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날에는 티로와 시돈과 소돔 땅이 너희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20-24
20 그때에 예수님께서 당신이 기적을 가장 많이 일으키신 고을들을
꾸짖기 시작하셨다.
그들이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1 “불행하여라, 너 코라진아! 불행하여라, 너 벳사이다야!
너희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티로와 시돈에서 일어났더라면,
그들은 벌써 자루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하였을 것이다.
22 그러니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심판 날에는 티로와 시돈이 너희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23 그리고 너 카파르나움아, 네가 하늘까지 오를 성싶으냐?
저승까지 떨어질 것이다.
너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소돔에서 일어났더라면,
그 고을은 오늘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
24 그러니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심판 날에는 소돔 땅이 너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오늘의 묵상 |||||||||||||||||||||||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기적을 가장 많이 일으키신 고을들”을 꾸짖으십니다. 코라진과 벳사이다 그리고 카파르나움은 모두 갈릴래아 호숫가에 있는 마을입니다. 카파르나움은 ‘예수님의 고을’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예수님께서 많은 시간을 보내셨던 곳입니다. 코라진과 벳사이다 역시 카파르나움에서 북쪽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고을들로, 지금도 그곳에는 무너진 마을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갈릴래아 호수 근처의 이 고을들은 오늘 복음에서 불행 선언의 대상이 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예수님께서 그곳에서 다른 곳보다 더 많은 기적을 일으키셨기 때문입니다. 기적은 예수님의 초자연적인 능력에 대한 표현이지만, 그 결과는 항상 예수님을 향합니다. 기적을 통하여 드러나는 것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는 사실입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라면 가장 많은 기적을 일으키신 이 고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예수님을 더 믿고 그분의 말씀을 따라야 하였지만 그러지 못하였습니다. 그들은 회개하지 않았습니다.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은 그만큼 많이 사랑해야 합니다. 큰 용서를 받은 사람도 그만큼 많이 용서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많이 받은 사람 역시 더욱 참된 신앙인으로 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받는 것에만 익숙하고 베풂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은 감사한 마음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더 좋은 것을, 더 큰 것을 받고자 애쓸 뿐입니다. 우리는 얼마만큼의 은총과 사랑을 받고 용서를 체험하였습니까?
허규 베네딕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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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이 많을 때가 가장 위험한 때다>
어떠한 판단을 내릴 때, 배가 부를 때 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배고플 때 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까요? 배가 부르면 교만해져서 어리석은 판단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어떠한 판단을 할 때 될 수 있으면 배가 고플 때까지 기다렸다가 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세상은 이전보다 많이 배가 부른 상태입니다. 그렇게 되면 인간이 하는 선택들 때문에 결국 자멸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역사적으로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 남태평양의 이스터섬이 있습니다. 비교적 높은 수준의 문명이 존재했던 이스터섬은 1,200년을 전후해 인구가 2만 명에 이를 만큼 번창했었습니다. 그러나 1722년 이들을 처음 본 네덜란드인들은 이스터섬이 황량한 모래로 가득 차 있었으며 3,000명 정도의 원주민들만 비참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왜 풍요롭기만 했던 이들이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던 것일까요? 바로 높이가 20미터에 이르고 무게가 90톤이 되는 정교하게 조각된 거대 석상인 모아이를 운반하기 위해 수많은 나무를 베어 숲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나무가 사라지자 섬이 황폐해졌고 겨울엔 땔감도 구할 수 없었습니다. 더 문제였던 것은 나무가 없으니 물고기를 잡을 카누도 만들 수 없었던 것입니다. 가장 풍요로울 때 거대한 석상들을 만들어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려 했고 그것이 멸망의 원인이었던 것입니다. 모든 나라나 모든 개인은 이런 식으로 망합니다. 인간은 배부를 때 어리석은 생각을 많이 합니다. 동식물이나 자연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교만 때문입니다.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마오쩌둥은 1949년 정권을 잡았을 때 가장 어리석은 결정을 내립니다. 당시 중국은 보건 문제가 심각하여 콜레라, 흑사병, 말라리아 등의 전염병이 창궐했습니다. 그래서 ‘제사해 운동’을 시작합니다. 모기와 쥐, 파리와 참새를 박멸하려는 노력입니다. 모기는 말라리아를 퍼뜨리고, 쥐는 흑사병을, 파리는 성가시니까 박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참새는 한 마리당 곡식을 4.5킬로그램이나 먹어치웠습니다. 전쟁은 승리로 끝났습니다. 쥐 15억 마리, 모기 1,100만 킬로그램, 파리 1억 킬로그램, 참새 10억 마리가 소탕된 것입니다. 그런데 참새 10억 마리가 먹어야 할 해충들이 득실거리기 시작하였고 그렇게 메뚜기 떼가 구름처럼 중국의 곡식들을 싹쓸이하였습니다. 1959년에서 1962년까지 중국에 대기근의 큰 원인이 이것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적게는 1,500만 명, 많게는 3,0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교만해지면서 자연을 마구 훼손하게 되었고 그렇게 자신도 피해를 보게 됩니다. 인간의 능력이 향상돼서 자연을 좌지우지하게 될 때가 가장 위험한 때입니다. 인간이 잘살게 된 것은 많은 은총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은총 바로 뒤에는 멸망이 따라옴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에 따르면 죄가 많은 곳에 은총도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은총이 죄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은총은 죄에서 벗어나라고 주시는 선물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그런 선물들을 받으면서도 더 큰 죄로 빠져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카파르나움, 코라진, 벳사이다를 꾸중하십니다. 당신께서 많은 은총을 부어주셨음에도 그들은 더욱 악한 길로 빠져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소돔’ 이야기를 하십니다. 소돔도 당시 있었던 도시 중에 은총을 가장 많이 받은 동네입니다. 먹고 살 걱정이 없었고 심지어 두 천사가 다른 동네엔 안 들어가도 그 동네엔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은총 충만의 바로 뒤에는 멸망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인간은 은총이 충만할수록 어리석은 짓을 많이 합니다. 교만해지기 때문입니다. 배고플 때 나쁜 짓 하는 것보다 배부를 때 더 많이 하고 더 크게 합니다. 그러면서도 은총을 청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은총을 주시면서도 그 결말이 안 좋을 것을 아시고 지금도 경고하고 계십니다. 인간은 더 잘살게 될수록 더 악해질 것입니다. 이렇게 은총이 많은 시대에 멸망이 아닌 회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돔 꼴을 당합니다. 은총을 부여잡고 롯처럼 이 어리석음에서 탈출해야 합니다. 카파르나움, 코라진, 벳사이다도 풍족한 동네였지만 지금은 돌무더기만 남아있습니다. 은총이 많을 때가 가장 위험한 때입니다. 우리는 은총이 충만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언제나 ‘은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들도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배부를 때를 항상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의 매일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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