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루카가 전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 (22,14―23,56) - 주님 수난 성지 주일 (2022.4.10.)
성주간의 첫째 날인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시려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교회는 오늘 성지(聖枝) 축복과 행렬을 거행하면서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영광스럽게 기념하는 한편, ‘주님의 수난기’를 통하여 그분의 수난과 죽음을 장엄하게 선포한다. 성지를 들고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환영하는 것은 4세기 무렵부터 거행되어 10세기 이후에 널리 전파되었다.
▦ 오늘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시려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수난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다가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주님을 따라, 우리도 죽음에서 부활로 건너가는 파스카 신비에 동참합시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
○ 해설자 + 예수님 ● 다른 한 사람 ▣ 다른 몇몇 사람 ◎ 군중
○ 루카가 전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입니다.22,14―23,56
14 시간이 되자 예수님께서 사도들과 함께 자리에 앉으셨다.
15 그리고 그들에게 이르셨다.
+ “내가 고난을 겪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파스카 음식을 먹기를 간절히 바랐다.
16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파스카 축제가 하느님의 나라에서 다 이루어질 때까지
이 파스카 음식을 다시는 먹지 않겠다.”
17 ○ 예수님께서 잔을 받아 감사를 드리시고 나서 이르셨다.
+ “이것을 받아 나누어 마셔라. 18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제부터 하느님의 나라가 올 때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마시지 않겠다.”
19 ○ 예수님께서는 또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사도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20 ○ 예수님께서 만찬을 드신 뒤에 같은 방식으로 잔을 들어 말씀하셨다.
+ “이 잔은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21 그러나 보라, 나를 팔아넘길 자가 지금 나와 함께 이 식탁에 앉아 있다.
22 사람의 아들은 정해진 대로 간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23 ○ 사도들은 자기들 가운데 그러한 짓을 저지를 자가 도대체 누구일까 하고
서로 묻기 시작하였다.
24 사도들 가운데에서 누구를 가장 높은 사람으로 볼 것이냐는 문제로
말다툼이 벌어졌다.
25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 “민족들을 지배하는 임금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민족들에게 권세를 부리는 자들은 자신을 은인이라고 부르게 한다.
26 그러나 너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처럼 되어야 하고
지도자는 섬기는 사람처럼 되어야 한다.
27 누가 더 높으냐? 식탁에 앉은 이냐, 아니면 시중들며 섬기는 이냐?
식탁에 앉은 이가 아니냐? 그러나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에 있다.
28 너희는 내가 여러 가지 시련을 겪는 동안에 나와 함께 있어 준 사람들이다.
29 내 아버지께서 나에게 나라를 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에게 나라를 준다.
30 그리하여 너희는 내 나라에서 내 식탁에 앉아 먹고 마실 것이며,
옥좌에 앉아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심판할 것이다.
31 시몬아, 시몬아! 보라, 사탄이 너희를 밀처럼 체질하겠다고 나섰다.
32 그러나 나는 너의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다.
그러니 네가 돌아오거든 네 형제들의 힘을 북돋아 주어라.”
33 ○ 베드로가 말하였다.
● “주님, 저는 주님과 함께라면 감옥에 갈 준비도 되어 있고
죽을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34 ○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 “베드로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35 ○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물으셨다.
+ “내가 너희를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없이 보냈을 때,
너희에게 부족한 것이 있었느냐?”
○ 사도들이 대답하였다.
▣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36 ○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 “그러나 이제는 돈주머니가 있는 사람은 그것을 챙기고
여행 보따리도 그렇게 하여라.
그리고 칼이 없는 이는 겉옷을 팔아서 칼을 사라.
37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성경에 기록된 것이 나에게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는 무법자들 가운데 하나로 헤아려졌다.’는 말씀이다.
과연 나에 관하여 기록된 일이 이루어지려고 한다.”
38 ○ 사도들이 말하였다.
▣ “주님, 보십시오. 여기에 칼 두 자루가 있습니다.”
○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 “그것이면 넉넉하다.”
