼭지’를 잃을까 두려워합니다. 엄마의 젖이 부족할 때 그러한 집착과 두려움이 일어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마라”라는 말로 가르침을 시작하십니다. 내가 사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에너지를 사람들로부터 얻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오히려 영혼도 육신도 지옥에서 멸망 시키실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여라”(마태 10,28)고 하십니다.
우리는 마치 ‘마차’와 같습니다. 다만 이 마차가 저절로 생겨났는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입니다. 만약 저절로 생겨났다고 믿으면 그 마차에 누구를 태울 것인지는 내가 결정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 손님을 잃을까 두려워하게 됩니다. 내가 태운 사람이 차비를 낼지, 안 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반면 내가 만들어졌다고 믿으면 나를 만든 이나 그가 원하는 사람을 태우게 되어있습니다. 이것이 믿음입니다.
어느 날 프로이센의 왕 프레데릭은 신하들과 같이 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리스도 예수를 비웃는 농담을 하였습니다. 그때 본질랜드 장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대왕 폐하! 대왕께서는 제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에 전쟁에서 대왕을 위하여 서른여덟 번 싸워서 이긴 것을 아실 것입니다. 이제 저는 나이가 들어 머지않아 대왕이 비웃으시는 저의 구세주 그리스도를 만나 뵈러 가게 됩니다. 저는 대왕보다 예수 그리스도께 의지해야 함을 압니다. 폐하, 소신은 이제 물러가려 합니다.”
다들 장군을 즉시 처형하라는 왕의 명령이 떨어지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왕이 일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본질랜드에게 사과하였습니다.
나를 만드신 분이 주님이시기에 주님을 내 마차에 태운다면 다른 이들은 두렵지 않습니다. 그들이 나의 생명을 좌지우지하지 못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사람을 두려워합니다. 그들에게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두려움 없음은 주님께서 계심을 드러내는 가장 큰 증언이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마태 10,32)라고 하십니다.
바오로와 실라스가 선교할 당시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지진이 일어나 쇠사슬이 풀리고 감옥 문이 열린 일이 있었습니다(사도 16,16-40 참조). 그런데 그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도망치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간수가 문이 열려 있는 감옥을 보고 사람들이 도망쳤을 것으로 생각하여 자결하려고 합니다. 그때 바오로는 자신들이 안에 있으니 그런 일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간수는 도망갈 기회가 있었는데도 여전히 감옥에 앉아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며 크게 감동합니다. 그리고 자신과 자기 가족들이 신앙을 받아들여 세례를 받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주님께서는 내 곁에 계시면서 나를 굳세게 해 주셨습니다. 나를 통하여 복음 선포가 완수 되고 모든 민족들이 그것을 듣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사자의 입에서 구출되었습니다”(2티모 4,17)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음이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 참 복음이었습니다. 이렇게 살기 위해서는 나의 마차에 나를 만드신 주님을 모시고 있기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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