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샘

[묵상]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마태오 6,1-6.16-18) - 재의 수요일 (2021.2.17.)

honephil 2021. 2. 17. 06:44

재의 수요일’은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날이다. 교회가 이날 참회의 상징으로 재를 축복하여 신자들의 머리에 얹는 예식을 거행하는 데에서 ‘재의 수요일’이라는 명칭이 생겨났다. 이 재의 예식에서는 지난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복한 나뭇가지를 태워 만든 재를 신자들의 이마나 머리에 얹음으로써, ‘사람은 흙에서 왔고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창세 3,19 참조)는 가르침을 깨닫게 해 준다. 오늘 재의 수요일에는 단식과 금육을 함께 지킨다.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1-6.16-1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
2 그러므로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3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4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5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6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16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17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18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오늘의 묵상 ||||||||||||||||||||||||||


사순 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면서 주님의 부활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오늘 우리는 사순 시기를 시작하면서, 재를 머리에 얹으며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하시는 말씀을 듣게 됩니다. 사순 시기는 회개의 시기입니다.

 

회개란 무엇일까요? 회개의 사전적 정의는, 죄나 잘못을 뉘우치고 마음을 고쳐먹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뜻입니다.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우리가 저지른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여 하느님의 뜻에 따르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뜻이 더해집니다. 하느님을 따르는 방향이 추가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회개는 단순한 뉘우침과 마음을 고쳐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느님께 되돌아감을 뜻합니다. 하느님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죄며 잘못입니다. 반대로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이 회개입니다. 따라서 참된 회개는 우리와 하느님의 거리를 생각하고, 다시 하느님과 가까워지려는 모든 영적인 활동을 뜻합니다.

 

단식, 기도, 자선은 회개의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하느님을 향하지 않고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올바른 회개가 아니겠지요. 하느님께서 눈에 명확하게 보이시면 참 좋겠는데, 아쉽게도 하느님께서는 숨어 계십니다. 예수님께서도 이 사실을 거듭 들려주십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숨어 계신 것이지, 안 계신 것이 아닙니다. 회개는 쉽지 않은 여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가만히 숨어 계시지만 않으시고, 숨은 일도 보십니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라고 여겨지는 오늘날에 회개는 더욱 어려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숨어 계신 하느님을 향하는 오늘이 바로 “은혜로운 때”이며 “구원의 날”입니다.

 

박형순 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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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을 때 충전되는 사람, 사람 만나며 충전되는 사람>

 

      오늘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사순절이 시작하는 날입니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며 머리에 재를 얹습니다. 우리 생의 목적지는 이 세상이 아니라 하늘나라임을 상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이 세상 것에 집착하게 만드는 세 욕구를 끊을 것을 결심합니다. 그 방법으로 사순절에는 ‘자선-단식-기도’를 권장합니다. ‘세속-육신-마귀’를 끊는 전통적으로 권장하는 방법입니다. 복음 말씀도 이에 따라 자선과 기도와 단식을 하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가 특별히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자선할 때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고, 기도할 때도 골방에 숨어서 하고, 단식할 때도 머리에 기름을 바르라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이 나를 끊고 세상을 끊기 위함인데, 오히려 세상의 칭찬을 받아 나의 교만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하면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처럼 위선적인 신앙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뉩니다. 제가 나누는 방식은 ‘모기와 예수’입니다. 모기는 삼구에 빠져 생존 욕구에만 집착하며 남에게서 에너지를 찾는 사람이고, 예수는 나에게 있는 피를 남에게 나누어주며 타인에게 에너지를 주는 사람입니다.

 

      첫 번째 부류는 세상 사람들을 만나며 에너지를 얻는 타입이고, 두 번째는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얻는 타입입니다. 첫 번째 부류는 혼자 있을 때 매우 힘들어하고 두 번째는 사람들과 있는 것이 힘이 듭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첫 번째 부류를 사람들은 원하지 않고 두 번째 부류를 더 좋아합니다. 첫 번째 부류는 부담스럽고 두 번째 부류는 자신들에게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두 번째 부류가 되어야 합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힘들고 에너지가 빼앗기고 혼자 있을 때 되살아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단식과 기도와 자선을 남모르게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삶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착각입니다. 물론 예수님과 같은 분을 만나면 그분의 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모기처럼 나의 피를 원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칭찬을 받아봐야 더 외로워질 뿐입니다.