39 ○ 예수님께서 밖으로 나가시어 늘 하시던 대로 올리브 산으로 가시니,
제자들도 그분을 따라갔다.
40 그곳에 이르러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여라.”
41 ○ 예수님께서는 돌을 던지면 닿을 만한 곳에 혼자 가시어
무릎을 꿇고 기도하셨다.
42 +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43 ○ 그때에 천사가 하늘에서 나타나 예수님의 기운을 북돋아 드렸다.
44 예수님께서 고뇌에 싸여 더욱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핏방울처럼 되어 땅에 떨어졌다.
45 그리고 기도를 마치고 일어나시어 제자들에게 와서 보시니,
그들은 슬픔에 지쳐 잠들어 있었다. 46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 “왜 자고 있느냐?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일어나 기도하여라.”
47 ○ 예수님께서 아직 말씀하고 계실 때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로 유다라고 하는 자가 앞장서서 왔다.
그가 예수님께 입 맞추려고 다가오자, 48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 “유다야, 너는 입맞춤으로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느냐?”
49 ○ 예수님 둘레에 있던 이들이 사태를 알아차리고 말하였다.
▣ “주님, 저희가 칼로 쳐 버릴까요?”
50 ○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대사제의 종을 쳐서 그의 오른쪽 귀를 잘라 버렸다.
51 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 “그만해 두어라.”
○ 예수님께서는 대사제의 종의 귀에 손을 대어 고쳐 주셨다.
52 그러고 나서 그분께서는 당신을 잡으러 온
수석 사제들과 성전 경비대장들과 원로들에게 이르셨다.
+ “너희는 강도라도 잡을 듯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나왔단 말이냐?
53 내가 날마다 너희와 함께 성전에 있을 때에는
너희가 나에게 손을 뻗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너희 때요 어둠이 권세를 떨칠 때다.”
54 ○ 그들은 예수님을 붙잡아 끌고 대사제의 집으로 데려갔다.
베드로는 멀찍이 떨어져 뒤따라갔다.
55 사람들이 안뜰 한가운데에 불을 피우고 함께 앉아 있었는데,
베드로도 그들 가운데 끼어 앉았다.
56 그런데 어떤 하녀가 불 가에 앉은 베드로를 보고
그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 말하였다.
● “이이도 저 사람과 함께 있었어요.”
57 ○ 베드로는 부인하였다.
● “이 여자야, 나는 그 사람을 모르네.”
58 ○ 얼마 뒤에 다른 사람이 베드로를 보고 말하였다.
● “당신도 그들과 한패요.”
○ 베드로가 말하였다.
● “이 사람아, 나는 아닐세.”
59 ○ 한 시간쯤 지났을 때에 또 다른 사람이 주장하였다.
● “이이도 갈릴래아 사람이니까 저 사람과 함께 있었던 게 틀림없소.”
60 ○ 베드로는 말하였다.
● “이 사람아, 나는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 베드로가 이 말을 하는 순간에 닭이 울었다.
61 그리고 주님께서 몸을 돌려 베드로를 바라보셨다.
베드로는 주님께서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너는 나를 세 번이나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말씀이 생각나서, 62 밖으로 나가 슬피 울었다.
63 예수님을 지키던 사람들은 그분을 매질하며 조롱하였다.
64 또 예수님의 눈을 가리고 물었다.
▣ “알아맞혀 보아라. 너를 친 사람이 누구냐?”
65 ○ 그들은 이 밖에도 예수님을 모독하는 말을 많이 퍼부었다.
66 날이 밝자 백성의 원로단, 곧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이 모여
예수님을 최고 의회로 끌고 가서 말하였다.
67 ▣ “당신이 메시아라면 그렇다고 우리에게 말하시오.”
○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 “내가 그렇다고 말하여도 너희는 믿지 않을 것이고,
68 내가 물어보아도 너희는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69 이제부터 ‘사람의 아들은 전능하신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을’것이다.”
70 ○ 그러자 모두 물었다.
▣ “그렇다면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말이오?”
○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 “내가 그러하다고 너희가 말하고 있다.”
71 ○ 그들이 말하였다.
