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요한 1,35-42) - 주님 공현 대축일 전 수요일(2023.01.04.)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35-42
그때에 35 요한이 자기 제자 두 사람과 함께 서 있다가,
36 예수님께서 지나가시는 것을 눈여겨보며 말하였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37 그 두 제자는 요한이 말하는 것을 듣고 예수님을 따라갔다.
38 예수님께서 돌아서시어 그들이 따라오는 것을 보시고,
“무엇을 찾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이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 하고 말하였다.
‘라삐’는 번역하면 ‘스승님’이라는 말이다.
39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와서 보아라.” 하시니,
그들이 함께 가 예수님께서 묵으시는 곳을 보고
그날 그분과 함께 묵었다.
때는 오후 네 시쯤이었다.
40 요한의 말을 듣고 예수님을 따라간 두 사람 가운데 하나는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였다.
41 그는 먼저 자기 형 시몬을 만나,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하고 말하였다.
‘메시아’는 번역하면 ‘그리스도’이다.
42 그가 시몬을 예수님께 데려가자, 예수님께서 시몬을 눈여겨보며 이르셨다.
“너는 요한의 아들 시몬이구나. 앞으로 너는 케파라고 불릴 것이다.”
‘케파’는 ‘베드로’라고 번역되는 말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오늘의 묵상 ||||||||||||||||||||||||
뜨는 해도 아름답지만 저무는 달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동업(同業) 혹은 협업(協業)한다는 것, 말은 쉬운데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아는 절친한
친구끼리 의기투합해서 동업자로 일하다가 크게 다투고
갈라서는 일들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닙니다.
수도 공동체 형제들 사이에서도 자주 체험합니다. 함께 일하다
보면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하고 감탄할 때도 많습니다.
그저 하나 예수님 따르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다릅니다.
각자 살아온 배경이나 환경이 다릅니다. 사고방식이나 가치관도
다릅니다. 거기다가 다들 나름 한 고집합니다. 아주 소소한 작업,
밭을 일구는 일, 이랑을 만드는 일, 모종을 심는 일, 심지어 화물차
밧줄을 묶는 일까지도 각자 생각이 달라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되고,
때로 언성도 높아집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저는 홀로
일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인류 구원 사업이라는 대명제 앞에 보여준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께서 협업하시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환상의 콤비, 찰떡궁합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습니다.
세례자 요한에게 주어진 주된 임무는 메시아의 오실 길을
닦는 것이었는데, 그는 그 사명을 120퍼센트 완수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베푸실 불과 성령의 세례에 앞서 세례자 요한은
물로 세례를 베풀며 백성들을 구원에 합당한 모습으로 준비시켰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예수님께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었던 세례자 요한은 일찌감치
그분의 제자가 될 사람들을 선발하고 교육시켰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구세사의 전면에 등장하시는 모습을
확신한 세례자 요한은 공들여 양성시킨 제자들을 조금의 미련도 없이 그분께 인계합니다.
자신의 눈앞으로 지나가시는 메시아를 확인한 세례자 요한은 지체 없이 외쳤습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 양이시다.”(요한 복음 1장 36절)
동시에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두 제자에게 눈짓을 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머뭇거리는 제자들의 어깨를 툭 치고, 등을 떠밀면서,
저분을 따라가라고 귓속말을 건넸을 것입니다.
오랜 세월 공들여 교육시킨 애제자들을 떠나보낸다는 것,
스승으로서 가슴 아픈 일일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만 바라보고
환호하고 박수 치던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자신을 떠나 예수님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에, 상실감이랄까 허탈감도 없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부여된 사명의 본질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세례자 요한이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제자들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공들여 쌓은 탑들을 떠나보냈습니다.
새로운 태양이신 예수님께서 구세사의 전면에 환히 떠오르도록,
멋진 배경이 되어준 세례자 요한의 삶이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뜨는 해도 아름답지만 저무는 달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막 신축된 초현대식 별장도 아름답지만, 허물어져 가는
고성(古城)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무엇을 찾느냐? 요한 1,38
What are you looking for? Jn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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