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부르짖을 때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 (루카 18,1-8) -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 (2022.11.12.)
성 요사팟 주교는 1580년 무렵 우크라이나의 동방 교회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그가 뛰어난 상인이 되기를 바랐지만, 장사보다는 영혼 문제에 관심이 더 많았던 그는 부모의 뜻을 저버리고 수도원에 들어갔다. 이후 사제품을 받은 그는 수도원장까지 맡아 수도회 개혁을 주도하였다. 주교가 된 뒤에 교회의 일치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다가 1623년 이교도들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1867년 비오 9세 교황이 요사팟 주교를 시성하였다.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부르짖을 때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8,1-8
그때에 1 예수님께서는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는 뜻으로
제자들에게 비유를 말씀하셨다.
2 “어떤 고을에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한 재판관이 있었다.
3 또 그 고을에는 과부가 한 사람 있었는데 그는 줄곧 그 재판관에게 가서,
‘저와 저의 적대자 사이에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십시오.’ 하고 졸랐다.
4 재판관은 한동안 들어주려고 하지 않다가 마침내 속으로 말하였다.
‘나는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5 저 과부가 나를 이토록 귀찮게 하니
그에게는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어야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끝까지 찾아와서 나를 괴롭힐 것이다.’”
6 주님께서 다시 이르셨다.
“이 불의한 재판관이 하는 말을 새겨들어라.
7 하느님께서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밤낮으로 부르짖는데
그들에게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지 않으신 채, 그들을 두고 미적거리시겠느냐?
8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지체 없이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오늘의 묵상 ||||||||||||||||||||||||||
청원기도를 드릴 때는 기도의 질, 기도의 방향이 아주 중요합니다!
여기저기 낙엽도 우수수 떨어지고, 계절에 걸맞게 연중 시기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시기에 걸맞게 요즘 복음 말씀은 계속해서
종말에 벌어질 상황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날, 그 거룩한 은총의 날, 다시 말해서 마지막 날,
잘 준비되지 못한 사람은 끔찍하고 참혹한 상황에 직면하겠지만,
미리미리 잘 준비한 사람들에게 그날은 더없는 축복이요
영광의 날이 될 것을 강조하십니다.
학창 시절을 돌아보니 예수님 말씀이 하나도 틀리지 않습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다가오면, 저 같은 사람들은 시험 준비가
잘 되지 않았던 관계로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하고, 시험 시간이
다가올수록 세상 괴롭고 마음이 산란했습니다.
그런 반면 평소 수업 시간에도 충실할뿐더러, 예습 복습에
충실했던 친구들은 시험이 기쁨이요 설렘이었습니다. 시험 시간이
다가오면 이번엔 평균 10점은 올려야지, 이번에도 준비를 잘했으니,
내가 당연히 1등이겠지, 하는 마음에 저와는 달리
시험 시간을 목 빠지게 기다렸습니다.
마지막 날과 관련된 말씀을 하실 때마다 예수님께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로 강도 높은 경고 말씀을
던지시는데, 그 이유가 다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다 계획이 있으셨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한 명 각자 각자를 향한 극진하고
개별적인 사랑을 지니신 분이었습니다.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구원의 명단에서 제외되는 일을 원치 않으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늘 당신 눈에 밟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외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냉랭한 사람들!
예수님께서 마지막 날과 관련해서 그토록 강경한 발언을 하시는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우리 모두를
구원으로 인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절망과
낙담 속에 울고 있는 것을 원치 않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평생 그리워했던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하십니다.
먼저 낙심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도하는데, 그냥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기도하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기도할 때, 밤낮없이 졸라대는
집요한 과부의 예를 드시면서 우리에게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고 가르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순수하고 간절한 기도가
지니고 있는 힘을 잘 알고 계셨기에, 더 간절히,
더 정성껏 기도하라고 당부하시는 것입니다.
열렬히 기도하라고 당부하시는 예수님 말씀을 묵상하면서
과연 무엇을 간절히 청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봅니다. 청원기도를 드릴 때는
기도의 질, 기도의 방향이 아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작고 이기적이며 옹졸한 청원기도가 아니라 크고
이타적이며 관대한 청원기도가 필요합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하느님의 뜻을 알게 해달라고 간절히 청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느님의 나라가 이 땅 위에 도래하기를 진심으로 청해야 할 것입니다.
고통 없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기꺼이 수용하고,
고통 안에 담겨있는 하느님의 얼굴을 찾게 해달라고 열렬히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높은 자리, 물 좋은 자리, 편안한 자리가
아니라 남들이 가기 가장 꺼려하는 낮은 자리를 갈 수 있는 용기를 청해야겠습니다.
그가 크게 바뀌고 회개하기를 기도하기에 앞서 나부터 먼저
바뀌고 회개할 수 있는 힘을 청해야겠습니다. 죽어도 용서 못하는
마음을 버리고 보다 큰마음으로 용서하고 더 적극적으로 화해할 수 있는
너그러움을 청해야겠습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점점 더 영적이며
더욱 인간미 넘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청해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지체 없이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실 것이다. 루카 18, 8
God will see to in that justice is done for them speedily. Lk 18, 8