▣ “이제 우리에게 무슨 증언이 더 필요합니까?
제 입으로 말하는 것을 우리가 직접 들었으니 말입니다.”
23,1 ○ 온 무리가 일어나 예수님을 빌라도 앞으로 끌고 갔다.
2 그리고 예수님을 고소하기 시작하였다.
▣ “우리는 이자가 우리 민족을 선동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황제에게 세금을 내지 못하게 막고 자신을 메시아 곧 임금이라고 말합니다.”
3 ○ 빌라도가 예수님께 물었다.
●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 “네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4 ○ 빌라도가 수석 사제들과 군중에게 말하였다.
● “나는 이 사람에게서 아무 죄목도 찾지 못하겠소.”
5 ○ 그러나 그들은 완강히 주장하였다.
◎ “이자는 갈릴래아에서 시작하여 이곳에 이르기까지,
온 유다 곳곳에서 백성을 가르치며 선동하고 있습니다.”
6 ○ 이 말을 들은 빌라도는 이 사람이 갈릴래아 사람이냐고 묻더니,
7 예수님께서 헤로데의 관할에 속한 것을 알고 그분을 헤로데에게 보냈다.
그 무렵 헤로데도 예루살렘에 있었다.
8 헤로데는 예수님을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오래전부터 그분을 보고 싶어 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분께서 일으키시는 어떤 표징이라도 보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9 그래서 헤로데가 이것저것 물었지만,
예수님께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10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은 그 곁에 서서 예수님을 신랄하게 고소하였다.
11 헤로데도 자기 군사들과 함께 예수님을 업신여기고 조롱한 다음,
화려한 옷을 입혀 빌라도에게 돌려보냈다.
12 전에는 서로 원수로 지내던 헤로데와 빌라도가 바로 그날에 서로 친구가 되었다.
13 빌라도는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과 백성을 불러 모아 14 그들에게 말하였다.
● “여러분은 이 사람이 백성을 선동한다고 나에게 끌고 왔는데,
보다시피 내가 여러분 앞에서 신문해 보았지만,
이 사람에게서 여러분이 고소한 죄목을 하나도 찾지 못하였소.
15 헤로데가 이 사람을 우리에게 돌려보낸 것을 보면 그도 찾지 못한 것이오.
보다시피 이 사람은 사형을 받아 마땅한 짓을 하나도 저지르지 않았소.
16 그러니 이 사람에게 매질이나 하고 풀어 주겠소.” (17)
○ 18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과 백성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 “그자는 없애고 바라빠를 풀어 주시오.”
19 ○ 바라빠는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반란과 살인으로 감옥에 갇혀 있던 자였다.
20 빌라도는 예수님을 풀어 주고 싶어서 그들에게 다시 이야기하였지만,
21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과 백성은 외쳤다.
◎ “그자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22 ○ 빌라도가 세 번째로 그들에게 말하였다.
●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나쁜 짓을 하였다는 말이오?
나는 이 사람에게서 사형을 받아 마땅한 죄목을 하나도 찾지 못하였소.
그래서 이 사람에게 매질이나 하고 풀어 주겠소.”
○ 그러자 23 그들이 큰 소리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다그치며 요구하는데,
그 소리가 점점 거세졌다.
24 마침내 빌라도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결정하였다.
25 그리하여 그는 반란과 살인으로 감옥에 갇혀 있던 자를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풀어 주고, 예수님은 그들의 뜻대로 하라고 넘겨주었다.
26 그들은 예수님을 끌고 가다가, 시골에서 오고 있던 시몬이라는
어떤 키레네 사람을 붙잡아 십자가를 지우고 예수님을 뒤따르게 하였다.
27 백성의 큰 무리도 예수님을 따라갔다.
그 가운데에는 예수님 때문에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28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들에게 돌아서서 이르셨다.
+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 때문에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들 때문에 울어라.
29 보라,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
아이를 배어 보지 못하고 젖을 먹여 보지 못한 여자는 행복하여라!’
하고 말할 날이 올 것이다.
