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요한 15,9-17) - 성 마티아 사도 축일 (2025.5.14.)
마티아 사도는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뒤에 사도로 뽑힌 인물로, 열두 사도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유다의 자리를 채우게 된다. 그는 예수님의 공생활 초기부터 다른 제자들과 함께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가르침을 받고,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 그리고 승천까지 목격한 이로 예수님의 일흔두 제자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마티아 사도의 활동과 죽음에 관하여 확실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예루살렘에서 선교 활동을 펼친 데 이어 이방인 지역, 특히 에티오피아에서 선교하였다고 전해 온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5,9-17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9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10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11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
12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13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14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을 실천하면 너희는 나의 친구가 된다.
15 나는 너희를 더 이상 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종은 주인이 하는 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
내가 내 아버지에게서 들은 것을 너희에게 모두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16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을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시게 하려는 것이다.
17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오늘의 묵상 ||||||||||||||||||||||||
< 뽑혔다고 믿는 사람이 끝가지 가는 이유와 뽑기의 필요성 >
오늘 성 마티아 사도 축일입니다. 성 마티아는 가리옷 유다의 자리를 이은 사도입니다. 그는 제비로 뽑혔습니다. 그래서 농담으로 ‘로또의 주보 성인’이라고도 불립니다. 아무리 제비로 뽑았지만, 되려고 해서 된 것이 아니라 뽑혔다는 믿음은 그 일을 수행하면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결혼에 대해 생각해볼까요? 어떤 이들은 결혼식은 하지 않고 사귀기만 합니다. 하느님이 맺어주셨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보나 마나 그 관계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맺어주셨다는 명확한 표징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선 믿지 않으면 오래갈 수 없는 이유부터 알아야 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마찬가지지만, 관계도 믿음이 약해지면 깨지게 마련입니다. 만약 결혼했는데, 자기가 한 것처럼 생각할 때 힘든 일이 오면 그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내가 저 사람과 왜 결혼했을까?’
내가 한 결혼이기 때문에 깨지기도 쉽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주님께서 묶어주신 것이라고 믿을 때는 예수님의 “하느님께서 맺으신 것을 사람이 끊어서는 안 된다.”라는 말씀처럼 좀처럼 깨지기 어렵습니다.
대통령은 내가 된 것일까요? 아니면 국민에 의해 뽑힌 것일까요? 만약 뽑혔다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라는 말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내가 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하게 만든 것입니다. 혹은 “내가 했으니, 내가 지킨다.”라는 식으로 전쟁과 준하는 상황도 아님에도 국민을 향한 계엄령을 내릴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뽑혔다고 믿을 때 일을 끝까지 잘 수행해 낼 수 있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이것입니다. 내가 하느님께 뽑혔다고 믿을 때는 그 뽑아준 이가 충만한 ‘도움을 줄 것’ 또한 믿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못 해요!”라고 하지 않습니다. 모세를 이집트로 보낸다면 하느님은 반드시 이스라엘을 빼 올 지팡이도 들려 보내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믿어야 일을 해 낼 수 있고 온갖 어려움에도 흔들림이 없습니다. 할 수 있다고 믿으니까 뽑아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주님께서 뽑아주신 것을 믿을 수 있을까요? 뽑히는 ‘예식’을 행해야 합니다. 그 예식을 통해 누구나 뽑혔다고 믿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이 인정할 수 있는 예식이 필요합니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은 돌아가신 아빠 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엄마와 왕래했지만, 삼촌 집에 식모처럼 얹혀사는 중이었습니다. 애순 엄마는 애순이가 그 집에서 없는 사람 취급당한다는 것을 듣습니다. 조기를 애순이만 뺀 숫자만 산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알고는 그들이 좋아하는 조기를 내던지며 애순을 집으로 데려옵니다. 애순은 이 과정을 통해서만 뽑혔음을 믿게 됩니다.
세례는 왜 받고 혼배성사는 왜 할까요? 성품성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예식을 통해 가장 이익을 보는 것은 그 예식에 참여한 자기 자신입니다. 그 예식을 통해 진짜 믿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식은 믿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왜 살과 피라고 성체성사 때 굳이 말하는 것일까요? 믿지 않으면 성사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부르심을 받았다고 믿을 때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위해 빵과 포도주가 봉헌됩니다.
많은 이들이 왕이 되기 위해 바위에 꽂힌 검, 엑스칼리버를 뽑으려 시도하지만 실패합니다. 결국 젊은 아서만이 검을 뽑아내고, 이로써 그가 영국의 정당한 왕임이 증명됩니다. 엑스칼리버를 뽑는 행위는 아서가 신성한 선택을 받았음을 공표하는 명확한 ‘표징’이자 ‘예식’입니다. 이 예식을 통해 아서는 자신과 백성들 모두에게 왕으로서의 정체성과 사명을 확인받고, 이를 바탕으로 왕국을 이끌어갈 힘과 정당성을 얻습니다. 예식은 이렇듯 ‘인정받는 행위’입니다. 그 인정이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믿음을 주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무도회에서 왕자를 만났지만 자정이 되어 급히 떠나야 했던 신데렐라는 유리구두 한 짝을 남깁니다. 왕자는 유리구두가 발에 맞는 여성을 찾아 신데렐라를 다시 만나고 결혼합니다. 유리구두는 신데렐라가 왕자와 연결될 운명임을 나타내는 중요한 ‘인정받는 표징’입니다. 유리구두를 신어보는 과정은 마치 신데렐라의 특별한 신분을 확인하는 ‘예식’과 같으며, 이를 통해 그녀는 이전의 힘든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위와 행복을 얻게 됩니다.
어머니는 ‘저의 생일’ 때 어깨를 잡으시고 ‘엄마는 일곱 살까지만 키워주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만약 저의 생일이 아니었고, 어깨를 잡지 않았다면 그 임팩트는 그렇게 크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마티아를 뽑기 위해 그들이 단순히 제비 뽑기만을 한 것이 아닙니다. 함께 기도하였습니다. 그 기도를 통해 제비뽑기가 단순한 운이 아니라 하느님이 개입해야 하는 것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도 관계도 구원도 믿음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믿음을 위해 반드시 예식이 필요합니다. 이렇듯 인정받았음을 믿게 하는 예식이 반드시 필요하여 주님께서 칠성사를 세우신 것입니다.
https://youtu.be/Xk0_M8tIO5c?si=cFLSM2f8hzzTFxfL
#전삼용 요셉 신부의 매일미사 묵상글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요한 15,9
As the Father loves me, so I also love you. Jn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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