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샘

[묵상]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마태오 19,23-30) - 성 베르나르도 아빠스 학자 기념일 (2024.8.20.)

honephil 2024. 8. 20. 06:07

[묵상]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마태오 19,23-30) - 성 베르나르도 아빠스 학자 기념일 (2024.8.20.)

베르나르도 성인은 1090년 프랑스 디종 근교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그는 시토회에 입회하였다. 나중에 클레르보 수도원의 아빠스(대수도원장)가 되어, 몸소 모범을 보이며 수도자들을 덕행의 길로 이끌었다. 또한 그는 교회의 분열을 막고자 유럽 각지를 두루 다니며 평화와 일치를 회복하고자 노력하였고, 신학과 영성 생활에 관한 많은 저서를 남겼다. 1153년 선종한 베르나르도 아빠스를 1174년 알렉산데르 3세 교황이 시성하였고, 1830년 비오 8세 교황이 ‘교회 학자’로 선포하였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9,23-30
그때에 23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부자는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24 내가 다시 너희에게 말한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25 제자들이 이 말씀을 듣고 몹시 놀라서,
“그렇다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 하고 말하였다.
26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눈여겨보며 이르셨다.
“사람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27 그때에 베드로가 그 말씀을 받아 예수님께 물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그러니 저희는 무엇을 받겠습니까?”
28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러운 자기 옥좌에 앉게 되는 새 세상이 오면,
나를 따른 너희도 열두 옥좌에 앉아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심판할 것이다.
29 그리고 내 이름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아버지나 어머니,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모두 백 배로 받을 것이고
영원한 생명도 받을 것이다.
30 그런데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오늘의 묵상 ||||||||||||||||||||||||

< 100배가 주어진다고 믿는 곳이 천국 >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부자가 하늘 나라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십니다. 즉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반면 이렇게도 말씀하십니다. 

 

“내 이름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아버지나 어머니,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모두 백 배로 받을 것이고 영원한 생명도 받을 것이다.”

 

하늘 나라는 행복의 나라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하늘 나라의 행복을 누리는 사람은 부자들이 아니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입니다. 

 

신학생 때 2주간 행려자들을 위한 서울에 있는 한 무료 급식소에서 봉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무료 급식소라고는 하지만 돈을 200원씩 받았습니다. 없는 사람은 안 내도 되지만 아예 받지 않으면 행려자들의 자존심이 상한다는 것입니다. 

가끔 식사 후에 그들끼리 밖에 나가 싸웁니다. 제가 있을 때의 싸움은 신문지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그들에겐 이불 역할을 하는 그런 신문지가 전 재산입니다. 한 노숙자는 신문지를 많이 가지고 있었고 한 사람은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 없는 사람이 많은 사람 것을 하나 슬쩍 한 것입니다. 

 

저는 ‘과연 그들이 가난한 사람인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답은 ‘아니다’였습니다. 그들은 부자였습니다. 욕심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왜 욕심이 많을까요? 자신이 내어주는 것이 100배로 돌아옴을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늘 나라는 내가 어느 환경에 있는지에 대한 믿음으로 결정됩니다. 같은 아이라도 고아가 있고 부모가 있는 자녀가 있습니다. 고아는 이 세상에서 자기 것을 내어놓아도 100배로 돌아온다고 믿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녀는 부모에게 조금만 효도해도 100배로 돌아온다고 믿습니다. 부모가 있어도 가난할 수 있지만 그 아이는 천국의 기쁨을 누릴 수 있고, 좋은 고아원에 있어도 100배의 보상을 믿지 않는 아이는 그 집착 때문에 지옥에 삽니다. 사실 그런 아이는 가진 것마저 빼앗깁니다.