30 그때에 사람들은 ‘산들에게 ′우리 위로 무너져 내려라.′하고
언덕들에게 ′우리를 덮어 다오.′할’것이다.
31 푸른 나무가 이러한 일을 당하거든 마른나무야 어떻게 되겠느냐?”
32 ○ 그들은 다른 두 죄수도 처형하려고
예수님과 함께 끌고 갔다.
33 ‘해골’이라 하는 곳에 이르러
그들은 예수님과 함께 두 죄수도 십자가에 못 박았는데,
하나는 그분의 오른쪽에 다른 하나는 왼쪽에 못 박았다.
34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자들이 제비를 뽑아
예수님의 겉옷을 나누어 가졌다.
35 백성들은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지도자들은 빈정거렸다.
▣ “이자가 다른 이들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하느님의 메시아, 선택된 이라면 자신도 구원해 보라지.”
36 ○ 군사들도 예수님을 조롱하였다.
그들은 예수님께 다가가 신 포도주를 들이대며 37 말하였다.
▣ “네가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면 너 자신이나 구원해 보아라.”
38 ○ 예수님의 머리 위에는
‘이자는 유다인들의 임금이다.’라는 죄명 패가 붙어 있었다.
39 예수님과 함께 매달린 죄수 하나도 그분을 모독하였다.
●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시오? 당신 자신과 우리를 구원해 보시오.”
40 ○ 그러나 다른 죄수는 그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 “같이 처형을 받는 주제에 너는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41 우리야 당연히 우리가 저지른 짓에 합당한 벌을 받지만,
이분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으셨다.”
42 ○ 그러고 나서 그 죄수가 예수님께 간청하였다.
●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43 ○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44 ○ 낮 열두 시쯤 되자 어둠이 온 땅에 덮여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45 해가 어두워진 것이다. 그때에 성전 휘장 한가운데가 두 갈래로 찢어졌다.
46 그리고 예수님께서 큰 소리로 외치셨다.
+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고 숨을 거두셨다.
<무릎을 꿇고 잠깐 묵상한다.>
47 ○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백인대장은 하느님을 찬양하며 말하였다
● “정녕 이 사람은 의로운 분이셨다.”
48 ○ 구경하러 몰려들었던 군중도 모두 그 광경을 바라보고 가슴을 치며 돌아갔다.
49 예수님의 모든 친지와 갈릴래아에서부터 그분을 함께 따라온 여자들은
멀찍이 서서 그 모든 일을 지켜보았다.
50 요셉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의회 의원이며 착하고 의로운 이였다.
51 이 사람은 의회의 결정과 처사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유다인들의 고을 아리마태아 출신으로서
하느님의 나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52 이 사람이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님의 시신을 내 달라고 청하였다.
53 그리고 시신을 내려 아마포로 감싼 다음,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에 모셨다.
그것은 아직 아무도 묻힌 적이 없는 무덤이었다.
54 그날은 준비일이었는데 안식일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55 갈릴래아에서부터 예수님과 함께 온 여자들도 뒤따라가 무덤을 보고
또 예수님의 시신을 어떻게 모시는지 지켜보고 나서,
56 돌아가 향료와 향유를 준비하였다. 그리고 안식일에는 계명에 따라 쉬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신경>
||||||||||||||||||||||||||| 오늘의 묵상 ||||||||||||||||||||||||||
<왜 하느님은 우리를 낮추시는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나귀를 타고 성전으로 입성하십니다.
사람들은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임금님은 복되시어라.’ 하늘에 평화, 지극히 높은 곳에 영광!”(루카 19,38)이라고 노래합니다. 주님께서는 임금님으로 임명되어 우리에게 오시는데, 그분은 평화를 주시는 분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기뻐하지 않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바리사이들은 “스승님, 제자들을 꾸짖으십시오”(루카 19,39)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들이 잠자코 있으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루카 19,40)라고 하시며, 슬픈 마음으로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 ! 그러나 지금 네 눈에는 그것이 감추어져 있다. (중략) 네 안에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하느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루카 19,42.44)라고 한탄하십니다.
