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샘

[묵상] 예수님께서 흩어져 있는 하느님의 자녀들을 하나로 모으시리라. (요한 11,45-56) - 사순 제5주간 토요일 (2022.4.9.)

honephil 2022. 4. 9. 05:56

<예수님께서 흩어져 있는 하느님의 자녀들을 하나로 모으시리라.>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1,45-56
그때에 45 마리아에게 갔다가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본 유다인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46 그러나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은 바리사이들에게 가서,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알렸다.
47 그리하여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이 의회를 소집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저 사람이 저렇게 많은 표징을 일으키고 있으니,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겠소?
48 저자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모두 그를 믿을 것이고,
또 로마인들이 와서 우리의 이 거룩한 곳과 우리 민족을 짓밟고 말 것이오.”
49 그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그해의 대사제인 카야파가 말하였다.
“여러분은 아무것도 모르는군요.
50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여러분에게 더 낫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헤아리지 못하고 있소.”
51 이 말은 카야파가 자기 생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해의 대사제로서 예언한 셈이다.
곧 예수님께서 민족을 위하여 돌아가시리라는 것과,
52 이 민족만이 아니라 흩어져 있는 하느님의 자녀들을
하나로 모으시려고 돌아가시리라는 것이다.
53 이렇게 하여 그날 그들은 예수님을 죽이기로 결의하였다.
54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유다인들 가운데로 드러나게 다니지 않으시고,
그곳을 떠나 광야에 가까운 고장의 에프라임이라는 고을에 가시어,
제자들과 함께 그곳에 머무르셨다.
55 유다인들의 파스카 축제가 가까워지자,
많은 사람이 자신을 정결하게 하려고
파스카 축제 전에 시골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갔다.
56 그들은 예수님을 찾다가 성전 안에 모여 서서 서로 말하였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그가 축제를 지내러 오지 않겠소?”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오늘의 묵상 ||||||||||||||||||||||||||

 

착한 목자는 상처 입은 양의 눈동자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사람입니다!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여러분에게 더 낫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헤아리지 못하고 있소.”(요한복음 11장 50절)

 

위 말씀과 관련해서 헨리 나웬 신부님께서는

특별한 에피소드 하나를 우리에게 소개하면서

참된 사목자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성찰하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한 나라 안에서 두 패로 갈라져서 싸우는 내전이 벌어졌습니다.

어느 날 한 작은 마을에 어린 병사 하나가

큰 부상을 당해 나타났습니다.

군복을 보니 적군이었습니다.

 

 

이장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비록 적군이지만

불쌍한 소년병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은신처를 제공해주었습니다.

상처를 치료해주었고

먹을 것도 갖다 주었습니다.

 

 

그런데 즉시 그날 저녁 한 무리의 병사들이 찾아와

그 소년병을 어디에 숨겼느냐고 다그쳤습니다.

그들은 내일 새벽 동트기 전까지 소년병을 내놓지 않으면,

마을에 불을 지르고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모두 본당 신부님을 찾아갔습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가르쳐달라고 자문을 청했습니다.

진퇴양난의 순간 앞에 신부님도 난감했습니다.

소년병을 넘겨주면 소년병이 죽고,

소년병을 안 넘겨주면 마을 사람 전체가 죽고...

 

무거운 마음을 안고 사제관으로 들어간 신부님은

올바른 길을 열어주시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신부님은 성경 안에 답이 있겠지 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밤새 성경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기적처럼 동트기 직전 답이라고

여겨지는 성경 구절 하나를 찾았습니다.

그 성경 구절은 오늘 우리가 봉독한 요한 복음 11장 50절의 말씀,

대사제 가야파가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었습니다.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여러분에게 더 낫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헤아리지 못하고 있소.”

 

 

신부님을 무릎을 탁 치며 즉시 이장님을 찾아가서

주님께서 위 구절을 답으로 주셨다고 통보해주었습니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적군에게 소년병의 은신처를 알려주었고,

병사들은 소년병을 끌고 가 죽였습니다.

 

그날 밤 마을 회관에서는 큰 축제가 벌어졌습니다.

지혜로운 신부님의 기도와 조언으로 마을 사람

모두가 살아났다며 큰 잔치를 벌였습니다.

그러나 신부님은 마음이 무척 찜찜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살았지만, 불쌍한 소년병의 모습이

계속 머릿속에 어른거렸습니다.

깊은 슬픔과 자책감에 사로잡혀 침실로 들어갔는데,

그날 밤 주님의 천사가 그를 찾아와 물었습니다.

 

“너는 무슨 일을 했는가?”

 

“저는 너무나 난감한 상황 앞에서 간절히 기도하다가,

그래도 응답이 없다 싶어, 성경 말씀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밤새 읽었습니다.

그리고 답이 되는 구절을 찾았기에

그 답을 마을 주민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천사는 화가 나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너는 메시아를 적군에게 넘겨주었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신부님은 괴로워하며 반문했습니다.

 

“제가 무슨 수로 그것을 알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자 천사가 말했습니다.

 

“네가 어젯밤 간절히 기도하고,

열심히 성경을 읽는 대신

단 한 번이라도 그 소년병을 찾아가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면,

그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이 예화를 통해 헨리 나웬 신부님은

우리에게 강조합니다.

착한 목자는 기도만 열심히 하고

성경만 열심히 읽는 사람이 아니라

양들을 찾아 나서는 사람입니다.

 

 

착한 목자는 상처 입은

양의 얼굴을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그와 눈동자를 마주침을 통해 그의 내면,

그의 영혼의 상태를 확인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결국 사목자는 맡겨진 양들을 위해 발로 뛰는 사람,

양들 사이로 내려가는 사람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살레시오회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될 것이다.

에제 37,23

They will be my people, and I will be their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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