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 - 주님 수난 성지 주일 (2020.4.5.)
성주간의 첫째 날인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시려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교회는 오늘 성지(聖枝) 축복과 행렬을 거행하면서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영광스럽게 기념하는 한편, ‘주님의 수난기’를 통하여 그분의 수난과 죽음을 장엄하게 선포한다. 성지를 들고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환영하는 것은 4세기 무렵부터 거행되어 10세기 이후에 널리 전파되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
✠ 마태오가 전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입니다. 26,14-27.66
○ 해설자 +예수님 ● 다른 한 사람 ▣ 다른 몇몇 사람 ◎ 군중
14 ○ 그때에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로 유다 이스카리옷이라는 자가
수석 사제들에게 가서 물었다.
15 ● “내가 예수님을 여러분에게 넘겨주면 나에게 무엇을 주실 작정입니까?”
○ 수석 사제들은 은돈 서른 닢을 내주었다.
16 그때부터 유다는 예수님을 넘길 적당한 기회를 노렸다.
17 무교절 첫날에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물었다.
▣ “스승님께서 잡수실 파스카 음식을 어디에 차리면 좋겠습니까?”
18 ○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 “도성 안으로 아무개를 찾아가,
‘선생님께서 ′나의 때가 가까웠으니
내가 너의 집에서 제자들과 함께 파스카 축제를 지내겠다.′하십니다.’ 하여라.”
19 ○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대로 파스카 음식을 차렸다.
20 저녁때가 되자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와 함께 식탁에 앉으셨다.
21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22 ○ 그러자 제자들은 몹시 근심하며 저마다 묻기 시작하였다.
●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23 ○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 “나와 함께 대접에 손을 넣어 빵을 적시는 자, 그자가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24 사람의 아들은 자기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대로 떠나간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
25 ○ 예수님을 팔아넘길 유다가 물었다.
● “스승님, 저는 아니겠지요?”
○ 그러자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
26 ○ 제자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27 ○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 “모두 이 잔을 마셔라.
28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29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내 아버지의 나라에서 너희와 함께 새 포도주를 마실 그날까지,
이제부터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
30 ○ 그들은 찬미가를 부르고 나서 올리브 산으로 갔다.
31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 “오늘 밤에 너희는 모두 나에게서 떨어져 나갈 것이다.
성경에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 떼가 흩어지리라.’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32 그러나 나는 되살아나서 너희보다 먼저 갈릴래아로 갈 것이다.”
33 ○ 베드로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 “모두 스승님에게서 떨어져 나갈지라도,
저는 결코 떨어져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34 ○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오늘 밤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35 ○ 베드로가 다시 예수님께 말하였다.
● “스승님과 함께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스승님을 모른다고 하지 않겠습니다.”
○ 다른 제자들도 모두 그렇게 말하였다.
3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니라는 곳으로 가셨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 “내가 저기 가서 기도하는 동안 여기에 앉아 있어라.”
○ 그런 다음, 37 베드로와 제베대오의 두 아들을 데리고 가셨다.
그분께서는 근심과 번민에 휩싸이기 시작하셨다.
38 그때에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너희는 여기에 남아서 나와 함께 깨어 있어라.”
39 ○ 예수님께서는 앞으로 조금 나아가 얼굴을 땅에 대고 기도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40 ○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돌아와 보시니 그들은 자고 있었다.
그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 “이렇게 너희는 나와 함께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란 말이냐?
41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여라.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따르지 못한다.”
42 ○ 예수님께서 다시 두 번째로 가서 기도하셨다.
+ “아버지, 이 잔이 비켜 갈 수 없는 것이라서 제가 마셔야 한다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43 ○ 그리고 다시 와 보시니 그들은 여전히 눈이 무겁게 감겨 자고 있었다.
44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그대로 두시고 다시 가시어
세 번째 같은 말씀으로 기도하셨다. 45 그리고 제자들에게 돌아와 말씀하셨다.
+ “아직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쉬고 있느냐?
이제 때가 가까웠다.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어간다.
46 일어나 가자. 보라, 나를 팔아넘길 자가 가까이 왔다.”
