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여라. (마르코 16,9-15) - 부활 팔일 축제 토요일 (2021.4.10.)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여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6,9-15
9 예수님께서는 주간 첫날 새벽에 부활하신 뒤,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처음으로 나타나셨다.
그는 예수님께서 일곱 마귀를 쫓아 주신 여자였다.
10 그 여자는 예수님과 함께 지냈던 이들이 슬퍼하며 울고 있는 곳으로 가서,
그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였다.
11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께서 살아 계시며
그 여자에게 나타나셨다는 말을 듣고도 믿지 않았다.
12 그 뒤 그들 가운데 두 사람이 걸어서 시골로 가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다른 모습으로 그들에게 나타나셨다.
13 그래서 그들이 돌아가 다른 제자들에게 알렸지만
제자들은 그들의 말도 믿지 않았다.
14 마침내, 열한 제자가 식탁에 앉아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나타나셨다.
그리고 그들의 불신과 완고한 마음을 꾸짖으셨다.
되살아난 당신을 본 이들의 말을 그들이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15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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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시어 사람들에게 나타나셨기에, 그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이들의 증언을 받아들이고, 예수님께서 돌아가셨다가 다시 살아나셨음을 받아들이며, 예수님의 전 생애를 받아들이고, 그분 삶의 모습대로 살고자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무덤에 묻히신 지 사흘 만에 살아나셔서 사람들을 만나십니다.
주간 첫날 새벽에 예수님께서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래서 마리아는 제자들에게 달려가 자신이 본 것을 말하지만 그들은 믿지 않습니다. 그날 오후 예수님께서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들도 다른 제자들에게 와서 알리지만 그들의 말도 믿지 않습니다. 마침내 열한 제자가 식탁에 앉아 있을 때 예수님께서 나타나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의 불신과 완고한 마음을 꾸짖으십니다.
불신과 믿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믿음은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예수님께서 보여 주시는 사랑의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우리를 죽기까지 사랑하신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도 그 사랑을 따라 살겠다고 약속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죽음과 사랑이 마침내 승리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만하고 누리고 싶으나, 삶에 그 고난을 받아들이기에는 우리가 아직 완고한 것은 아닐까요?
어느 신부님이 마르코 복음서에 관한 글에서 예수님의 사랑은 ‘길’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그 길은 정해 놓고 몇 년만 고생하면 끝나는 것이 아닌 힘든 길이라고 말입니다.
서철 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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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체험 나눔은 교만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복음을 선포하라고 사명을 주시는 내용입니다.
제자들은 그 이전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님을 만난 이야기를 하였지만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도 자신들이 만난 예수님에 관해 이야기하였지만, 제자들은 믿지 않았습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그들의 불신과 완고한 마음을 꾸짖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어차피 교회를 통해 복음이 전해져야 하기에 예수님께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신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왜 예수님께서 직접 나타나셔서 그렇게 당신 자신을 보여주면 되지 굳이 다른 증인들을 보내셔서 증언하게 하셨을까요?
그 이유는 본래 교회 공동체가 당신을 굳이 눈으로 보지 않더라도 여러 증언을 통해 형성된 믿음으로도 복음을 전할 근거가 충분하기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톨릭교회의 약점 중의 하나가 신앙체험을 나누기를 장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톨릭교회는 나의 신앙체험을 말하는 것이 교만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여러 대중매체를 통해 개신교 신앙체험 간증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가톨릭 신앙 간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형편입니다. 신앙 간증이 많지 않아서 신앙체험이 많지 않은 것인지, 신앙체험이 많지 않아서 간증이 많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오늘 복음에 따르면 분명히 각자가 그리스도를 만난 체험이 교회 내에서 공유되기가 장려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간증의 힘은 잘난 척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당신도 나와 다를 바가 없어요. 내가 했다면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데 있습니다. “그도 하고, 그녀도 하는데, 나는 왜 못해?”라는 영어로 된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이것이 공동체 내에서 신앙체험 나눔이 장려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미국에서 한 거지가 동냥하며 앉아있었습니다. 동냥을 받고 연필 한 자루를 주고 있었습니다. 한 사업가가 다른 사람들처럼 1달러를 주고는 남들처럼 연필을 가져가지 않고 그냥 지나쳐갔습니다. 그러다 다시 돌아옵니다. 그러며 이렇게 말합니다.
“1달러를 냈으니 연필을 가져가야죠. 왜 가져가라고 말하지 않죠?”
거지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듯 여러 개의 연필을 들어 보였습니다. 사업가는 그중 제일 좋아 보이는 것으로 골랐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 이제 당신은 거지가 아닙니다. 당신은 사업가입니다.”
거지는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습니다.
‘내가 거지가 아니고 사업가라고?’
이 말이 머리에서 가시지 않았고 불과 몇 년 만에 사업가가 되어 많은 돈을 벌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그 사업가가 나를 사업가로 불러주었기에 내가 사업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출처: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말 한마디’, 유튜브 채널, ‘최불꽃TV’]
간증은 바로 이러한 힘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보고는 베드로만 물 위를 걸을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베드로를 보면 많은 이가 물 위를 걸을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같은 공동체의 일원이 할 수 있다면 더 힘을 얻을 수 있기에 신앙체험 나눔이 필요한 것입니다.
“인간은 1마일을 4분 안에 뛸 수 없고, 설령 성공하더라도 심장이 터질 것이다.”
이것은 당시 육상에서 통용되는 말이었고 누구도 1마일을 4분 안에 주파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1954년 5월, 의사 지망생으로 수련의 과정을 밟던 로저 배니스터가 1마일을 3분 59초4 만에 주파했습니다. 배니스터가 3분대 기록을 쓴 날 이후 1년 동안에는 37명이 기록을 세웠고 2년 동안에는 300여 명의 선수가 4분 벽을 돌파했습니다. 이런 현상을 스포츠 학자들은 “배니스터 효과”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분명 예수님은 당신을 만난 이들에게 교회 안에서 증언하라고 시켰고 그것을 믿지 않으려는 제자들을 나무라셨습니다. 교회 공동체는 신앙체험 소통의 장이어야 하고 그래서 "저 사람이 했다면 나도 할 수 있어." “저 사람이 했는데, 나는 왜 못 해?”라는 생각으로 서로 자극을 주어야 하며, 또한 이런 체험들이 복음을 전하는 내용이 되어야 합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감독 거스 히딩크는 축구 선수들 간에 선후배 문화로 소통이 되지 않음을 인식하고 선후배끼리 분리해서 앉던 습관을 바꿔 자신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끊임없이 대화하게 시켰습니다. 그래서인지 당시 4강까지 갈 수 있었고, 이것을 이어받은 홍명보 감독도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같은 방법으로 동메달을 따게 했습니다. 소통이 안 되는 팀은 망할 수밖에 없지만, 각자의 의견을 주고받는 팀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신앙체험 나눔은 교만이 아닙니다. 복음이 온 세상에 전해지기 위해 교회 공동체가 그런 체험들을 모으는 그릇이 되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소공동체 모임에서 그러한 체험들을 나누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됩니다.
저의 유튜브 채널 ‘함께 고민해요’가 생각보다 반응이 좋습니다. 많은 신앙인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는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체험 나눔을 통해 신앙도 커지고 자극도 받습니다. 우리 소공동체에서 비록 큰 체험이 아닐지라도 일상에서 만난 예수님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합니다. 이것이 각자 세상에 나가 뿌릴 복음의 씨앗을 나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의 매일 복음 묵상
www.youtube.com/watch?v=4JUeFSxFSU8&list=PLQVCg72ny8eKaNu9EOADczAvX_SXc4nw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