 

      영국의 문인 부르크가 미국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데 부두에는 전송객으로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위한 전송객은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서운함을 느낀 부르크는 부두에서 놀고 있는 한 어린아이에게 “얘야! 내가 네게 6실링을 줄 테니 내가 저 배를 타고 떠날 때 나를 보고 손을 흔들어 주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6실링을 받은 아이는 정말 열심히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부르크는 “돈 받고 흔드는 손을 보고 나는 더욱 고독을 느끼게 되었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외롭지 않으려 사람을 찾는 사람들의 운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외로움이 사람들을 통해 더욱 가중될 뿐입니다.

그러나 고독과 외로움을 직면하고 심지어 즐길 수 있다면 세상에 참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프랑스의 공학자였던 페르디낭 드 레셉이 지중해를 여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여행 중이던 동료 한 사람이 갑자기 전염병을 앓게 되어 그들이 탄 배가 격리 조치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드레셉은 그 격리 상태로 인해 심한 좌절감과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운하 건설 가능성에 관해 연구인 찰스 레페레의 ‘회고록’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수에즈 운하 건설에 대한 세부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37년 만에 그 유명한 수에즈 운하가 완공되었습니다.

 

      억지로라도 홀로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스마트폰을 끄고 촛불을 켜고 주님 앞에 앉으면 가장 좋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세상과 나를 단절시키는 것만으로도 큰 이득을 얻습니다. 세상에 머무는 것 자체가 실제로는 나를 소진하는 행위입니다.

 

      제가 군대 있을 때 사고를 크게 낸 적이 있습니다. 군용 트럭을 모는 운전병이었는데 전방에 있다가 춘천에서 군견과 군견병을 싣고 오는 길에 승용차를 들이받았습니다. 철책에서만 있다가 거의 8개월 만에 내려오니 너무 좋았습니다. 여자 선생님과 유치원 아이들이 노란 옷을 입고 걷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며 정신이 팔려있을 때 신호등이 바뀐 것을 보지 못한 것입니다. 승용차는 폐차당했고 타고 있던 사람은 타박상을 입어 병원에 2주 입원해 있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운전하는 차에 탄 군견과 군견병은 상처를 입었고 괜히 저의 선탑자가 된 상관은 저와 함께 찻값을 물어주어야 했습니다.

 

      내가 바깥에서 힘을 얻으려 할 때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나의 에너지는 내 안에서 찾아야 합니다. 바깥을 향하는 것들을 먼저 끊어야 합니다. 그래야 성령께서 기도 안에서 오십니다. 단식이 그런 것입니다. 세상맛을 끊는 것입니다. 세상 맛을 좋아하며 성령의 에너지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영과 육은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단식하며 기도하면 성령께서 나에게 내려오셔서 영적 에너지로 가득 찹니다. 그것을 이웃에게 쏟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이기 위해 자선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하게 됩니다.

 

      이번 사순절은 진정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며 삶의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아니라 홀로 있으며 에너지를 얻고 사람을 만날 때는 그 에너지를 소진하는 사람으로 바뀌려고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두 가지 타입이 다 좋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 신앙인이 선택해야 할 타입은 ‘홀로 있을 때 힘을 얻고 사람을 만날 때 그 에너지를 내어주는 타입’의 삶입니다.      누구나 결국은 혼자 있을 시간과 직면하게 됩니다. 그걸 두렵다고 세상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고독이 친구가 될 때 세상은 내가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그 광야의 고독 안에서 주님께서 성령을 부어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https://youtu.be/-9tS13OWQY0

전삼용 요셉 신부의 매일 복음 묵상 /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마태오  6,1-6.16-18 ) - 재의 수요일 (2021.2.17.)

#전삼용 요셉 신부의 매일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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