47 ○ 예수님께서 아직 말씀하고 계실 때에
바로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유다가 왔다.
그와 함께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보낸 큰 무리도
칼과 몽둥이를 들고 왔다.
48 그분을 팔아넘길 자는,
“내가 입 맞추는 이가 바로 그 사람이니 그를 붙잡으시오.” 하고
그들에게 미리 신호를 일러두었다. 49 그는 곧바로 예수님께 다가가 말하였다.
● “스승님, 안녕하십니까?”
○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 입을 맞추었다. 50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 “친구야, 네가 하러 온 일을 하여라.”
○ 그때에 무리가 다가와 예수님께 손을 대어 그분을 붙잡았다.
51 그러자 예수님과 함께 있던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 칼을 빼어 들고,
대사제의 종을 쳐서 그의 귀를 잘라 버렸다.
52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 칼을 잡는 자는 모두 칼로 망한다.
53 너는 내가 내 아버지께 청할 수 없다고 생각하느냐?
청하기만 하면 당장에 열두 군단이 넘는 천사들을 내 곁에 세워 주실 것이다.
54 그러면 일이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성경 말씀이 어떻게 이루어지겠느냐?”
55 ○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그 무리에게도 이렇게 이르셨다.
+ “너희는 강도라도 잡을 듯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나를 잡으러 나왔단 말이냐?
내가 날마다 성전에 앉아 가르쳤지만 너희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56 예언자들이 기록한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이다.”
○ 그때에 제자들은 모두 예수님을 버리고 달아났다.
57 무리는 예수님을 붙잡아 카야파 대사제에게 끌고 갔다.
그곳에는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이 모여 있었다.
58 베드로는 멀찍이 떨어져 예수님을 뒤따라 대사제의 저택까지 가서,
결말을 보려고 안뜰로 들어가 시종들과 함께 앉았다.
59 수석 사제들과 온 최고 의회는 예수님을 사형에 처하려고
그분에 대한 거짓 증언을 찾았다.
60 거짓 증인들이 많이 나섰지만 하나도 찾아내지 못하였다.
마침내 두 사람이 나서서 말하였다.
61 ▣ “이자가 ‘나는 하느님의 성전을 허물고
사흘 안에 다시 세울 수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62 ○ 대사제가 일어나 예수님께 물었다.
● “당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소?
이자들이 당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데 어찌 된 일이오?”
63 ○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입을 다물고 계셨다. 대사제가 말하였다.
● “내가 명령하오. ‘살아 계신 하느님 앞에서 맹세를 하고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 메시아인지 밝히시오.’”
64 ○ 예수님께서 대사제에게 말씀하셨다.
+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이제부터 ‘너희는 사람의 아들이 전능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다.’”
65 ○ 그때에 대사제가 자기 겉옷을 찢고 이렇게 말하였다.
● “이자가 하느님을 모독하였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무슨 증인이 더 필요합니까?
방금 여러분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66 여러분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 그들이 대답하였다.
▣ “그자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67 ○ 그때에 그들은 예수님의 얼굴에 침을 뱉고 그분을 주먹으로 쳤다.
더러는 손찌검을 하면서 말하였다.
68 ▣ “메시아야, 알아맞혀 보아라. 너를 친 사람이 누구냐?”
69 ○ 베드로는 안뜰 바깥쪽에 앉아 있었는데
하녀 하나가 그에게 다가와 말하였다.
● “당신도 저 갈릴래아 사람 예수와 함께 있었지요?”
70 ○ 베드로는 모든 사람 앞에서 부인하였다.
● “나는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소.”
71 ○ 베드로가 대문께로 나가자 다른 하녀가 그를 보고
거기에 있는 이들에게 말하였다.
● “이이는 나자렛 사람 예수와 함께 있었어요.”
72 ○ 베드로는 맹세까지 하면서 다시 부인하였다.
●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
73 ○ 조금 뒤에 거기 서 있던 이들이 베드로에게 다가와 말하였다.
▣ “당신도 그들과 한패임이 틀림없소. 당신의 말씨를 들으니 분명하오.”
