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예수님께서 많은 병자를 고쳐 주시고 빵을 많게 하셨다. (마태오 15,29-37) -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기념일 (202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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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샘

[묵상] 예수님께서 많은 병자를 고쳐 주시고 빵을 많게 하셨다. (마태오 15,29-37) -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기념일 (2025.12.3.)

by honephil 2025. 12. 3.

[묵상] 예수님께서 많은 병자를 고쳐 주시고 빵을 많게 하셨다. (마태오 15,29-37) -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기념일 (2025.12.3.)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은 1506년 에스파냐 바스크 지방의 하비에르성에서 태어났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하다가 만난 이냐시오 성인의 영향으로 수도 서원을 하였다. 1537년에 베네치아에서 사제가 된 그는 예수회 첫 번째 회원으로 자선 사업에 헌신하였고, 인도와 일본에서 열정적으로 선교하여 많은 이를 교회로 이끌었다.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는 선교를 위하여 중국으로 향하던 중 1552년 12월 중국 땅이 바라보이는 샹추안섬에서 선종하였다.

 

1662년에 시성된 성인은 바오로 사도에 버금가는 위대한 선교사로 불린다. 수많은 위험과 역경을 딛고 먼 거리를 여행하며 선교에 힘썼기 때문이다. 1927년 비오 11세 교황께서 성인을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와 함께 ‘선교의 수호자’로 선포하셨다.

 

<예수님께서 많은 병자를 고쳐 주시고 빵을 많게 하셨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5,29-37
그때에 29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숫가로 가셨다.
그리고 산에 오르시어 거기에 자리를 잡고 앉으셨다.
30 그러자 많은 군중이
다리저는 이들과 눈먼 이들과 다른 불구자들과 말못하는 이들,
그리고 또 다른 많은 이들을 데리고 예수님께 다가왔다.
그들을 그분 발치에 데려다 놓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고쳐 주셨다.
31 그리하여 말못하는 이들이 말을 하고 불구자들이 온전해지고
다리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눈먼 이들이 보게 되자,
군중이 이를 보고 놀라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32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까이 불러 이르셨다. “저 군중이 가엾구나.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머물렀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길에서 쓰러질지도 모르니 그들을 굶겨서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
33 제자들이 예수님께 “이 광야에서 이렇게 많은 군중을
배불리 먹일 만한 빵을 어디서 구하겠습니까?” 하고 말하였다.
34 예수님께서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 하시자,
그들이 “일곱 개가 있고 물고기도 조금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35 예수님께서는 군중에게 땅에 앉으라고 분부하셨다.
36 그리고 빵 일곱 개와 물고기들을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
37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았더니 일곱 바구니에 가득 찼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오늘의 묵상 ||||||||||||||||||||||||

< 은총을 원한다면, 주님께 당신을 ‘공들일 시간’을 드리십시오 >


미하엘 엔데의 명작 소설 『모모』에는 사람들의 시간을 훔쳐가는 '회색 신사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시가를 피우며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속삭입니다.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멍하니 있는 시간, 부모님을 돌보는 시간, 친구와 수다 떠는 시간을 줄여 시간저축은행에 맡기십시오. 그러면 부자가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 말에 속아 미친 듯이 바쁘게 살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부자는 되었지만, 그들의 삶은 회색빛으로 변해갑니다. 삭막하고, 짜증이 늘고, 눈빛은 죽어갑니다. 시간을 아꼈는데, 정작 '삶'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반면 고아 소녀 모모는 가진 것이라고는 '시간'뿐입니다. 그녀는 사람들이 찾아오면 시계를 보지 않고 하염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함께 머물러 주는(Stay)' 그 시간 속에서, 다투던 사람들은 화해하고, 지친 사람들은 용기를 얻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기적은 바쁜 효율성 속에 있지 않습니다. 모모처럼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낭비하는 시간 속에 숨어 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날 우리는 모두 회색 신사들에게 영혼을 저당 잡힌 채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숏폼(Short-form) 영상의 15초도 지루해서 넘겨버리는 '초가속의 시대'입니다. 뇌는 끊임없는 자극에 중독되어, 잠시도 멈추지 못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도파민 디톡스'나 '멍때리기 대회', 심지어 돈을 내고 독방에 갇히는 '감옥 호텔'과 '템플 스테이'가 유행입니다.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자유를 얻기 위해 돈을 내고 자신을 가두어야 하다니요. 이것은 우리 영혼이 비명을 지르며 "제발 좀 멈춰라, 비우고 싶다"고 호소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우리에게 오늘 복음의 장면은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예수님을 따라나선 군중들은 광야에서 무려 '사흘'을 머물렀습니다. 먹을 것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도 잊은 채,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 안에 푹 잠겨 있었습니다. 그들은 육체의 배고픔보다 영혼의 허기가 더 컸기에, 예수님 곁에 머무는 그 시간을 낭비라 여기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들을 보시고 마음이 움직이셨습니다. "저 군중이 가엾구나.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머물렀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마태 15,32).

