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예수님께서는 다윗의 자손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에게서 탄생하시리라. - 대림 제3주간 금요일 (2020.12.18.)
<예수님께서는 다윗의 자손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에게서 탄생하시리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8-24
18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탄생하셨다.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19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20 요셉이 그렇게 하기로 생각을 굳혔을 때,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말하였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21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22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
곧 23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 하신 말씀이다.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24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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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오 복음사가가 이방인 지역에 흩어져 살던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복음서를 쓴 목적은 예수님과 이스라엘의 역사를 연결하는 데 있었습니다. 약속된 메시아이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임마누엘”, 그분께서 어떻게 구약의 예언을 성취하시는지를 보여 주려고 한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마태오는 복음서의 시작인 족보(1,1-17 참조)에서부터 예수님을 “다윗의 자손”(1,1)이라 부릅니다. 메시아께서 다윗 가문에서 나실 것이라 굳게 믿으며 기다려 온 유다인에게 이것은 매우 중요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마태오는 구약의 예언이 예수님을 통하여 완성되었음을 강조하고자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라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마태오로서는 “다윗의 자손”과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는데,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다.”라는 구절만으로 예수님과 이스라엘 역사를 연결 짓기에는 부족하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마태오는 더욱 명확하게 핵심을 드러내고자 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천사가 요셉에게 전한 메시아 탄생 예고가 그것입니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예언이 성취되었음과 함께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분께서 이 세상에 어떻게 오셨는가를 밝힌 마태오입니다. 여기에 인간의 응답이 필요하였고, 하느님 뜻에 순종할 본보기로 “마리아의 남편 요셉”이 제시됩니다. 그가 ‘다윗의 자손이요 의로운 사람’이여서나 아내 마리아의 일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배려심도 있었겠지만, 처녀가 혼인 전에 아이를 가진 현실의 엄청난 두려움 속에서도 믿음으로 꿈의 계시에 귀 기울이고 하느님의 섭리에 내맡기는 요셉의 순종이야말로 마태오가 간절히 전하고 싶었던 바입니다.
박기석 사도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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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포기하지 않으면 성령께서 오신다>
가끔 본인의 영성이 뛰어나다고 믿는 이들을 만납니다. 그런 분들은 삶이 매우 절제되어 있고 많은 나눔을 해서 가난하고 기도를 오래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의 영성을 분별할 때 특별히 보는 것 중의 하나는 그 사람의 관계에 대한 태도입니다. 관계의 주체가 마치 자신인 것처럼 끊고 맺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그 사람을 높은 영성의 소유자로 보아주기 어렵습니다.
영성은 성령을 어느 만큼 지니고 있느냐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런데 성령은 관계를 돈독하게 해 주시기 위해 오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복음은 요셉 성인이 천사의 도움으로 성모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는 내용입니다. 언뜻 보기에 마리아와 몰래 파혼하려는 요셉의 모습은 본인 스스로 관계의 주체라고 여기는 사람처럼 비칩니다. 그러나 남의 아기를 임신한 여자와 어떻게 혼인을 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요셉이 그런 사람이었다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마리아를 고발하였을 것입니다. 그래야 파혼을 하더라도 자신이 정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남모르게 파혼하면 마리아가 임신한 것은 자신의 책임이 됩니다. 약혼해서 임신시켜놓고 버리는 파렴치한이 되는 것입니다. 요셉은 마리아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모든 책임을 자신이 떠안고 마리아는 아기 아버지와 잘 살 수 있도록 보내주려는 것이었습니다.
하늘은 이런 마음을 보시고 요셉에게 가브리엘 천사를 보내십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요셉에게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된 것임을 알려줍니다.
만약 요셉이 관계를 딱 단절하려는 마음을 가졌다면 하느님께서 천사를 요셉에게 보내지는 않으셨을 것입니다. 천사는 관계를 끝까지 유지하게 하려고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순교 복자 수녀회 이영숙 베드로 수녀님이 하신 강의를 유튜브를 통해 보았습니다. 그분은 병원에서 꽤 오래 일하셨던 것 같습니다.
한 번은 한 여성이 고민 상담을 하였습니다. 그 여성은 허리가 아파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엑스레이를 찍고 방사선도 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기가 있었던 것입니다. 의사는 아기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낙태를 권했습니다.
그녀에게는 이미 자녀가 딸 둘 아들 하나, 세 명이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천주교 신자로서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수녀님에게 물어본 것입니다. 수녀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낙태하면 안 됩니다. 만약 장애인으로 태어나면 저를 주시고 정상으로 태어나면 잘 키우세요.”
그리고 수녀님은 매일 그 자매에게 가서 배에다 손을 얹고 아기를 위해 기도해 주었습니다. 8개월밖에 안 되었지만,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아야 했습니다. 아기는 정상으로 태어났습니다.
돌이 되었을 때 어머니가 수녀님들을 다 초대했습니다. 다른 수녀님들이 아기를 불러도 가지 않았는데, 베드로 수녀님이 부르니 반응하였습니다. 아마도 태중에서 기도해 주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만약 그 어머니가 이 아기를 낳지 않았다면 평생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좋은 수녀님도 만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베드로 수녀님은 마치 천사와 같이 어머니와 아기의 관계를 유지 시켜 주었습니다. 관계를 유지할 마음이 있어야 천사가 다가오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또 죄짓게 만드는 사람과의 관계는 끊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가리옷 유다와도 친밀한 관계를 맺으셨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관계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맺어주셨으니까 지금 관계가 있는 것입니다.
베드로 수녀님이 사시던 수녀원 밑에는 무당들이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무당들은 하루에 5번 종을 치면서 기도했습니다. 그때마다 무당에게 지지 않기 위해 수녀님들도 무당들의 종소리에 맞추어 기도하였다고 합니다. 무당들이 수녀님들을 기도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무당들이 무언가를 태워 연기가 수녀원으로 올라올 때는 매우 괴로웠다고 합니다.
한 번은 연기가 올라올 때 그쪽을 향해 성수를 뿌렸습니다. 바람이 하나도 불지 않았었는데 성수를 뿌리니 연기가 수녀원 반대쪽으로 날아가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은 무당들을 통해서도 기도를 시키고 하느님께서 함께해 주심을 보여주십니다. 그저 불평만 하고 있었다면 그런 체험은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수녀님이 피정 지도를 할 때 어떤 수녀님은 엄마가 아들이기를 바랐는데 딸이었기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수녀님도 수녀원에 들어와서 8년 동안 한 번도 어머니를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베드로 수녀님은 어머니를 용서하지 않으면 인간관계의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어서 어머니와 화해하고 오라고 했다고 합니다.
관계를 맺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관계를 위해 지는 십자가가 우리를 성숙시킵니다.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관계 안에서 성장하게 하십니다. 그러니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도우십니다.
하느님은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요셉이 마리아와의 관계, 또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유지하게 만드셨습니다. 하느님은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은총을 내려주실 것입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의 매일 복음 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