74 ○ 그때에 베드로는 거짓이면 천벌을 받겠다고 맹세하기 시작하며 말하였다.
●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
○ 그러자 곧 닭이 울었다.
75 베드로는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밖으로 나가 슬피 울었다.
27, 1 아침이 되자 모든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예수님을 사형에 처하기로 결의한 끝에,
2 그를 결박하여 끌고 가서 빌라도 총독에게 넘겼다.
3 그때에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는
그분께서 사형 선고를 받으신 것을 보고 뉘우치고서는,
그 은돈 서른 닢을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에게 돌려주면서 4 말하였다.
● “죄 없는 분을 팔아넘겨 죽게 만들었으니 나는 죄를 지었소.”
○ 그들은 말하였다.
▣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 그것은 네 일이다.”
5 ○ 유다는 그 은돈을 성전 안에다 내던지고 물러가서 목을 매달아 죽었다.
6 수석 사제들은 그 은돈을 거두면서 말하였다.
▣ “이것은 피 값이니 성전 금고에 넣어서는 안 되겠소.”
7 ○ 그들은 의논한 끝에
그 돈으로 옹기장이 밭을 사서 이방인들의 묘지로 쓰기로 하였다.
8 그래서 그 밭은 오늘날까지 ‘피밭’이라고 불린다.
9 그리하여 예레미야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
“그들은 은돈 서른 닢, 값어치가 매겨진 이의 몸값,
이스라엘 자손들이 값어치를 매긴 사람의 몸값을 받아
10 주님께서 나에게 분부하신 대로 옹기장이 밭 값으로 내놓았다.”
11 예수님께서 총독 앞에 서셨다. 총독이 물었다.
●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 “네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12 ○ 그러나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이 당신을 고소하는 말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13 그때에 빌라도가 예수님께 물었다.
● “저들이 갖가지로 당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데 들리지 않소?”
14 ○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어떠한 고소의 말에도 대답을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총독은 매우 이상하게 여겼다.
15 축제 때마다 군중이 원하는 죄수 하나를 총독이 풀어 주는 관례가 있었다.
16 마침 그때에 예수 바라빠라는 이름난 죄수가 있었다.
17 사람들이 모여들자 빌라도가 그들에게 물었다.
● “내가 누구를 풀어 주기를 원하오?
예수 바라빠요 아니면 메시아라고 하는 예수요?”
18 ○ 빌라도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시기하여 자기에게 넘겼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19 빌라도가 재판석에 앉아 있는데 그의 아내가 사람을 보내어 말하였다.
● “당신은 그 의인의 일에 관여하지 마세요.
지난밤 꿈에 내가 그 사람 때문에 큰 괴로움을 당했어요.”
20 ○ 그동안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은 군중을 구슬려
바라빠를 풀어 주도록 요청하고 예수님은 없애 버리자고 하였다.
21 총독이 그들에게 물었다.
● “두 사람 가운데에서 누구를 풀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오?”
○ 군중이 대답하였다.
◎ “바라빠요.”
22 ○ 빌라도가 그들에게 물었다.
● “그러면 메시아라고 하는 이 예수는 어떻게 하라는 말이오?”
○ 군중이 모두 외쳤다.
◎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23 ○ 빌라도가 다시 물었다.
● “도대체 그가 무슨 나쁜 짓을 하였다는 말이오?”
○ 군중은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
◎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24 ○ 빌라도는 더 이상 어찌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폭동이 일어나려는 것을 보고,
물을 받아 군중 앞에서 손을 씻으며 말하였다.
● “나는 이 사람의 피에 책임이 없소. 이것은 여러분의 일이오.”
25 ○ 그러자 온 백성이 대답하였다.
◎ “그 사람의 피에 대한 책임은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질 것이오.”
26 ○ 그래서 빌라도는 바라빠를 풀어 주고 예수님을 채찍질하게 한 다음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넘겨주었다.
27 그때에 총독의 군사들이 예수님을 총독 관저로 데리고 가서
그분 둘레에 온 부대를 집합시킨 다음,
28 그분의 옷을 벗기고 진홍색 외투를 입혔다.