 

여기서 "가엾다(Splanchnizomai)"는 말은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애끓는 사랑을 뜻합니다. 예수님은 지나가는 구경꾼이 아니라, 당신 곁에 머물며 시간을 내어드린 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십니다. 빵 일곱 개로 사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군중들이 예수님께 바친 '사흘'이라는 시간의 열매였습니다.

 

구약 성경 열왕기 하권에는 이 원리를 명확히 보여주는 예화가 있습니다. 남편을 잃고 빚더미에 앉은 한 과부가 엘리사 예언자에게 호소합니다. 엘리사는 그녀에게 묻습니다. "집에 무엇이 있느냐?" "기름 한 병뿐입니다." 그러자 엘리사는 묘한 지시를 내립니다. "이웃들에게 가서 '빈 그릇'을 빌려 오시오. 조금 빌리지 말고 되도록 많이 빌려 오시오. 그리고 문을 걸어 잠그고 그 빈 그릇들에 기름을 부으시오."(2열왕 4,3-4).

 

여인이 빈 그릇을 빌려와 기름을 붓자, 작은 병에서 기름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와 모든 그릇을 채웠습니다. 그런데 아들에게 "그릇을 더 가져오너라"고 했을 때 아들이 "더 이상 빈 그릇이 없습니다"라고 하자, 그 순간 기름은 멈추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기름)은 무한하지만, 그것을 담을 우리의 '빈 그릇(시간/공간)'이 없으면 흐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바빠서 마음의 빈 그릇을 준비하지 않으면, 하느님은 주실 수가 없습니다. 기적은 하느님의 능력이 부족해서 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분께 내어드릴 '빈 시간'이 없어서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의 신비는 역설적입니다. 채우려고 애쓰면 비게 되고, 비우려고 애쓰면 채워집니다. 우리가 나를 고독으로 내어드릴 때, 그분은 '친구'로 다가오십니다. 나를 침묵으로 내어드릴 때, 그분은 생명의 '말씀'으로 다가오십니다. 나를 단식(배고픔)으로 내어드릴 때, 그분은 영원한 '양식'으로 오십니다. 그리고 나를 철저한 무(Nothing)로 내어드릴 때, 그분은 나의 전부(Everything)가 되어 오십니다.

 

우리가 그분이 오실 자리를 마련해드리고 싶다면, 그분께서 우리를 가꾸시고 공들일 수 있는 '시간의 빈 그릇'을 마련해드려야 합니다. 꽉 찬 그릇에는 아무것도 담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이 비밀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네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그 꽃을 위해 공들인(낭비한) 그 시간 때문이야."

 

우리가 성체 조배실에 앉아 있는 시간, 묵주기도를 바치는 그 시간은 세상의 눈으로 보면 낭비입니다. 생산성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빈 시간'을 주님께 봉헌할 때, 주님께서는 바로 그 시간에 우리 영혼의 밭을 가꾸십니다. 잡초를 뽑고, 물을 주며, 우리를 당신의 '소중한 장미'로 만들어 가십니다.

 

여러분이 주님을 위해 시간을 '낭비'할 때, 주님께서는 그 시간을 재료 삼아 여러분의 인생을 기적으로 바꾸실 것입니다. 밥보다 말씀이 고파 사흘을 견딘 군중처럼, 우리도 주님 곁에 빈 마음으로 머무릅시다. 주님께서는 결코 우리를 굶겨서 돌려보내지 않으실 것입니다. 아멘.
https://youtu.be/UeHAepRKilk?si=AYip_9OFu6kquQWx

 

 

#전삼용 요셉 신부의 매일미사 묵상글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마태 15,37

They all ate and were satisfied. Mt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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