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샘

[묵상]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루카 10,17-24) -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기념일 (2022.10.01.)

honephil 2022. 10. 1. 06:35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는 1873년 프랑스의 알랑송에서 태어났다. 열다섯의 어린 나이에 리지외의 가르멜 수도원에 들어간 그는 결핵을 앓다가 1897년 스물넷의 젊은 나이에 선종하였다. 짧은 기간의 수도 생활이었지만 데레사 수녀는 마음을 다하여 기도하면서 고행하였다. 일상의 단순하고 작은 일에 충실하였던 그는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그리고 사제들, 특히 먼 지역에 가서 선교하는 사제들을 위하여 끊임없이 기도하였다.
성녀가 선종한 뒤에 나온 그의 병상 저서들은 세계 각지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이를 감동시켰다. 비오 11세 교황은 1925년 그를 시성하고, 1929년 ‘선교의 수호자’로 선포하였다. 1997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그를 교회 학자로 선포하였다. 성녀는 ‘소화(小花) 데레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0,17-24
그때에 17 일흔두 제자가 기뻐하며 돌아와 말하였다.
“주님, 주님의 이름 때문에 마귀들까지 저희에게 복종합니다.”
18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19 보라, 내가 너희에게 뱀과 전갈을 밟고
원수의 모든 힘을 억누르는 권한을 주었다.
이제 아무것도 너희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20 그러나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21 그때에 예수님께서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며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22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들이 누구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버지께서 누구이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23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제자들에게 따로 이르셨다.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24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예언자와 임금이 너희가 보는 것을 보려고 하였지만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듣는 것을 들으려고 하였지만 듣지 못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오늘의 묵상 ||||||||||||||||||||||||||

 

작으니 사랑받습니다!

 

운전 중에 작고 하얀 잡견 하룻강아지를 만났습니다.

차들이 쌩쌩 지나다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도로 한가운데서 뭔가 냄새를 맡고 있었습니다.

 

차를 멈추고 기다리고 있던 저는 안 되겠다 싶어

갓길에 차를 주차 시켰습니다. 녀석에게 다가갔더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습니다.

저는 큰 소리로 녀석에게 야단을 쳤습니다.

 

“야! 너 이름은 모르지만, 여기 도로 한가운데서

이러고 있다가 큰일 난다. 앞으로 절대로

도로 한가운데로 나오면 안 된다. 알았지?”

 

그러면서 녀석을 덥석 품에 안고 걱정스러운

눈빛의 어미 개에게로 데려다주었습니다.

 

그 작고 귀여운 강아지, 눈에 쌍꺼풀까지 있는

강아지를 바라보면서 제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작으니 사랑받는구나!’

 

아마도 이런 공식은 하느님과 우리 인간과의

관계 안에서도 똑같이 적용되지 않을까요?

만일 우리가 하느님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싶다면,

그분 품에 푹 잠기고 싶다면, 그 비결은 무엇이겠습니까?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작은 야생화처럼

작아지는 것이 아닐까요? 올라가지 않고 내려가는

것이 아닐까요? 교만을 버리고 겸손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요? 탄탄대로가 아니라 좁은 길을 걷는 것이 아닐까요?

 

이런 면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성인이 한 분 계십니다.

오늘 축일을 맞이하시는 좁은 길의 성녀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입니다. 그녀의 삶이 마치 깊은 산속 외딴곳에

홀로 피어난 아름다운 한 송이 작은 꽃 같다고 해서

‘소화(小花)’ 데레사라고도 불립니다.

 

언뜻 보기에 그녀의 생애는 성인(聖人)이 되기에 많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1873년에 태어나셨다가 1897년에

돌아가셨으니 불과 24년간의 짧은 생애를 살았습니다.

성덕을 쌓기에 충분한 시간과 나이가 아니라는 생각도

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 그 나이의 다른 젊은이들

바라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짧디 짧은 수도 생활의 연륜, 그것도 봉쇄수녀원 안에서,

그마저도 지병으로 골골하면서...도무지 대단한 뭔가를

해낼 조건이 아닌 그녀의 생애였습니다. 그러나 웬걸,

데레사는 자신의 탁월한 봉헌 생활을 통해 나이와 연륜이

성덕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잘 보여주었습니다.

 

오늘날 가톨릭 교회는 그녀를 그 어떤 성인보다

크게 칭송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빛나는 성덕은

온 세상을 비추고 있습니다. 교회는 봉쇄 수녀회

수도자였던 그녀를 전 세계 선교의 수호성인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녀가 개척한 성덕의 길은 대체로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지극한 겸손, 복음적 단순함,

하느님을 향한 깊은 신앙, 이 세 가지 요소는

결국 사랑으로 통합되었습니다.

 

데레사는 하느님을 마치 사랑하는 연인(戀人)

대하듯 대했습니다. 그녀가 하느님과 주고받은 대화

곧 기도는 마치도 너무 사랑해서 죽고 못하는

연인들끼리 주고받은 연서(戀書) 같았습니다.

 

그녀는 하느님 앞에 언제나 한 송이 작은 숨은

꽃이길 원했습니다. 그녀가 개척한 성덕의 길은

‘작은 길’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한사코 작은

오솔길만을 걸었던 그녀를 구원의 빛나는

대로로 안내하셨습니다.

 

그리고 작디작은 그녀를 당신의 넓고 따뜻한

가슴에 꼭 안아주셨습니다. 숨은 것도 다 아시는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는 그녀 특유의 빛나는

작은 길을 온 세상 사람들 앞에 낱낱이 드러내셨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루카 10,23

Blessed are the eyes that sees what you see. Lk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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