29 그리고 가시나무로 관을 엮어 그분 머리에 씌우고
오른손에 갈대를 들리고서는,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하며 조롱하였다.
▣ “유다인들의 임금님, 만세!”
30 ○ 군사들은 또 예수님께 침을 뱉고 갈대를 빼앗아 그분의 머리를 때렸다.
31 그렇게 예수님을 조롱하고 나서 외투를 벗기고 그분의 겉옷을 입혔다.
그리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러 끌고 나갔다.
32 그들은 나가다가 시몬이라는 키레네 사람을 보고
강제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게 하였다.
33 이윽고 골고타 곧 ‘해골 터’라는 곳에 이르렀다.
34 그들이 쓸개즙을 섞은 포도주를 예수님께 마시라고 건넸지만,
그분께서는 맛을 보시고서는 마시려고 하지 않으셨다.
35 그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나서
제비를 뽑아 그분의 겉옷을 나누어 가진 다음, 36 거기에 앉아 예수님을 지켰다.
37 그들은 또 그분의 머리 위에 죄명을 붙여 놓았다.
거기에는 ‘이자는 유다인들의 임금 예수다.’라고 쓰여 있었다.
38 그때에 강도 두 사람도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는데,
하나는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못 박혔다.
39 지나가던 자들이 머리를 흔들어 대며 예수님을 모독하면서 40 이렇게 말하였다.
▣ “성전을 허물고 사흘 안에 다시 짓겠다는 자야, 너 자신이나 구해 보아라.
네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아라.”
41 ○ 수석 사제들도 이런 식으로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과 함께 조롱하며 말하였다.
42 ▣ “다른 이들은 구원하였으면서 자신은 구원하지 못하는군.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시면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시지.
그러면 우리가 믿을 터인데. 43 하느님을 신뢰한다고 하니,
하느님께서 저자가 마음에 드시면 지금 구해 내 보시라지.
‘나는 하느님의 아들이다.’ 하였으니 말이야.”
44 ○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들도 마찬가지로 그분께 비아냥거렸다.
45 낮 열두 시부터 어둠이 온 땅에 덮여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46 오후 세 시쯤에 예수님께서 큰 소리로 부르짖으셨다.
+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
○ 이는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라는 뜻이다.
47 그곳에 서 있던 자들 가운데 몇이 이 말씀을 듣고 말하였다.
▣ “이자가 엘리야를 부르네.”
48 ○ 그러자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곧 달려가서 해면을 가져와
신 포도주에 듬뿍 적신 다음, 갈대에 꽂아 예수님께 마시게 하였다.
49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말하였다.
▣ “가만, 엘리야가 와서 그를 구해 주나 봅시다.”
50 ○ 예수님께서는 다시 큰 소리로 외치시고 나서 숨을 거두셨다.
<무릎을 꿇고 잠깐 묵상한다.>
51 ○ 그러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갈래로 찢어졌다.
땅이 흔들리고 바위들이 갈라졌다.
52 무덤이 열리고 잠자던 많은 성도들의 몸이 되살아났다.
53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신 다음,
그들은 무덤에서 나와 거룩한 도성에 들어가 많은 이들에게 나타났다.
54 백인대장과 또 그와 함께 예수님을 지키던 이들이
지진과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을 보고 몹시 두려워하며 말하였다.
▣ “참으로 이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
55 ○ 거기에는 많은 여자들이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들은 갈릴래아에서부터 예수님을 따르며 시중들던 이들이다.
56 그들 가운데에는 마리아 막달레나,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
제베대오 아들들의 어머니도 있었다.
57 저녁때가 되자 아리마태아 출신의 부유한 사람으로서
요셉이라는 이가 왔는데, 그도 예수님의 제자였다.
58 이 사람이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님의 시신을 내 달라고 청하자,
빌라도가 내주라고 명령하였다.
59 요셉은 시신을 받아 깨끗한 아마포로 감싼 다음,
60 바위를 깎아 만든 자기의 새 무덤에 모시고 나서,
무덤 입구에 큰 돌을 굴려 막아 놓고 갔다.
