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샘

[묵상] 요한에게 가서 너희가 보고 들은 것을 전하여라. (루카 7,18ㄴ-23) -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2022.12.14.)

honephil 2022. 12. 14. 08:15

[묵상] 요한에게 가서 너희가 보고 들은 것을 전하여라. (루카 7,18ㄴ-23) -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2022.12.14.)

십자가의 요한 성인은 1542년 스페인 아빌라의 폰티베로스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극심한 가난을 체험한 요한은 가르멜 수도회에 입회하여 수도 생활을 하다가 사제가 되었다. 이후 ‘아빌라의 성녀’로 잘 알려진 예수의 데레사 성녀와 함께 가르멜 수도회의 개혁을 추진하는 가운데 영성 생활의 스승 역할을 하였다. 1591년 세상을 떠난 그는 1726년에 시성되었고, 1926년에는 ‘교회 학자’로 선포되었다. 교회의 위대한 신비가인 십자가의 요한 성인이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가르멜의 산길』, 『어두운 밤』, 『영혼의 노래』 등은 영성 신학의 고전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요한에게 가서 너희가 보고 들은 것을 전하여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7,18ㄴ-23
그때에 18 요한은 자기 제자들 가운데에서 두 사람을 불러
19 주님께 보내며,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하고 여쭙게 하였다.
20 그 사람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말하였다.
“세례자 요한이 저희를 보내어,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하고 여쭈어 보라고 하셨습니다.”
21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질병과 병고와 악령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을 고쳐 주시고,
또 많은 눈먼 이를 볼 수 있게 해 주셨다.
22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요한에게 가서 너희가 보고 들은 것을 전하여라.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
23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오늘의 묵상 ||||||||||||||||||||||||

 

요한 사제의 눈은 언제나 개혁과 쇄신을 향한 불꽃으로 이글거렸습니다!

 

하느님과 교회, 세상 앞에 장엄하게 청빈 서약을 한 수도자로서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과연 나는 오늘 진정으로 청빈한가?

라고 자문해보니, 너무나 부끄러운 나머지 할 말을 잃습니다.

 

더 이상 가난하게 살지 않은 동료 수도자들의 한심한 모습이

안타까웠던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한탄 조로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청빈은 우리 축성생활자들의 삶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방벽입니다. 고급 승용차에, 최첨단 기기를 장착하고 살아가는 사제,

수도자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자전거를 쌩쌩 타고

다니시는 비서 신부님의 모습이 정말 멋져 보입니다.”

 

오늘 축일을 맞이하는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1542~1591)가

살아가던 중세 시대나 지금이나 물질과 안락한 삶에 대한 애착은

수도자들에게 있어 큰 유혹꺼리로 작용했던가 봅니다.

 

당시는 수도 생활의 부흥기를 지나 일종의 쇠락기에 접어든

시기였습니다. 더 이상 수도자들에게 있어 완덕에 대한 열망이나

하느님 중심의 삶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타성에 빠진 수도자들의

얼굴은 냉랭했고, 게을러빠진 수도자들은 자꾸만 회칙을 완화시켰습니다.

 

이를 보다 못한 충실하고 올곧은 가르멜 수도자 요한은

원칙대로! 를 강조하며 고난과 형극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안토니오 수사를 비롯한 마음이 맞는 수도자 몇 명과 더불어

엄격한 금욕과 극기, 기도와 고행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안락하고 쾌적한 대 수도원 건물을 뒤로하고 다리를 뻗기도

힘들고 서 있기도 힘든 작은 방에서 함께 생활했는데, 여기저기

비가 새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는 얼굴로 기쁨과 감사의 마음으로 지냈습니다.

 

외출을 할때는 신발도 신지 않고 맨발로 다녔습니다. 이러한 쇄신된

삶을 살아가면서 끝끝내 회개하지 않는 동료 수도자들을

회개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습니다.

 

자연스레 얼굴과 뱃속에 기름이 가득한 게을러빠진 동료

수도자들에게 미운털이 깊이 박혔습니다. 자신들의 비행이나

과오는 덮어둔 채, 갖은 방법으로 요한 사제를 괴롭혔습니다.

 

총회가 개최되자 요한 사제를 오해한 총장은 그를 톨레도 수도원의

깊은 지하 감방에 가두었습니다. 그가 총회에 나타나서

어떤 행패를 부릴지 몰라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러나 요한 사제는 갖은 학대와 모욕을 묵묵히 견뎌냈습니다.

사악하고 매정한 동료 수도자들을 향해 일언반구도

항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바꾸었습니다. 부족한 내게 겸손의 덕을 쌓게 하는 은인!

 

이토록 탁월한 성덕은 오래가지 않아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머지않아 요한 사제의 결백과 인품이 알려졌고,

비오 5세 교황과 그레고리오 13세 교황은 그의 이상을

추구하는 수도자들을 위한 특수한 가르멜회를 정식으로 인준했습니다.

 

혈기왕성하던 젊은 시절을 수도회 개혁에 몸 바친 요한

사제의 눈은 언제나 개혁과 쇄신을 향한 불꽃으로 이글거렸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의 삶도 조금

바뀌었습니다. 좀 더 너그럽고, 좀 더 풍요로워졌습니다.

자신을 다스리는 데는 엄격했지만, 타인을 대하는 데는

한없이 관대해졌습니다. 그렇지만 수도회 개혁과 쇄신을 향한

그의 노선을 단 한치도 흐트러지지 않았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 루카 7, 23
Blessed is the one who takes no offense at me. Lk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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