다시 말하면 하느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실 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나의 겉옷을 그분 밑에 까는 것이고 하나는 귀가 찢어질 정도로 찬미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하느님을 주님으로 맞아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의 짝을 구약에서 찾으라고 한다면 솔로몬 임금의 즉위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1열왕 1장 참조). 다윗은 자기 아들 솔로몬을 자기 대를 이을 임금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솔로몬의 형인 아도니야가 사람들을 규합하여 왕이 되려 합니다. 현 상황으로는 그를 막을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다윗 임금도 큰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나탄 예언자와 솔로몬의 어머니 밧 세바가 청원하자 다윗은 이런 명령을 내립니다. 곧 자기 나귀에 솔로몬을 태워 샘이 있는 기혼으로 내려가 거기에서 머리에 기름을 붓고 왕으로 세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팔을 분 다음 “솔로몬 임금 만세!”하고 외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나귀를 타고 임금의 왕좌까지 올라오게 하는 것입니다. 성경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모든 백성이 그의 뒤를 따라 피리를 불고 올라가며 큰 기쁨에 넘쳐 환호하였는데, 그 소리에 땅이 갈라질 지경이었다.”(1열왕 1,40)
상황이 이렇게 되니 이 찬미 소리를 듣고 아도니야는 겁을 먹고 성전의 뿔을 잡고 나오려하지 않았습니다. 아도니야는 결국 다윗을 시중들던 여인을 솔로몬에게 청했고 솔로몬은 계속 왕위를 노리는 것 같은 아도니야를 죽입니다. 아도니야는 왕권을 강탈하려는 자였고 시민들의 찬미 소리에 질겁하고 결국 솔로몬의 왕국에서 아무것도 바랄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카인의 제물이 왜 하느님 앞에 기꺼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요? 그의 제물이 정성스럽지 않았다는 말은 성경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따르면 십일조를 상징하는 겉옷을 까는 사람들의 찬미 소리가 우렁차게 올려졌습니다. 그래야 주님을 주님으로 인정하는 예식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카인은 제물은 바치되 기쁘게 찬미하지 못한 것입니다. 기쁘게 드리지 못하는 예물은 나의 것을 드리는 것이지, 그분의 것을 기쁘게 돌려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기혼 샘은 본래 예루살렘 외곽 아래쪽에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기름을 부으라는 말은 겸손해져야 받을 수 있는 것이 성령이란 뜻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부터 주님을 찬미해야 모든 예루살렘 시민이 들을 수 있습니다. 겸손과 봉헌은 하나입니다.
만약 아이에게 과자를 사주고 “아빠도 하나만 줄래?”라고 할 때, 주는 것을 망설이는 아이에게 아빠는 다음에 또 과자를 사주고 싶을까요? 기쁘게 주는 아이에게 더 주고 싶을 것입니다. 아빠를 아빠로 인정한다면 기쁘게 과자를 내어주고 아빠가 좋다고 소리쳐야 합니다. 그러면 아빠에게 다 얻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일이 다윗에게도 있었습니다. 다윗은 자신이 왕이지만 참 왕이신 하느님을 자기 집에 모시려 했습니다. 계약의 궤를 모셔 오는 것입니다. 그때 그도 옷을 다 벗고 주님 앞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왕의 행세를 하지 않고 그분 앞에서 벌거벗은 어린이가 된 것입니다. 이때 그의 아내 미칼은 이렇게 비웃습니다.
“오늘 이스라엘의 임금님이 건달패 가운데 하나가 알몸을 드러내듯이, 자기 신하들의 여종들이 보는 앞에서 벗고 나서니, 그 모습이 참 볼 만하더군요!”(2사무 6,20)
미칼은 사울의 딸로서 다윗이 위험할 때 그것을 다윗에게 알려주어 다윗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는 여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미칼은 여전히 다윗 위에 서 있으려 했습니다. 다윗은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께서는 당신 아버지와 그 집안 대신 나를 뽑으시고, 나를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세우셨소. 바로 그 주님 앞에서 내가 흥겨워한 것이오. 나는 이보다 더 자신을 낮추고, 내가 보기에도 천하게 될 것이오. 그러나 당신이 말하는 저 여종들에게는 존경을 받게 될 것이오.”(2사무 6,22)
결과는 이렇습니다.