 

우리는 이솝 우화의 ‘개와 그림자’를 잘 압니다. 한 마리의 개가 고기를 물고 가다가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물에 비친 고기가 더 크다고 착각합니다. 욕심을 부린 개는 물속의 고기를 차지하려다 결국 자신이 물고 있던 고기를 떨어뜨려 잃어버리고 맙니다. 만약 100배로 돌려주는 세상이라고 믿으면 ‘불쌍하면 내가 주려고 했는데 이미 먹을 것이 있으니 줄 필요가 없겠네!’라고 하며 자신의 것을 잃지 않습니다.

 

이 세상을 하늘 나라로 사는 사람의 마음을 살펴봅시다. 워런 버핏은 2011년 포춘지 9월호에 ‘나의 기부 서약’을 실었습니다. 여기에 그가 내어놓는 무엇이든 100배로 돌려받는다는 믿음이 숨어있습니다.

 

“저는 재산의 99%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겠습니다. 규모로 보면 큰 액수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매일 같이 저보다 많은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교회나 기타 기관에 기부금을 내고 있습니다.

 

제 주식의 1% 이상을 저희를 위해 사용한다 해도 저희는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지도 더 편안해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부한 나머지 99%는 다른 이들의 건강과 복지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와 제 가족이 걸어갈 길은 명확합니다. 저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만 취하고 나머지는 사회의 필요를 위해 나누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부활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십자가에 돌아가시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보상을 믿는 사람들이 나눌 줄도 압니다. 그런데 정말 저렇게 많은 복을 받는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워런 버핏이 가진 돈의 1%를 가진 사람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1%도 조 단위의 액수이기 때문입니다.

 

욕심이 많게 되는 이유는 이미 지옥에 살기 때문입니다. 제가 유학 가서 말도 못 할 때 그 상황이 지옥 같으니 계속 내 것만 찾고 있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주님은 일부러라도 빼앗으려고 하십니다. 그리고 정말 100배가 주어지는지 보게 될 때 그 사람은 앞으로도 천국에 살 수 있습니다.

 

‘약속’이란 영화에서 박신양이 술에 취하여 노숙자의 가방을 빼앗으려고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노숙자는 자신의 전 재산인 가방을 필사적으로 움켜쥐지만 결국 빼앗기고 맙니다. 가방을 털어보니 신문지와 더러운 옷 몇 벌만 들어있습니다. 주인공은 웃으며 가방과 나머지 것들을 그의 앞에서 엎어버리고 대신 행려자에게 수표를 한 장 줍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이 보따리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아? 먹다 남은 사과, 가자 부스러기, 곰팡이 쓴 떡, 순 못 먹는 것들만 잔뜩 싸가지고 맨날 얻어먹으면서 지 것 뺏길까 봐 보따리 꼭 끌어안고 사는…. 내가 거지야. 희주는 어떤지 알아? 나한테 주기만 해. 나만 쳐다봐. 절벽 꼭대기에서 눈 꼭 감고 그냥 자기를 내던지는 거야! 이런 사랑받아봤어?”

 

주님은 이렇게 억지로라도 빼앗으려고 하십니다. 그래야 당신께서 더 큰 것을 주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신학생이 되거나 수녀원에 들어가면 바로 100배로 받는다는 것을 체험합니다. 많은 부모님이 생기고 많은 자녀가 생기며 많은 집이 생기고 죽기까지 돈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단지 내가 별거 아닌 것을 바쳤다는 이유 하나로. 그리고 그분은 대신 “모든 것”을 내어주십니다. 이것을 느끼며 사는 동안은 이 세상에서부터 천국을 살게 됩니다.
https://youtu.be/JyxnftxnXvo?si=CHdjgufeLT5ZFyED

 

#전삼용 요셉 신부의 매일미사 묵상글

내 이름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아버지나 어머니,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모두 백 배로 받을 것이고 영원한 생명도 받을 것이다. 마태 19,29

And everyone who has given up houses or brothers or sisters or father or mother or children or lands for the sake of my name will receive a hundred times more, and will inherit eternal life. Mt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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