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마태오 12,46-50) -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2025.11.21.)
이날은 동방 교회의 신자들과 함께, 성모님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실 때 은총을 가득히 채워 주신 그 성령의 감도로 성모님께서 아기 때부터 하느님께 봉헌되신 것을 기리는 날이다. 성모님의 부모인 요아킴과 안나는 성모님께서 세 살 되시던 해에 성전에서 하느님께 성모님을 바쳤다고 전해 온다. 이날은 본디 6세기 중엽 예루살렘 성전 가까이에 세워진 새로운 성모 성당의 봉헌을 기념하는 날이었는데, 1472년 식스토 4세 교황께서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로 선포하셨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46-50
그때에 46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고 계시는데,
그분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그분과 이야기하려고 밖에 서 있었다.
47 그래서 어떤 이가 예수님께, “보십시오,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과 이야기하려고 밖에 서 계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48 그러자 예수님께서 당신께 말한 사람에게,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하고 반문하셨다.
49 그리고 당신의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50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오늘의 묵상 ||||||||||||||||||||||||
< 당신의 제단이 당신의 인간관계를 만든다 >
덴마크의 황량한 바닷가 마을, 회색빛 하늘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엄격한 율법에 매여 서로를 정죄하고 미워하던 이 척박한 마을에 프랑스 여인 바베트가 찾아옵니다. 그녀는 14년 동안 무보수로 헌신하다가, 어느 날 복권에 당첨되어 1만 프랑이라는 거금을 얻게 됩니다.
모두가 그녀가 돈을 가지고 떠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바베트는 놀라운 선택을 합니다. 그 모든 돈을 쏟아부어 마을 사람들을 위한 단 한 번의 프랑스 정찬을 준비한 것입니다. 그녀가 준비한 최고의 음식과 와인 앞에서, 얼음장 같던 노인들의 마음이 녹아내렸습니다. 미움은 사라지고, 서로 용서하며 하나가 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재산을 다 써버린 그녀에게 "이제 가난해져서 어떡하냐"고 묻자, 바베트는 이렇게 답합니다. "아닙니다. 위대한 예술가는 결코 가난하지 않습니다." 바베트에게는 돈보다 더 중요한 '제단'이 있었습니다. 바로 '예술'이라는 제단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돈과 에너지를 그 제단에 봉헌했기에, 사람들에게 환희와 화해를 선물할 수 있었고 그 관계 안에서 천국을 맛보았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바베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안방에, 당신의 심장 한가운데에 어떤 제단을 쌓고 있습니까?" 우리는 모두 무언가에 자신을 바치는 존재입니다. 어떤 이는 '돈'이라는 제단을 쌓고 자신의 모든 시간을 바칩니다. 어떤 이는 '성공'이나 '자식', 혹은 '쾌락'이라는 제단에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그리고 그 제단에서 나오는 것으로 사람들을 모으려 합니다. 돈으로 사람을 사고, 외모로 사람을 홀리고, 권력으로 사람을 묶어둡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마르지 않는 샘은 하느님뿐이십니다. 돈, 명예, 육체적 매력, 이 모든 것은 유한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보십시오. 나무가 사과와 가지를 줄 수 있을 때 소년은 곁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무가 다 털리고 그루터기만 남았을 때, 소년은 떠나갔습니다.
여러분의 제단 위에 있는 것이 말라버리면, 그것을 보고 모여들었던 사람들도 떠나갑니다. 돈이 떨어지면 돈을 보고 모인 이들이 떠나고, 젊음이 사라지면 육체를 탐했던 이들이 떠납니다. 그런 인간관계에는 '친밀함'이 없습니다. 거래만 있을 뿐입니다. 행복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껍데기뿐인 관계, 그것이 하느님 없는 제단을 쌓은 사람의 비극적인 결말입니다.
그렇다면, 떠나지 않는 사람들, 참다운 사랑을 주고받는 '하느님 나라의 공동체'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에 그 답이 있습니다. 성모님은 세상의 부귀영화나 헛된 우상에게 제단을 내어주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오직 하느님께만 당신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셨습니다. 당신의 몸과 마음을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제단으로 만드신 것입니다. 그러자 어떤 일이 일어났습니까?
그 제단 위로 성령께서 내려오셨고, 마르지 않는 생명의 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잉태되셨습니다. 성모님은 사람들에게 돈이나 쾌락을 주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영원한 생명이신 예수님을 주셨습니다. 그랬기에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신앙인이 성모님을 어머니라 부르며 그분 곁에 모여듭니다. 성모님의 제단은 하느님과 연결되어 있기에 결코 마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행복한 성가정을 이루고, 친밀한 공동체를 만드는 유일한 비결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오늘 이 시간, 냉정하게 나의 제단을 점검해 봅시다. 나는 오늘 하루, 나의 뜻과 에너지를 어디에 봉헌했습니까? 구약 성경 열왕기에 나오는 사렙타의 과부를 기억하십시오. 그녀는 마지막 남은 밀가루 한 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간적인 눈으로 볼 때 그것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식량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예언자의 말씀에 순종하여, 그 마지막 한 줌을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하느님의 사람을 위한 제단에 바쳤습니다. 자신의 생존 본능보다 하느님의 약속을 더 신뢰하며 자신을 봉헌했을 때, 성경은 "주님께서 땅에 비를 다시 내려 주실 때까지, 밀가루 단지는 비지 않고 기름병은 마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증언합니다.
여러분의 인간관계는 여러분 안의 제단에 의해 결정됩니다. 나를 위해 쌓은 제단은 고독을 낳지만, 하느님을 위해 봉헌한 제단은 사랑을 낳습니다. 오늘 성모님처럼, 여러분의 의지와 욕망, 그리고 여러분의 가장 소중한 것을 하느님의 제단 위에 올려놓으십시오. 내가 내어놓은 그 자리에 하느님께서 마르지 않는 은총을 채워주실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여러분은 가족과 이웃에게 참된 기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여러분의 곁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영원히 머물게 될 것입니다.
https://youtu.be/d8pHMUS5Kbc?si=nibgE241EwAdgZQx
#전삼용 요셉 신부의 매일미사 묵상글

모든 인간은 주님 앞에서 조용히 하여라. 즈카 2,17
Silence, all people, in the presence of the Lord. Zec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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