“그 뒤 사울의 딸 미칼에게는 죽는 날까지 아이가 없었다.”(2사무 6,23)
이스라엘 여인에게는 자녀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수치입니다. 아도니야와 같이 왕권을 노리다 저주를 받은 것입니다. 왕 앞에서는 자신을 내려놓고 낮아져 천하게 되어야 합니다. 그 방법이 창피함을 무릅쓰고 춤추며 찬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미사 때 이렇게 합니까? 우리는 어쩌면 하느님보다 더 근엄합니다. 찬미도 거의 소리를 내지 않거나 율동까지 한다고 하면 비천한 모습이라고 꺼리는 신자들도 있습니다. 오늘 그러면 안 됩니다. 오늘은 우리를 위해 돌아가셔서 우리 안에서 자아의 압제를 이기고 당신이 평화의 왕이 되시는 날입니다. 그러니 팔마 가지를 마음껏 흔들고 힘껏 찬미해야 합니다. 그리고 매 미사가 그래야 합니다.
미사 때 하는 봉헌이 우리 겉옷을 까는 것이고 그것과 함께 기쁜 찬미가 울려 나와야 합니다. 그다음에 나귀를 타고 오시는 그분, 곧 성체를 우리 안에 모셔 우리 왕이 되게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낮추고 찬미하지 않는 사람은 실제로 그 사람을 맞아들여도 왕으로 삼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이미 자신을 왕으로 삼고 있기에 새로운 왕 앞에서 기쁠 수 없는 것입니다.
베르나데트는 지금은 큰 성지가 된 루르드 한 지역에서 성모님을 만납니다. 성모님은 베르나데트에게 작은 흙탕물을 가리키며 가서 마신 다음에 몸을 씻으라고 지시했습니다. 베르나데트는 그대로 했고 주변 사람들은 베르나데트가 미친 줄 알았습니다. 성모님은 베르나데트에게 그 구덩이를 손으로 파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깨끗한 샘물이 갑자기 엄청난 양으로 솟아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물을 마시고 다른 사람들이 치유되기 시작했고 이 소식이 방방곡곡에 알려지면서, 많은 기적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그들 가운데 7명은 1860년 베르게 교수에 의해 어떠한 의학적 설명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왜 성모님은 기적을 주시기 전에 사람을 저렇게 낮추실까요? 내가 정말 온전히 겸손해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은총을 주면 오히려 독이 되기 때문에 먼저 낮추시고 주시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왕으로 영접한다는 말은 자신을 종으로 낮춘다는 말입니다. 그것도 기쁘게 낮춘다는 말입니다. 나로 사는 것보다 그분의 종으로 사는 것이 훨씬 큰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당신께 자신을 봉헌하며 기쁘게 찬미할 줄 안다면 주님은 그 사람을 통해 많은 이를 치유하게 하십니다. 특별히 봉헌 시간에 더 크게 찬미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강론 후에 기쁨의 찬미를 바로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필립보 네리가 성녀라고 불리는 수녀님을 조사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비가 와서 신발이 지저분했습니다. 그래서 그 수녀님을 불러 신발을 닦으라고 시켰습니다. 그랬더니 그 수녀는 자신을 뭐로 아느냐며 거부하였습니다. 필립보 네리는 돌아가서 교황에게 말했습니다.
“그곳에는 성인이 없습니다.”
왜 하느님께서 우리를 낮추실까요? 더 주시기 위해서입니다. 유치원에 다녀온 아이가 배운 춤을 부모 앞에서 춘다면 부모는 얼마나 기쁩니까? 더 부끄럽게 소리높여 찬양합시다. 이것이 부모에게 더 내어놓는 자세이고 더 받을 자세입니다. https://youtu.be/9AJlGTkDa7Y
#전삼용 요셉 신부의 매일 복음 묵상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루카 22, 19
This is my body, which will be given for you,
do this in memory of me.
Lk 2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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