61 거기 무덤 맞은쪽에는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가 앉아 있었다.
62 이튿날 곧 준비일 다음 날에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이 함께 빌라도에게 가서 63 말하였다.
▣ “나리, 저 사기꾼이 살아 있을 때,
‘나는 사흘 만에 되살아날 것이다.’ 하고 말한 것을 저희는 기억합니다.
64 그러니 셋째 날까지 무덤을 지키도록 명령하십시오.
그의 제자들이 와서 시체를 훔쳐 내고서는,
‘그분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다.’ 하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이 마지막 기만이 처음 것보다 더 해로울 것입니다.”
65 ○ 빌라도가 대답하였다.
● “당신들에게 경비병들이 있지 않소. 가서 재주껏 지키시오.”
66 ○ 그들은 가서 그 돌을 봉인하고
경비병들을 세워 무덤을 지키게 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오늘의 묵상 |||||||||||||||||||||||||
고대 중국에서는 천자(天子)가 공을 세운 제후들에게 베푸는 아홉 가지 특전이 있었는데, 이를 통하여 제후의 권위를 드러냈다고 합니다.
첫째 금수레를 타는 것, 둘째 면류관을 쓰고 곤룡포를 입는 것, 셋째 옷깃에 옥을 달아 움직일 때마다 아름다운 소리가 나게 하는 것, 넷째 거처하는 집에 붉은 칠을 하는 것, 다섯째 천자가 거처하는 궁에 신을 신고 출입하는 것, 여섯째 삼백 명의 특별 친위대를 거느리는 것, 일곱째 금도끼, 은도끼를 들어 왕의 의장을 갖추는 것, 여덟째 붉은 활 한 벌에 화살 열 대, 검은 활 열 벌에 화살 천 대를 가지고 있는 것, 마지막으로 아홉째 검은 수수로 빚은 향기로운 술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구석’(九錫)이라 말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님께서는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이스라엘 군중에게 임금이셨습니다. 중국의 제후처럼 ‘구석’을 온전히 갖추시지는 못하셨지만, 금수레 대신 어린 나귀를 타고 입성하십니다.
오늘부터 성주간이 시작됩니다. 그때처럼 지금 우리도 나뭇가지를 들고 행렬을 합니다.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예수님의 행렬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환호하는 것입니까?
고통을 이겨 내는 유일한 방법은 고통에 담긴 의미를 깨닫는 것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고통은 희망과 한 몸처럼 엮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통 없이는 참희망이 없으며, 희망 없이는 어떤 고통도 이겨 낼 수 없습니다. 이 거룩한 주간에 십자가에서 고통을 겪으시고 죽임을 당하신 예수님께서 죄 많은 우리를 위하여 “영광의 희망”(콜로 1,27)이 되셨음을 묵상해야 합니다.
박기석 사도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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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가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내가 ‘아무것도 아니다’가 아니면
주님께서 나의 ‘모든 것이다’가 되실 수 없다>
복음: 마태오 26,14-27.66
제가 자신을 낮추고, 버리고, 죽이지 않고서는 주님을 따를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면, 어떤 분들은 “하느님께서 당신 모상대로 인간을 창조하셨는데, 왜 인간의 가치를 그렇게 비하하느냐?”라고 반발하기도 합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존중받아야 마땅하고 그래서 인간 안에 하느님처럼 될 요소들이 다 들어있다.”라고 말합니다.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말은 맞지만, 자칫 이것이 그리스도의 오심을 필요 없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말이 되기도 합니다. 영성적으로 예수님은 우리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Nothing)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자신을 십자가에 죽여야 하는 자기부정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면 영성의 길은 시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성녀 로사로 유명한 페루의 수도 리마에 또 다른 유명한 성인이 계십니다. 일명 ‘빗자루 수사’로 알려진 마르티노 데 포레스 성인입니다. 마르티노 성인은 스페인 귀족의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혼혈입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피부를 닮아 흑인으로 태어났습니다. 당시 혼혈이나 흑인은 노예 정도로 취급되어 백인들이 흑인들의 몸에는 영혼이 들어있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마르티노 성인은 1579년에 태어나서 1639년에 돌아가실 때까지 도미니코 수도회의 평수사로서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였습니다. 이발, 상처 치료, 의류수선 등뿐 아니라 남들이 꺼리는 청소까지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빗자루 수사’란 별명을 얻게 된 것입니다. 왜 그런 저급한 일만 하느냐고 물으면 성인은 “저는 불쌍한 노예일 뿐입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수도회 재정이 나빠지자 성인은 수도원장에게 찾아가 “저는 수도원의 재산이니 저를 노예로 팔아 빚을 갚으십시오.”라고 청했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비하하는 것이 하느님 모상성을 해치고 인간 존엄성을 무시하는 행동이었을까요?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자신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는 이를 ‘모든 것’(Everything)이 되게 하십니다. 당신이 ‘모든 것’이기 때문에 당신은 ‘아무것도 아닌 것’과만 짝을 이루실 수 있습니다.
