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너희는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요한 1,47-51) -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 (202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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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샘

[묵상] 너희는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요한 1,47-51) -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 (2021.9.29.)

by honephil 2021. 9. 29.

교회는 제4차 라테라노 공의회(1215년)와 제1차 바티칸 공의회(1869-1870년)를 통하여 천사의 존재를 신앙 교리로 선언하였다. 그러나 천사에 대한 학자들의 여러 학설에 대해서는 유권적인 해석을 하지 않았다. 다만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대천사 이외의 다른 천사의 이름은 금하고 있다. 천사들의 축일도 오늘의 세 대천사 축일과 ‘수호천사 기념일’(10월 2일)을 정하여 천사 공경을 권장하고 있다. 세 대천사 이름의 뜻은 다음과 같다. 미카엘은 ‘누가 하느님 같으랴?’, 가브리엘은 ‘하느님의 사람, 영웅, 힘’, 라파엘은 ‘하느님께서 고쳐 주셨다.’이다.

 

<너희는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47-51
그때에 47 예수님께서는 나타나엘이 당신 쪽으로 오는 것을 보시고
그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
48 나타나엘이 예수님께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 하고 물으니,
예수님께서 그에게 “필립보가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내가 보았다.” 하고 대답하셨다.
49 그러자 나타나엘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십니다.”
50 예수님께서 나타나엘에게 이르셨다.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해서 나를 믿느냐?
앞으로 그보다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이다.”
51 이어서 그에게 또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오늘의 묵상 |||||||||||||||||||||||


예수님께서는 나타나엘의 마음속에 담긴 진실한 갈망을 보시고, 그를 참된 이스라엘 사람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필립보가 나타나엘에게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고 예언자들도 기록한 분”(요한 1,45)으로 예수님을 소개하였을 때, 나타나엘은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요한 1,46)라고 퉁명스럽게 말하였습니다.

 

오경은 물론 라삐 문헌들을 연구하고 메시아를 갈망하던 나타나엘에게 필립보는 “와서 보시오.”(요한 1,46)라며 그를 예수님께 초대합니다. 나타나엘은 예수님과 대화에서 자신이 갈망하던 이스라엘의 구원이 예수님을 통하여 이루어짐을 고백합니다.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다니엘서 7장을 상기시키시고, 종말의 광경이 당신에게서 시작되며, 당신의 현존이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하는 구원 성취의 시작임을 알려 주십니다.

 

오늘은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입니다. 구원의 역사 안에서 대천사들은 저마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세상에 알려 줍니다. “천사들보다 잠깐 낮추셨다가 영광과 존귀의 관을 씌워 주신”(히브 2,7) 인간을 위하여, 주님께서는 천사들을 통하여 당신의 뜻을 알리시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끄십니다.

 

이는 우리가 천사들을 통하여 어떤 영적이고 신비한 체험을 기대하기를 바라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를 마지막 날까지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도록 이끄시는 하느님의 배려이며, 자비로우신 마음입니다.

 

신우식 토마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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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없는 관계는 소멸한다>

 

      오늘은 세 대천사 축일입니다. 천사는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주는 중개자 역할을 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직접 인간과 대화하시고 친교를 맺으시면 되지 왜 천사를 만드셔서 중개하게 하셨을까요?

 

    그 이유는 관계를 맺는 두 당사자 간의 거리는 멀수록 좋기 때문입니다. 어떤 뜻이냐면 관계 당사자가 서로 가까워질수록 관계는 소멸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관계는 믿음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너무 가까워서 하나가 되어버리면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러면 실상 관계는 소멸하는 것입니다. 둘이 뭉쳐서 하나가 되면 독립성과 개별성, 그리고 자유에 대한 존중이 사라집니다. 이게 사라지면 인격적인 관계가 아닙니다. 누군가를 소유하는 물건처럼 취급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일단 나의 ‘자유’가 구속당하면 그것으로 관계는 이미 소멸을 시작하게 됩니다.

 

    남자를 자기 침대에 묶어 놓는 영화 ‘미저리’나 여자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손과 발을 자르는 영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와 같은 것들은 공포가 따로 없습니다. 상대가 나를 떠날 수 없게 되면 이제 상대를 나와 함께 머물게 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서로 간에 상대를 잡아놓기 위해 내어놓아야 하는 ‘피’, 곧 ‘희생’이 사라지기 때문에 둘의 관계는 소멸하는 것입니다.

 

    관계를 이어주는 것은 서로의 ‘피’입니다. 이것이 상대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 이 ‘피’와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가 ‘천사’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당신과 머물게 하려고 당신 천사인 ‘그리스도’를 내어놓으시고 인간은 ‘선악과’를 봉헌합니다. 그리스도는 세상을 당신과 머물게 하시려고 당신 살과 피와 같은 ‘교회’를 내어놓고 이것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교회라는 천사를 통해 좋은 친교를 맺으십니다.

