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샘

[묵상]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 부활 제5주간 수요일 (2020.5.13.)

honephil 2020. 5. 13. 07:34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5,1-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2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
3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4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5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6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잘린 가지처럼 밖에 던져져 말라 버린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런 가지들을 모아 불에 던져 태워 버린다.
7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8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내 제자가 되면,
그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오늘의 묵상  ||||||||||||||||||||


포도나무와 가지의 관계는 예수님과 신앙인의 관계를 드러내는 값진 비유입니다. 나무에서 떨어져 홀로 남겨진 가지는 불을 지피는 데 던져지거나 땅의 거름으로 사라져 가겠지요. 열매를 맺는 풍성한 수확을 생각하면 가지는 나무에 제대로 꼭 붙어 있어야 합니다. 포도나무와 가지의 이야기는 다른 두 지향점의 공존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열매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하여 서로 온전히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포도나무로 소개하시는 것은, 당신께서 누구이신지 드러내시기보다는 당신을 따르는 신앙인들이 당신 안에서 또 다른 예수로 거듭나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두 존재가 하나로 거듭난다면 서로의 원의와 지향점도 하나가 될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청하면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 각자가 원하는 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합니다.


예수님과 우리는 하나가 되어 하느님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합니다. 너무나 놀랍지 않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지금 우리더러 당신이라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당신과 함께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자고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요한 복음의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라오라고 초대하시는 것이 아니라, 당신과 함께 아버지께 나아가자고, 어깨동무하자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런 예수님을 두고 이것 해 달라, 저것 해 달라 청하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앙에 위험한 것들은 대개 하느님을 대상화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대상화된 하느님, 자기 자신과 다른 하느님, 그리하여 늘 목적이 되어 버린 하느님은 그저 우상일 뿐입니다.


박병규 요한 보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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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덕(聖德)으로 나아가기를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성인전(聖人傳)을 많이 읽으십시오!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님의 말씀입니다. “성덕(聖德)으로 나아가기를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성인전(聖人傳)을 많이 읽으십시오. 성인전은 성인들이 자신들의 생애를 통해 기록한 제2의 복음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오늘 축일을 맞이하시는 마리아 도메니카 마자렐로 성녀(1837~1881)를 소개합니다. 돈보스코(1815~1888)와 함께 도움이신 마리아의 딸 수녀회(살레시오 수녀회)를 공동 창립하신 분입니다.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토리노에서 버스로 두 시간을 가야 나오는 모르네제의 산골 소녀 마리아는 뜨거운 열정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마리아는 모르네제 본당사제였던 페스타리노 신부의 지도하에 또래 동정녀들과 의기투합해서 복음 선포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모르네제 소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녀의 순수한 열정에 큰 박수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그녀는 미래에 대해 뚜렷한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아는 한 위대한 인물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됩니다. 돈 보스코가 오라토리오 청소년들과 함께 모르네제로 소풍을 온 것입니다. 그때 마리아는 그와의 첫 대면을 통해 즉시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저분은 성인(聖人)이시다! 안심하고 우리의 미래를 맡겨도 될 분이다!”

내면 가득히 신뢰로 가득 차자 조금도 망설임 없이 그와 한배를 타게 됩니다. 그의 제안에 따라 즉시 갈 곳 없는 소녀들을 위한 집을 마련했습니다. 그들의 미래를 위해 학교를 짓습니다. 오라토리오를 열어 소녀들을 기쁨과 행복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살레시오 수녀회는 살레시오회와 더불어 신속하게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되었습니다. 1872년 살레시오 수녀회가 창설되고 마리아는 초대 총장에 임명됩니다.

하느님의 방식을 늘 이런 식인 것 같습니다. 나자렛 산골의 겸손한 처녀 마리아를 하늘의 모후요, 전 인류의 어머니로 들어 높이셨듯이, 모르네제 산골의 겸손한 처녀 마리아를 같은 방식으로 성덕의 정상에로 높이 들어 올리신 것입니다.

소녀시절 마리아의 강렬한 성체 신심은 정말이지 놀랄만한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머물고 있던 발포나스카 농장에서 마자렐로 본당까지는 지방도를 따라가면 한 시간 남짓, 우거진 잡풀 사이로 난 지름길을 이용하면 30분쯤 걸리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그녀는 성체를 모셔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매일 새벽, 별이 총총한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그 길을 오갔습니다. 본당에 도착해보면 성당 문이 닫혀있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럴 때 마다 그녀는 성당 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면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습니다.

막중한 임무의 봉사직을 수행하던 마리아가 가장 듣기 싫어했던 말이 있었는데, 그것은 장상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만큼 그녀는 겸손했습니다. “원장 수녀님!” 하고 동료수녀들이 자신을 부를 때 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원장 수녀가 아니라 부원장 수녀입니다. 우리의 원장은 성모님이십니다.”

이렇게 그녀는 언제나 성모님을 수녀회 장상으로 여겼습니다. 그 표시로 저녁마다 수녀원 대문 열쇠를 성모님의 발치 앞에 가져다놓았습니다.

마리아의 성모님을 향한 큰 사랑은 세 가지 신심 안에 요약됩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마리아를 향한 사랑, 신자들의 도움이신 마리아를 향한 신뢰, 고통의 성모 마리아를 향한 공경. 그러면서 마리아는 성모님을 자신이 살아가야할 롤모델로 삼았습니다.

따라서 돈 보스코와 함께 공동창립했던 수녀회의 이름도 ‘도움이신 마리아의 딸 수녀회’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녀를 장상으로 모셨던 수많은 수녀들의 증언에 따르면 마리아에게서는 언제나 성모님의 진한 향기가 풍겼답니다.

그녀의 생애 전체는 성모님 생애의 판박이였답니다. 철저한 순명, 자발적 가난, 빛나는 순결, 한없는 겸손, 모성적 희생, 일상적 기도...그녀의 얼굴은 성모님 얼굴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답니다.

극진히 사랑했던 소녀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마리아의 성모님을 향한 큰 사랑을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지극히 다정하신 우리 성모님을 굳게 믿으십시오. 그분의 덕행을 본받되 특히 겸손과 순결과 정숙함을 본받도록 하십시오. 그렇게 하면 이 세상에서나 저 세상에서나 만족하게 것입니다.”

소녀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을 때, 그녀는 그들 옆에서 바느질을 하면서 이렇게 화살기도를 바쳤습니다.

“예수님의 어머니이신 동정 성모님, 저희 모두를 성인(聖人)이 되게 해주소서.”

커다란 벽시계가 매시 정각을 알리는 소리를 낼 때 마다 그녀는 소녀들과 함께 성모송을 한번 바쳤습니다. 그리고 이런 화살기도를 올렸습니다.

“동정 마리아님, 제 생명이 한 시간 줄었나이다. 저를 당신께 맡기나이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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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지나고
새 날 밝음은
어둠을 견딘 뒤
빛을 맞아야 하는
창조주의 섭리임을 생각합니다.

주님,
어둠속의 기도가
빛을 만나는 지혜였음을
저희 고백하는 믿음이게 하소서

아멘 ♡

박유진 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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