마르티노 성인은 성령의 도우심으로 동물과도 소통할 줄 알았을 뿐만 아니라 많은 무서운 병들을 기적적으로 치유하기도 하고, 기도 중 두 번이나 몸이 떠오르는 것을 다른 수사들도 목격하였습니다. 심지어 동시에 두 장소에 나타나기도 하고, 몸에서 빛이 나와 기도하는 방을 가득 채우기도 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런 기적들로 마르티노 수사와 함께 해 주시자 많은 사람이 그를 성인으로 대하였고 고아원을 설립하려고 할 때 마르티노 수사의 성덕을 보고는 많은 재정지원을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도 항상 빗자루를 놓지 않고 자신은 그저 불쌍한 노예일 뿐이라고 말하며 평수사로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였습니다. 평생을 그렇게 사셨습니다. 자신을 Nothing으로 만드는 사람에게만 주님께서 Everything이 되십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십니다. 왜 ‘나귀’일까요? 왜 사이비 교주들처럼 백마를 타고 당신 백성들 속으로 들어오시지 않으셨을까요? 나귀는 당신께서 주시는 십자가를 진 자신을 버리고 순종하는 사람의 상징입니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야곱의 열두 아들 중, ‘유다’는 그리스도의 상징입니다. 요셉을 팔아넘긴 형제들이 이집트로 양식을 얻으러 왔을 때 당시 재상으로 있었던 요셉은 형제들에게 올가미를 씌워 베냐민을 자신의 종으로 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때 베냐민 대신 자신이 종이 되겠다고 말했던 인물이 유다입니다. 요셉은 유다의 희생적인 마음을 보고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자신들에게 했던 형제들의 모든 죄를 용서하였습니다. 하느님 아버지 앞에서 우리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유다와 같이 우리 죄를 없애시기 위해 세상에 오신 분이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리스도는 아버지와 같은 하느님이시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Nothing)이 됨을 선택하신 것입니다. 야곱은 유다에게서 그러한 왕이 날 것이라고 말하며 축복을 줍니다. 이 축복 속에 나귀가 등장합니다.
“그는 제 어린 나귀를 포도 줄기에, 새끼 나귀를 좋은 포도나무에 매고 포도주로 제 옷을, 포도의 붉은 즙으로 제 겉옷을 빤다.”(창세 49,11)
포도주로 옷을 빨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마치 피를 흘리는 사람처럼 됩니다. 이사야는 구원자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며 깜짝 놀라 “어찌하여 당신의 의복이 붉습니까? 어찌하여 포도 확을 밟는 사람의 옷 같습니까?”(이사 63,2)라고 물어봅니다. 에돔에서 오는 구원의 큰 능력을 가진 분은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나는 혼자서 확을 밟았다. 민족들 가운데에서 나와 함께 일한 자는 아무도 없다. 나는 분노로 그들을 밟았고 진노로 그들을 짓밟았다. 그래서 그 즙이 내 옷에 튀어 내 의상을 온통 물들게 한 것이다.”(이사 63,3)
히브리어에서는 포도즙에서의 ‘즙’이나, 인간의 ‘피’나 같은 단어(네짜흐)로 사용합니다. 다시 말해 이사야서의 피로 물든 구원자의 모습이나 창세기의 유다의 후손인 그리스도 왕의 모습이나 다 같은 십자가의 피 흘리시는 그리스도를 예언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십자가는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드는 도구입니다. 이 Nothing이 됨을 통해 세상의 Everything이 됨을 보여주는 신비가 ‘나귀’와 연계되는 것입니다.