 

    모든 관계가 이렇습니다. 중간에 피와 같은 천사가 오가지 않으면 관계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사랑이 깊을수록 두 사람은 서로의 고유함을 존중해주기 때문에 하늘과 땅처럼 실제 거리는 멉니다. 절대 그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습니다. 이때 하늘을 나타내는 아버지와 땅을 나타내는 아드님이 그 상징입니다. 그리고 그 중간을 오가는 두 분의 피가 곧 천사들, ‘성령’을 의미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사랑은 삼위일체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사랑은 하느님을 닮지 못했습니다. 피를 흘릴 줄 모릅니다. 소유의 본성으로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남자와 여자는 사귈 때 피가 덜 담긴 매개체를 이용합니다. 예를 들면 영화나 책, 음악이나 취미 등입니다. 그러다 만나서 함께 살다 보면 현실의 벽에 부딪힙니다.

 

    일본에서 흥행한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2021)도 두 남녀의 이런 관계를 잘 표현했습니다.

    영화와 책을 좋아해서 만난 두 연인은 함께 동거합니다. 하지만 3년이 되니 현실적인 문제가 앞을 가로막습니다. 막상 필요한 것은 ‘돈’입니다. 돈은 곧 나의 희생이자 피와 같습니다. 그러나 여자는 아직 로맨스를 꿈꿉니다. 여기에서 갈등이 시작됩니다.

 

    여자 주인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일을 하기 위해 자격증까지 따서 들어간 회사를 그만둡니다. 그러자 남자는 화가 납니다. 자신도 만화를 그리는 것이 좋지만 함께 살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는데 여자는 여전히 이전의 즐거움을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합니다.

 

    “그런 애매한 곳 들어갔다가 잘 안 되면 어쩌려고?”

 

여자는 자신의 취향을 짓밟는 남자에게 짜증을 내며 말합니다.

 

    “그거야 그때 가서... 맞는 말이야... 너는 업무에 책임감을 갖고 힘든 상황에서도 잘하고 있는데.”

 

    “힘들다고 생각 안 해. 일이니까. 거래처 분이 뒈지라며 욕하고 침을 뱉을 때 내가 이러려고 태어났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힘들지 않아. 업무니까.”

 

    “그 거래처 사람이 정상이 아니네.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 해도 이마무라 나츠코의 ‘소풍’을 읽어도 아무것도 못 느낄 거야. 그런 인간이 너에게 상처를 준다는 건….”

 

    “어쩌면 나도 이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수 있어. ‘골든 카무이’도 7권에서 멈췄고 ‘보석의 나라’ 이야기는 기억도 안 나고 아직도 그런 걸 읽는 네가 부럽기만 해.”

 

여자는 한심한 듯이 말합니다.

 

    “읽으면 되잖아. 숨 좀 돌리면서 살아.”

 

남자도 짜증이 납니다.

 

    “그게 안 돼. 머리에 안 들어와! ‘퍼즐 앤 드래곤’ 외엔 하고 싶지 않아……. 어쨌거나 직장 일도 생활을 하기 위한 거잖아. 전혀 힘들지 않아. 취미를 살리니 뭐니 하는 건 내 입장에선 인생을 얕보는 거로 들려.”

 

    “좋아서 함께 지내는데 왜 그리 돈만 중시해?”

 

    “오래 함께 있고 싶으니까 하기 싫은 일도 하면서….”

 

여자는 소리를 지릅니다.

 

    “난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살긴 싫어. 즐겁게 살고 싶어.”

 

남자도 소리 지릅니다.

 

    “그럼 결혼하자! 결혼하자고. 내가 열심히 돈 벌게. 넌 돈 벌지 말고 집에 있어. 집안일 안 해도 돼. 매일 좋아하는 일만 해!”

 

여자는 한심한 듯 읖조립니다.

 

    “그거 프로포즈야? 지금 프로포즈 한 거야? 생각했던 거랑 완전 다르네. 휴….”

남자도 고개를 떨구며 말합니다.

 

    “없던 걸로 해….”

 

    그렇게 둘은 4년의 동거를 마치고 결혼에 골인하지 못합니다. 남자는 함께 사는 것에 의를 두고 살려고 하지만 여자는 더는 아무 로맨스도 느끼지 못하는 남자와 함께 살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헤어지자고 하고 나서 어쩔 수 없이 여자가 방을 구하는 3개월 동안 함께 사는데 이젠 서로를 구속하지 않으니 친구처럼 다시 재밌게 사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상대를 구속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그리고 둘의 사이를 희생의 피로 메웠으면 어땠을까요? 하지만 두 사람이 마음이 맞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 때문에 삼위일체 교리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버지는 하늘이고 아드님은 땅입니다. 서로 하늘과 땅처럼 멉니다. 이는 서로를 간섭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성령을 통하여 당신 전부를, 아드님은 십자가 죽음을 통하여 성령을 아버지께 보내십니다. 이 오가는 천사와 같은 성령님이 둘의 공간을 메워줍니다. 이렇게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과 같은 사랑을 하십니다. 그럼으로써 탄생하는 것이 그 자녀들인 교회입니다. 교회는 오가는 천사의 도움으로 시들지 않는 사랑을 하는 하느님 사랑을 닮은 자녀들입니다.

 

    천사의 존재는 바로 이 삼위일체 사랑의 핵심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천사 없는 관계는 소멸합니다. 자유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https://youtu.be/rZJY1PiI9wE

#전삼용 요셉 신부의 매일 복음 묵상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요한 1,51

 

You will se the sky

opened and angels of God

ascending and descending

on the Son of Man.

Jn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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