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샘

[묵상] 오늘 이 성경 말씀이 이루어졌다. (루카 4,14-22ㄱ) - 주님 공현 대축일 후 목요일 (2022.1.6.)

honephil 2022. 1. 6. 07:16

<오늘 이 성경 말씀이 이루어졌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4,14-22ㄱ
그때에 14 예수님께서 성령의 힘을 지니고 갈릴래아로 돌아가시니,
그분의 소문이 그 주변 모든 지방에 퍼졌다.
15 예수님께서는 그곳의 여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모든 사람에게 칭송을 받으셨다.
16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자라신 나자렛으로 가시어,
안식일에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성경을 봉독하려고 일어서시자,
17 이사야 예언자의 두루마리가 그분께 건네졌다.
그분께서는 두루마리를 펴시고 이러한 말씀이 기록된 부분을 찾으셨다.
18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19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20 예수님께서 두루마리를 말아 시중드는 이에게 돌려주시고 자리에 앉으시니,
회당에 있던 모든 사람의 눈이 예수님을 주시하였다.
21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22 그러자 모두 그분을 좋게 말하며,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은총의 말씀에 놀라워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오늘의 묵상 ||||||||||||||||||||||||||

 

<말씀을 받아들일 귀를 뚫는다는 의미는?>

 

    예수님은 광야에서 유혹을 물리치시고 성령의 힘을 지니고”(루카 4,14) 갈릴래아로 돌아오셨습니다그리고 회당에서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루카 4,18)라고 시작하는 메시아에 관련된 말씀을 읽으시고 이 말씀이 지금 이 자리에서 실현되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께서 말씀이십니다그런데 그 말씀은 성령과 결합하여야 힘을 발휘합니다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4,21)라고 하십니다직역하면, “오늘 이 말씀이 너희 귀에 가득찼다가 됩니다복음이 성령과 합쳐질 때 비로소 듣는 사람의 귀에 가득 차게 된다는 뜻입니다.

 

    성령은 광야에서 삼구의 유혹을 물리쳐 죄가 없는 사람에게 가득합니다성모님만큼 성령으로 가득하신 분이 없으셔서 성모님의 한 말씀이 엘리사벳을 성령으로 가득 차게 만든 것입니다

 

    우리가 복음을 전할 때 소리만 지르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성령이 내 안에 오시면 나는 피를 흘릴 수밖에 없고 그 피가 섞인 말씀만이 누군가의 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것입니다귀에 가득 차지 않는 말씀은 들리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소림사 18동인’(1976)이란 오래된 영화가 있는데여기에서 모든 어려운 과정을 다 마치고 마지막 하는 것이 있는데 불붙은 화로를 가슴에 안아서 그 화로에 쓰인 글자와 그림이 몸에 새겨지게 하는 과정입니다

 

    이처럼 말씀만으로는 안 되고 불이 있어야 합니다화로가 말씀이라면 불이 성령이십니다이 성령으로 불타는 화로를 옮기는 이는 그 말씀이 자신 안에 새겨집니다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복음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그리고 그 불을 통해 나에게 말씀이 새겨질 때 이것이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성 프란치스코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언제나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십시오꼭 필요하다면 말도 하십시오.”

 

    그런데 오늘 복음 바로 뒤에서 그 성령으로 충만한 말씀을 들은 이들의 반응은 처음엔 이랬습니다.

 

    “그러자 모두 그분을 좋게 말하며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은총의 말씀에 놀라워하였다.”(루카 4,22)

 

    하지만 곧이어서 그들은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루카 4,22)라고 말하자 어떠한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루카 4,24)라는 말씀에 잔뜩 화가 나서 예수님을 벼랑 끝까지 끌고 가 떨어뜨리려 합니다그러나 예수님은 그들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가십니다말씀이 그들 안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말씀 묵상을 할 때 말씀의 뜻을 깨달으려 노력합니다그러나 말씀이 아무리 내 귀에 가득히 차도 귀가 뚫리지 않으면 그 말씀이 내 속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귀가. 뚫린다는 말은 그분의 종이 되려는 마음을 의미합니다종이 풀려날 수 있지만주인의 종으로 평생 남고 싶다면 주인이 그 종의 귀를 뚫었습니다(탈출 21,1-6 참조). 

 

    그리스도의 종이 되려는 마음이 없다면 귀가 뚫린 것이 아니고 아무리 말씀이 충만하게 주어져도 그 말씀의 참 의미를 깨달을 수 없게 됩니다이것이 아무리 묵상을 하려 해도 그 말씀의 뜻이 잘 다가오지 않는 이유입니다하느님의 말씀은 당신의 피와 함께 오는데 우리가 피를 흘리려 하지 않는다면 그 말씀은 나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은 배다른 형과 동생의 긴 화해의 여정을 보여줍니다이혼한 어머니와 형은 잘 살고 있었지만이복동생은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며 살고 있었습니다아버지가 죽자 형은 이복동생을 고아원에 가지 않게 하려고 빼내 오려합니다. 하지만 동생이 좋아하는 나이키 신발을 사러 갔다가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으로 며칠 동안 갇혀 동생을 만나지 못합니다동생은 형을 화장실도 가지 않고 약속 장소인 시골 역에서 사흘이나 기다리다가 결국엔 싸움꾼으로 성장하여 감옥까지 가게 됩니다.

 

    동생이 출소하던 그 날 형이 자기 아들을 돌봐달라는 조건으로 형의 집을 자신에게 맡겼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형과 형수는 암으로 죽은 상태였습니다지금까지 그렇게 찾아오지 않던 형이 미웠지만재산이 탐나서 조카가 사는 곳으로 들어갑니다

 

    조카는 지적 장애인이었습니다하지만 죽은 아버지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기억하고 있었습니다그때 약속을 지키지 못한 괴로움에 매년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날만 되면 그 역을 방문했었고동생과 함께 타고 싶었던 놀이기구를 아들을 태워주며 동생을 그리워했다는 것, 그리고 삼풍 백화점에서 자신에게 주려고 꼭 껴안고 있었던 나이키 신발까지 알게 됩니다이 모든 것을 보며 그는 형의 사랑한다는 말을 받아들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사랑한다는 말씀입니다그런데 그 말씀은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생각을 포기하고 그분 앞에 무릎 꿇으려는 마음을 가지기 전까지는 들리지 않습니다왜냐하면나를 통해 당신의 말씀이 또 다른 이들에게 흘러가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그분 말씀으로 죽지 않으려는 사람은 그래서 아무리 묵상을 해도 자기 생각 정리밖에는 안 되는 것입니다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묵상이 아닙니다묵상은 그분의 말씀이 나에게 새겨져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그 깨달음은 아주 짧고 강렬하고 기쁨을 줍니다그리고 나를 말씀의 종이 되게 만듭니다주님의 말씀을 깊이 묵상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우리 귀가 그분의 말씀에 뚫려있는지 먼저 살펴야 합니다.

 https://youtu.be/pYka1l5jdCc

#전삼용 요셉 신부의 매일 복음 묵상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분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1요한 4.19

We love because he first

loved us.

1Jn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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