나귀는 포도나무에 매여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포도나무로서 당신 피를 내어주십니다. 그 나무에 매여 있는 나귀는 그리스도로부터 성령을 받는 이들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당신 성령을 받는 이들을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십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의 성령을 받는 이들은 성령이 아니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알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는 나귀가 두 마리 등장합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딸 시온에게 말하여라. 보라, 너의 임금님이 너에게 오신다. 그분은 겸손하시어 암나귀를, 짐바리 짐승의 새끼,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다.”는 즈카르야서 9장 9절을 인용합니다. 암나귀는 그리스도를 등에 업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고, 그 새끼는 그 어머니를 본받는 새로 태어나는 자녀입니다. 암나귀와 새끼나귀는 그리스도라는 포도나무에 매여 그분에게서 오시는 성령의 힘으로 살아가는 ‘교회’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모시고 사람들에게로 향하는 교회의 모습은 마치 나귀처럼 그분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마치 자신이 ‘어떠한 존재’(Something)가 되려 한다면, 자신 등에 타신 그리스도께서도 그 사람에게서는 ‘모든 것’이 아닌 또 다른 ‘어떠한 존재’밖에 되지 않으십니다. 내가 참으로 그리스도께서 우리 ‘모든 것’임을 전하는 이가 되려면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들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많은 고통 받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나 저 개인적으로는 사순절을 이렇게 편안하게 지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사순시기는 특강으로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사순 특강이 다 끝나갈 이맘때쯤 마음의 큰 공허감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였으니 기뻐야 하는데 마음은 공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원인을 살펴보니 제가 자신도 모르게 많은 강의와 박수를 받으면서 ‘어떠한 존재’가 되어있었던 것입니다. 어떠한 존재가 되니 그 많은 사람의 칭찬과 박수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니 그만큼 참 행복이신 그리스도께서 나의 전부가 되지 않으시고 그저 어떤 분이 되어버리신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그리스도를 맞아들이기 위해 ‘나뭇가지와 겉옷’을 깔았습니다. 나뭇가지는 그분을 자신의 왕으로 인정하겠다는 뜻이고, 옷은 자기를 버리겠다는 뜻입니다. 자신을 버리지 않고 그분을 자신의 왕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겉옷을 벗는 행위가 Nothing이 되는 행위입니다. 그래야 그분이 나의 참 왕으로써 Everything이 되십니다. 이 시기에 주님이 아니시면 우리는 그저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인정하고 고백하고 그분만을 자신의 전부로 고백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
전삼용 요셉 신부의 매일 복음 묵상 2020 가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코로나 19 극복을 청하는 기도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
'코로나 19' 확산으로 혼란과 불안 속에 있는
저희와 함께 하여 주십시오.
어려움 속에서도 내적 평화를 잃지 않고
기도하도록 지켜주시고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십시오.
'코로나 19' 감염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치유의 은총을 내려주시고,
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보고 있는
의료진들과 가족들을 축복하여
주십시오.
또한 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
분들의 영혼을 받아주시고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하여
주십시오.
국가 지도자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더 해주시고,
현장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투신하고 있는 관계자들을
보호해주십시오.
특별히 이런 상황에서 더 큰
위험에 노출되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을
저희가 더 잘 돌볼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자
애쓰는 저희 모두가
생명과 이웃의 존엄,
사랑과 연대의 중요성을
더 깊이 깨닫게 하시고
배려와 돌봄으로
희망을 나누는 공동체로
거듭나는 은총 내려주시길
간구합니다.
우리의 도움이신 성모님과 함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